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런던은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버킹엄 궁전 그리고 복잡하고 꼬불꼬불한 도로를 돌아다니는 수천 대의 블랙 캡Black cab 등 세계인에 잘 알려진 상징으로 가득한 도시다. 관광객이나 런던 시민 모두에게 블랙 캡은 런던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경험이다. 블랙 캡 운전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6만 개가 넘는 거리 이름을 모두 외워야 하는 ‘놀리지Knowledge'라는 악명높은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블랙 캡 운전기사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12번 정도 시험을 본다. 그래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2014년 6월 11일 블랙 캡 운전기사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그날 오후 1만 명 이상의 블랙 캡 운전기사가 런던의 상징적인 주요 거리를 점거한 채 대규모 시위를 벌렸다. 이유는 바로 우버Uber 서비스 때문이었다.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은 승객과 운전기사를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연결시켜 주었고, 택시의 미터기처럼 작동하는 위치기반 스마트폰 앱에 의존하고 있었다. 새로운 진입자에 대한 높은 장벽과 경쟁으로부터 보호 덕분에 돈을 벌 수 있었던 블랙 캡 기사들에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치명적이었다. 놀리지 훈련 덕분에 GPS의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보호 장벽도 높은 블랙 캡 기사들은 높은 택시 요금을 받을 수 있었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가격이 저렴한 우버의 등장은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임에 틀림없다.
한때 존경받고 난공불락이었던 비즈니스 모델이 한순간에 뒤바뀐 사례는 런던의 블랙 캡만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은 항상 그 시대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날만큼 규모와 속도측면에서 크고 빠르게 변화된 적은 없었다. 산업혁명 시대의 첫 기계화에서 컴퓨터 혁명에 이르기까지 기술혁신은 언제나 역동적인 경제 변화의 근간이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고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서 최초의 컴퓨터 프린팅에 걸린 시간은 500년 이상이다. 이후 3D 프린터가 개발될 때까지는 단지 30년이 걸렸다. 컴퓨터의 처리 능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은 현대 기술 변화 예측의 근간이 되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와 함께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컴퓨터는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이런 기술적 파괴를 관통하는 공통된 맥락은 디지털화다. 쉽게 말하면 디지털화는 정보를 1과 0으로 바꿔 기계가 처리하고 전달하고 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개념이 개인용 컴퓨터와 전자 가전제품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형태로 지난 30년 동안 우리의 삶을 바꿔 놓았다. 지금은 디지털화가 새로운 파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디지털화는 정보를 발견하고 전달하고 공유하는 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트렸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홍수가 발생한다. 과거에 정보는 희귀하고 가치가 높았다. 한정된 매체와 채널을 통해 습득할 수 있었던 정보를 지금은 어디에서나 쉽게 얻을수 있다.
디지털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3가지 측면에서 바꿔놓고 있다.
첫째, 물리적 실체가 있는 상품을 가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자책, 뉴스 웹사이트, MP3 파일 그리고 다른 형태의 디지털 미디어들이 LP, 카세트테이프, CD, DVD 및 인쇄 미디어를 대부분 잠식했다. 앞으로 3D 프린터가 상품의 유통과 판매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미래에는 신발, 보석, 공구와 같은 상품은 구매자가 소비 시점이나 주문 시점에 상품을 프린트하는 형태로 소비하게 될 것이다.
둘째, 디지털화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정보의 내용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정보로 바꿔준다. 상품의 배송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센서와 소비자에게 상품의 정보를 알려주는 QR코드 같은 것이 좋은 예이다.
셋째, 디지털화는 생산과 거래를 용이하게 만드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피라미가 상어와 정면 대결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베이와 알리바바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가장 작은 기업과 개인도 소규모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술 수용의 가속화가 이루어진 것은 단순히 컴퓨터 처리 속도가 더 빨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소비자가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가 빨라지는 새로운 시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성 가운데 하나는 기술에 적응하는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진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새로운 기술은 세계를 지배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소비자가 새로운 기기를 사야 하는 이유가 생길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잠재력이 큰 기술과 디지털화 그리고 데이터의 활용에서 얻는 혜택은 엄청나다. 쉽고 빠르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과 수집한 데이터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라. 아니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규모를 확대하는 한계비용을 크게 낮출수 있는 이점도 있다.
기술을 채택하는 속도가 빨라지면 혁신의 속도도 빨라진다. 아이폰 탄생 2년 후인 2009년에도 개발자들은 15만 개의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인공지능, 센서, 통신, 인지 기술의 발전 덕분에 향상된 인지력, 작동 능력 그리고 지능을 가진 신세대 산업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될수록 혁신의 전파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2013년에는 약 25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했지만, 2018년에는 40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수억 명의 사람이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사용하는데 1년도 안 걸릴 것이다. 기술이 훨씬 더 저렴해지고 상품이 쉽게 세계화되면서 혁신과 기술 이용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