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세계 최고 수명에 불타지 않는 ESS용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전지 개발
KAIST, 세계 최고 수명에 불타지 않는 ESS용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전지 개발
  • 고수연 기자
  • 승인 2020.10.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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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탁 교수 연구팀, 아연 금속의 덴드라이트 형성 핵심 메커니즘 규명 해결
높은 충·방전 성능 5,000 사이클 이상 장수명 전지 개발
고밀도 탄소 결함 계면을 통한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 억제 기술 개요도.
고밀도 탄소 결함 계면을 통한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 억제 기술 개요도.

최근 배터리 과열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계(물) 전해질을 이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Redox flow battery)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레독스 흐름 전지는 양극 및 음극 전해액 내 활물질을 녹여 외부 탱크에 저장한 후 펌프를 이용해 전극에 공급하면 전극 표면에서 전해액 내의 활성 물질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해 에너지는 저장하는 전지이다.

KAIST는 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장인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 연구팀이 아연 전극의 열화 메커니즘을 규명, 해결하고 초저가의 브롬화 아연(ZnBr2)을 활물질로 이용하는 수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특히 고밀도의 결함 구조를 지닌 탄소 전극을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에 적용해 리튬이온전지의 30배에 달하는 높은 충·방전 전류밀도(100 ㎃/㎠)에서 5,000 사이클 이상의 수명 특성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는 지금까지 다양한 레독스 흐름 전지에 대해 보고된 결과 중 가장 뛰어난 수명성능을 지닌 전지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ESS는 대부분 값이 저렴한 `리튬이온전지'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는 태생적으로 발화로 인한 화재 위험성 때문에 대용량 전력을 저장하는 ESS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2017년~ 2019년까지 2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리튬이온전지로 인한 ESS 화재사고 33건 가운데 가동이 중단된 곳은 전체 중 35%에 달한다. 현재까지 집계된 손해액만도 약 7,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배터리 과열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수계(물) 전해질을 이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가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초저가의 브롬화 아연(ZnBr2)을 활물질로 이용하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다른 수계 레독스 흐름 전지와 비교할 때 높은 구동 전압과 함께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고, 가격이 싸다는 장점 때문에 70년대부터 ESS용으로 개발돼왔다.

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지의 표지
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지의 표지

문제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의 경우 아연 음극이 나타내는 짧은 수명 때문에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연 금속이 충·방전 과정 중에 보이는 불균일한 돌기 형태의 덴드라이트(Dendrite) 형성은 전지의 내부 단락을 유발해 수명을 단축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덴드라이트 형성 메커니즘은 명확히 규명되진 않고 있지만 충전 초기 전극 표면에 형성되는 아연 핵의 불균일성 때문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균일한 핵의 생성을 유도하는 기술이 경쟁적으로 개발됐으나 여전히 충분한 수명향상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낮은 표면에너지를 지닌 탄소 전극 계면에서는 아연 핵의 `표면 확산(Surface diffusion)'을 통한 `자가 응집(Self-agglomeration)'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양자 역학 기반의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전송 전자 현미경 분석을 통해 자가 응집 현상이 아연 덴드라이트 형성의 주요 원인임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특정 탄소결함구조에서는 아연 핵의 표면 확산이 억제되기 때문에 덴드라이트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탄소 원자 1개가 제거된 단일 빈 구멍 결함(single vacancy defect)은 아연 핵과 전자를 교환하며, 강하게 결합함으로써 표면 확산이 억제되고 균일한 핵생성 또는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김희탁 KAIST 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장은 "차세대 수계 전지의 수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제시한 게 이번 연구의 성과”라면서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80% 이상에서 5,000 사이클 이상 구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및 ESS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Energy and Environmental Science'에 최근(9월) 게재되는 한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김희탁 교수
김희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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