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시즌 시작됐지만 채용시장은 ‘잠잠’…코로나에 미루고 수시 채용은 확대
공채 시즌 시작됐지만 채용시장은 ‘잠잠’…코로나에 미루고 수시 채용은 확대
  • 윤화정 기자
  • 승인 2021.02.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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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대기업들 공채 대신 수시 채용…채용 계획도 불확실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한 학생이 채용정보 게시판
서울의 한 대학교 내 취업광장에서 한 학생이 채용정보 게시판

3월은 공채 시즌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대기업 채용공고가 활발하지 않고 잠잠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채용 일정이 불확실해진 탓도 있지만 상당수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공채 대신 상시 채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KT 등이 신입사원 수시채용을 도입한 이후 최근 SK그룹도 내년부터 신입직 정기공채를 전면 폐지하고 수시채용하기로 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시즌에 상관없이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신입직 채용에 수시채용 방식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그룹은 올해 상반기 계열사별 수시채용에 돌입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 수시채용을 진행 중이고 3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계열사별 수시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공채를 진행할 것을 보이나 구체적인 일정은 ‘미정’이고, 롯데그룹도 아직 상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이니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취업 시장에서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는 취준생들은 "수시 채용 확대 후 경력자를 우대하는 공고가 많아진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 81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에 따르면 상반기에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이 41.5%로 10곳 중 4곳에 그쳤다.

기업별로는 대기업의 경우 47.2%, 중소기업의 경우 38.7%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해 대기업이 소폭 많았다.

채용시기는 3월에 신입사원 모집을 시작한다고 답한 기업이 45.7%(응답률)로 가장 많았다.

특히 대기업 중에는 절반에 가까운 49.6%(응답률)가 3월에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한다고 답했고, 이어 4월(33.6%) 5월(20.8%) 순으로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은 4월에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하는 기업이 44.8%로 가장 많았고, 이어 3월(43.4%) 6월(28.3%) 순으로 채용을 계획하는 기업이 많았다.

채용방식은 응답기업 중 69.4%가 ‘수시채용’이라고 답했다. 대기업 중에는 56.8%가 수시채용을 하겠다고 밝혀 공채(42.4%) 보다 많았다. 중소기업 중에는 절반이 넘는 76.9%가 수시채용을 진행한다고 답했다.

각 그룹별로 보면 SK그룹은 내년부터 신입사원 전체에 대해 정기 공개채용(정기 공채)을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만 선발한다.

SK그룹은 2019년 7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8500명가량 뽑던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해 2022년에는 100% 수시 채용으로만 선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올해는 6개 안팎의 계열사가 정기 공채와 수시 채용을 함께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 등도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상·하반기 정기 공채를 진행해 온 현대차는 2019년 2월 주요 그룹 중 처음으로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LG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채용인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취업정보사이트 진학사 캐치가 중견기업과 대기업 1468곳을 상대로 상반기 공채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기업이 89.3%에 달했다.

상반기 공채를 확정한 회사는 7.6%에 그쳤고, 이중 3.1%는 ‘올해 채용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에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대규모 공채를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채계획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기업 가운데 55%는 수시 채용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로 채용을 미룬 곳은 15%, 인턴채용을 준비 중인 곳은 5%였다. 계획을 아예 수립하지 못한 회사는 30%로 집계됐다.

취업난 속 이런 흐름은 취업준비생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실제로 취업준비생들은 채용 방식의 변화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취업준비생 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시대 구직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이 힘든 이유란 물음에 '기업의 경력직 선호'라는 답변이 47.4%로 가장 많았다.

잡코리아가 신입 수시채용에 지원한 경험이 있는 취준생 9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10명 중 7명(74.3%)이 '경력자 우대'를 수시채용의 단점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르면 3월 중순께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할 예정이다.

채용 규모는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삼성 임직원에게 처음으로 메세지를 보내면서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정확한 신규 채용규모를 공개하지 않지만 재계에서는 사업보고서 등을 토대로 삼성이 상·하반기를 통틀어 연간 약 1만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해온 것으로 추정한다.

필기시험은 전년과 같이 온라인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계열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삼성 대졸 공채는 일반적으로 ▷지원서 접수 ▷직무적합성평가 ▷GSAT·SW(소프트웨어) 역량테스트 ▷3단계 면접(임원면접·직무역량면접·창의성면접) ▷건강검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삼성전자와 계열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 방식의 G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도입했다. 삼성은 국내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대졸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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