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들리나? 서울서 연주하는 우크라이나 ‘지붕위의 바이올린’
푸틴 들리나? 서울서 연주하는 우크라이나 ‘지붕위의 바이올린’
  • 유승철 대기자
  • 승인 2022.03.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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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뮤지컬단 4월22일~5월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18회 공연

◆ 1905년 우크라이나 마을의 러시아혁명과 2022년의 러시아 침공

의도적으로 표출된 시사성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기에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게 됐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오는 4월22일부터 5월8일까지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고 밝혔다.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는 이 작품의 역사적 시공간은 1905년 우크라이나의 유태인 농촌마을 아나테브카에서 벌어진 딸 부잣집 이야기다.

그곳에 무장한 니콜라이2세 황제 치하의 러시아 군경이 들이닥친다. 레닌이 이끄는 노동자농민군을 색출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키기 위한 수색. 딸 부잣집 테비예의 가족들을 포함, 러시아의 이방인인 유태인들은 마을을 떠나라는 통보를 받게 되면서 아나테브카 주민들은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서막이다.

테비예의 큰 딸 자이틀의 결혼식장도 정부군에 의해 아수라장이 됨을 시작으로 유태인 마을의 공동체적 삶과 전통은 깡그리 위협받기 시작한다. 그때 지붕위의 바이올린 연주자 피들러에 의해 울려 퍼지는 바이올린 선율.

피들러의 바이올린 연주에 따라 전통 춤을 추고 있는 아니테브카 사람들

“(위험한) 지붕 위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균형을 잡고 연주 할 수 있는 것은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테비예의 가족과 마을사람들에게 ‘전통이 무너질 위험’이 다가올 때마다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바이올린 연주자 피들러가 등장하여 극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합니다.”

연출을 맡은 정태영의 말이다. 그렇듯 지붕위의 ‘피들러(Fiddler)’는 유태인 민속음악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유태인 공동체의 안정과 번영을 기도하고 평화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상징적인 존재다.

그로부터 117년 후인 2022년2월24일의 우크라이나. 그곳에 푸틴대통령 치하의 사회주의 러시아 군인들이 탱크를 몰고 다시 들이닥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나토(NATO) 가입을 추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쟁이 발발, 양측에서 수많은 군인들이 전사하고,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대혼란의 상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1905년 제1차 러시아 혁명시대와 2022년 러시아 침략시대의 우크라이나 <지붕위의 바이올린> 연주는 어떻게 다를 것인가?

해외거주 우크라이나인들이 조국을 지키겠다며 귀향하고 있는 가운데, 그에 대한 답변은 아마도 이번 전쟁을 선언한 푸틴에게 물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콘이 역할을 맡은 지붕위의 바이올리니스트 피들러

◆ 늙은 아버지의 노래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 부디 행복해다오”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대본·음악·안무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고전명작 뮤지컬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2021년에 이어 서울시뮤지컬단의 최정예 제작진들과 출연자들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역동적인 군무와 웅장하고 섬세한 오케스트라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다.

주인공인 다섯 명의 딸 부잣집 아버지는 테비예(출연: 박성훈, 양준모)다. 그 옆에 아내 골데(권명현, 유미)와 바이올린 연주자 피들러(바이올리니스트 콘)가 있다.

아버지 테비예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박성훈(왼쪽)과 양준모

가장인 테비예의 고민은 보통의 아버지와 같이 장성한 딸들의 결혼문제에 있다. 첫째 둘째 셋째 딸 모두 아버지의 생각과는 다른, 더 나아가 5천년 유태인의 혼인풍습에서 벗어난 녀석들과 연애하고 결혼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로미오와 결혼하겠다는 줄리엣처럼.

중매로 결혼하는 민족의 전통대로 첫째 딸 자이틀(이혜란)을 부유하지만 나이 많은 정육점 주인에게 시집보내려 하지만, 자이틀은 이미 가난한 재봉사이자 소꿉친구인 모틀(김범준)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딸의 행복을 위해 둘의 결혼을 승낙한다.

어머니 골데 역에 더블 캐스팅 된 권명현(왼쪽)과 유미

둘째 딸 호들(정은영)은 세상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급진 사회주의 혁명가 페르칙(허도영)과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버지 테비예는 가난한데다 혁명운동으로 마을을 곧 떠나는 페르칙과의 결혼을 반대했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페르칙의 인간성을 믿고 둘의 약혼을 허락한다.

유대인을 탄압하려는 러시아의 군인인 피에드카(한일경)와 사랑에 빠진 셋째 딸 하바(우현아)는 민족과 종교와 전통이 다른 슬라브족 러시아인과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하고 몰래 결혼식을 올리고 만다.

아버지 테비예가 지키려는 유태인 가족의 전통은 러시아의 사회주의혁명 역사의 소용들이에 무너지고 만다.

딸 역 출연자들. 왼쪽부터 이혜란 정은영 우현아

니콜라이2세 황제의 러시아는 고향 아나테브카에서의 유태인 추방명령을 내렸고, 반정부 혁명운동을 하던 둘째 사위 페르칙이 정부군에 붙잡혀 시베리아로 유배갔다는 소식을 듣고 딸 호들은 그를 찾아 시베리아로 떠난다.

이어 첫째 자이틀과 사위 모틀은 돈을 벌기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셋째 하바는 사위 피에드카와 함께 폴란드 크라카오로 떠나고, 아버지 테비예와 마을 사람들 역시 유대인 추방 명령에 따라 자신이 낳고 자란 고향집과 정든 땅을 두고 아나테브카 마을을 떠난다.

사위 역 출연자들. 왼쪽부터 김범준 허도영 한일경
러시아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향을 떠나야 하는 테비예

◆ 서울시뮤지컬단 8번째 공연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 기대하시라”

서울시뮤지컬단은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1985년, 1986년, 1989년, 1991년, 1993년, 1998년, 2021년까지 총 7차례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2021년 공연 당시 고전의 무게를 벗고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어 그해 열린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연출상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되며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시뮤지컬단 관계자는 “30년 만에 돌아온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에 대해 관객과 평단의 호응이 높았지만 짧은 공연기간으로 인해 아쉬움이 많아 2022년 상반기 정기공연으로 <지붕위의 바이올린> 재연을 결정했다”며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딸 결혼식에서 춤을 추는 아버지 테비예와 마을사람들

196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그 해 토니상 9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1971년에는 영화로 제작돼 1972년 아카데미 음악상 등을 수상한 명작. '선라이즈, 선셋(Sunrise, Sunset)' 이라는 유명 넘버(곡)로 잘 알려진 뮤지컬로 <사운드 오브 뮤직>과 함께 1970년대 뮤지컬 영화를 즐긴 ‘아버지 세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평.

원작은 러시아의 작가 숄렘 알레이켐(1859-1916)의 자전적 소설 <테브예와 그의 딸들>이다. 1905년 우크라이나 아나테브카(러시아 식민지)를 배경으로 가난과 역경에서도 전통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살아나가는 감동의 이야기를 다룬다.

관람료는 4만~10만원으로, 3월 9일까지 예매할 경우 30% 할인(4매 한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세종봄시즌’ 시즌패키지 티켓인 ‘내맘대로 패키지’, ‘뮤지컬・무용 패키지’ 등을 이용할 경우 40~45%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 <관련사진=서울시 뮤지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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