아시아나항공 매각 결국 ‘무산’…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 2.4조 지원”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국 ‘무산’…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 2.4조 지원”
  • 문현지 기자
  • 승인 2020.09.1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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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HDC현산에 계약해지 통보…2500억 계약금 반환 소송 전망
아시아나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 체제로

9개월여를 끌어온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결국 불발됐다. 이에 따라 채권단 관리 하에 구조조정이 진행될 전망이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매각 무산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즉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금호그룹에도 추가 자금이 지원되며, 금호고속이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간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언론을 대상으로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HDC현대산업개발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자체 정상화 추진하기로 했다"며 "채권단은 정부와 협의해 정상화 계획을 마련해 기존에 결의한 금융 지원은 물론이고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서 2조4000억 원 신규 크레딧 라인을 제공하는 등 금융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원 금액은 시장안정화 필요자금 2조1000억 원, 유동성 부족자금 3000억 원 등 총 2조4000억 원이며, 지원 방식은 운영자금 대출 1조 9200억 원(80%),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 원(20%)이다.

다만,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유지되면 대출 규모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게 되는 아시아나항공은 고용유지, 경영개선 노력, 이익배당 금지, 고액연봉자 보수인상 금지 등 산업은행법에 규정된 지원 요건을 이행할 계획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당분간은 채권단 관리 하에 경영개선 작업을 진행하되 여건이 되면 즉시 책임있는 경영주체와 재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매각 무산에 대비해 이미 플랜B를 준비한 상태다.

아시아나에 대한 자금투입 후 채권단이 출자전환으로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확보한 뒤 구조조정을 거쳐 재매각에 나서는 것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지분 36.99%를 확보해 현 대주주인 금호산업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금호산업에도 경영책임을 물어 감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은 그러나 출자전환이나 감자 등에 대한 구체적 시점이나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채권단인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이번 인수가 무산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HDC현산에 대한 불만도 감추지 않았다.

계약무산에 따른 가장 큰 후폭풍은 계약무산에 대한 책임 소재다.

인수가액 10%에 달하는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를 둘러싸고 금호산업과 현대산업개발 간 소송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측의 공방을 놓고 계약금 반환 소송 등에 대비한 명분 쌓기라는 시선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금호산업도 이날 “아시아나항공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M&A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고 전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채권단 관리체제에서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오후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방문하여 임직원들을 만나 정부와 채권단의 정상화 의지와 계획을 설명하고, 회사 임직원들의 고통분담과 경영쇄신 등 정상화 노력을 당부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사내 인트라넷으로 발표된 담화문을 통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의 M&A 계약이 해제됐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의 거래종결의무 이행이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은 매각 무산으로 동요하는 조직 내부도 단속했다. 3월 이후 전사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무급·유급 휴직에 동참하며 회사의 위기극복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직원들과 또 M&A역사상 전례 없이 긴 기간 동안 일 처리해준 임직원의 노고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경영 환경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킴으로써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한다면 밝은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담화문에는 이날 채권단이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시장안정화 대책’에 대한 감사 인사도 담겼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경영 위기 속에서 전 임직원들이 고통분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화합을 통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입찰에 뛰어든 HDC현산은 2조5000억 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미래에셋의 금융 지원까지 등에 업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HDC현산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기가 뜨지 못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작년 말 1387%에서 올해 6월 말 2291%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4월 초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연기하고 주식 취득까지 사실상 거부했다. 또 7월엔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미 충분한 실사가 이뤄졌다며 재실사를 거부하고,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에 의문을 표했다.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인수가를 약 1조 원 낮춰주겠다고 했지만, HDC현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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