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의 인문학]선택과 집중에서 융합과 통섭의 시대로
[이상옥의 인문학]선택과 집중에서 융합과 통섭의 시대로
  • 이상옥 tEchNo 인문학 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4.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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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절대적인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생전에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였다. 그동안 기업의 역사를 볼 때 성공적인 성장세와 수익성을 보인 업체들은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며 승승장구하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비즈니스 경계가 무너지면서 예상치 못한 업체나 분야에서 도전하고 침범하는 바람에 난공불락이라 여겼던 기업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기업인 '노키아Nokia'는 한 때 휴대전화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50%대를 넘나들며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업체였다. 노키아가 그동안 한 분야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2013년 9월 휴대폰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각하면서 위대한 노키아의 시대는 침몰하고 말았다.

1865년 창립한 노키아는 초창기는 종이를 만드는 제지회사였다. 그 후 케이블회사와 고무회사를 합병 후 전자회사로 변신을 꾀하였고, 휴대폰과 네트워크 사업을 전문으로 하면서 스칸디나반도에 위치한 핀란드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슬로건인 “Connecting People”이 말해 주듯이 휴대폰과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을 연결해 보겠다는 것이 노키아의 목표였다. 1992년 GSM폰 출시 이후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고, 1998년 휴대폰 업계 1위로 등극한 이후 2011년까지 13년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였다.

​그러나 애플과 삼성, LG 등 스마트폰 기업의 등장으로 몰락하기 시작 2013년 9월 2일 결국 휴대폰사업부문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게 되고, 네트워크사업부문(NSN)은 ‘노키아 네트웤스’로 개명하여 네트워크와 통신장비 제조를 주사업으로 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였다. 노키아는 여전히 네트워크사업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옛 전성기의 모습을 갖추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사로 매각된 휴대폰 사업부문도 애플, 삼성 등 기존 모바일 운영체계의 장벽이 높아 눈에 띠는 성과를 못내고 있다.

​노키아는 GSM (Global System for Mobile Telecommunication)방식의 피처폰의 최강자로 유럽을 중심으로 미주 시장을 장악한 전통적인 글로벌 휴대폰 제조회사였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파상 공세에 허무하게 무너지게 된 것이다. 창립 이후 특정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을 앞세워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넘 볼 수 없을거라 장담했던 노키의 몰락은 전통적인 경영 방침인 '선택과 집중'의 수정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게임 콘솔 업체의 대명사 '닌텐도'의 침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직 몰락의 단계에 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 뛰어든다는 전략 수정을 통해 재도약을 도모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8년 닌텐도는 매출 1조 8386억엔에 순이익 2790억엔을 벌어들였고, 2009년에는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기업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닌텐도의 활약이 더욱 값진 것은 자신들보다 몇 배나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를 상대로 거둔 승리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9년 11월 닌텐도는 전년 동기 대비 52%나 순이익이 급감하더니 2010년 7월에는 252억엔의 적자를 발표하는 충격을 던져주었다.

닌텐도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세가와 더불어 세계 주요 게임 산업체 가운데 하나다. 1889년 야마우치 후사지로가 세웠다. 2008년 <비즈니스위크>는 세계 유망기업 1위로 닌텐도를 선정한 바 있다. 2010년에는 시가총액이 850억 달러로 일본 제조업체 가운데 3위였고,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시애틀 매리너스의 소유주이다. 닌텐도의 이름은 ‘진인사대천명’ 즉, ‘운을 하늘에 맡긴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1889년 하나후다(花札)라고 불리는 일본의 전통 화투를 생산하며 출발한 닌텐도는 1902년 일본 최초로 트럼프를 제작했다. 1949년 창업자의 손자인 야마우치 히로시가 가업을 물려받았다. 1951년 닌텐도곳파이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1953년 일본 최초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트럼프를 생산했다. 히로시는 1956년 미국 월트디즈니 사와 캐릭터 사용권에 대한 협약을 맺고 1959년 디즈니의 캐릭터가 들어간 트럼프를 출시하여 성공했다. 1962년 주식을 상장했다.

​1963년 현재의 ‘닌텐도’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 사업다각화를 시도하여 운수업, 러브호텔, 인스턴트 식품산업 등에 진출했으나 실패했다. 1966년에는 울트라 핸드 출시와 함께 장난감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울트라 머신’ ‘러브 테스터’ ‘코우센주’ 시리즈 같은 장난감이 인기를 끌었다. 1977년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인 Color TV 6을 발매했으며, 1980년 처음으로 뉴욕 주에 현지법인 닌텐도오브아메리카를 설립했다. 같은 해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와치를 출시했다.

​1981년 비디오 게임 동키콩이 출시되어 판매에 성공을 거두었다. 동키콩 게임을 개발한 미야모토 시게루는 비디오 게임 사업 분야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1983년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인 패밀리 컴퓨터(약칭 패미컴)를 발매했으며, 같은 해 교토부 우지시에 새 공장을 세웠다. 1985년 슈퍼 마리오 부라더스가 출시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989년 휴대용 게임기 게임 보이를, 이듬해 패미컴의 후계인 슈퍼패미컴을 출시했다. 1996년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64’를 출시했으며, 2000년 본사를 현재 주소지인 교토시 미나미구로 이전했다. 2001년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 어드밴스’를, 2004년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를, 2006년 가정용 게임기 위(Wii)를 출시했다. 그리고 닌텐도의 질주는 2008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하였다.

게임콘솔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닌텐도가 침몰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고 뒤 이어 삼성이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진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모바일 게임은 오픈 된 마켓을 통해 거의 무료로 개방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수량은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네트웤을 통해 친구나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게임을 즐길 수 있으니, 한정된 콘솔로 한정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닌텐도의 게임 콘솔은 한계를 드러내게 된 것이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 핀란드를 기반으로 성장한 노키아, 그리고 소규모 화투회사에서 시작한 닌텐도, 이들의 성공신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어주는 좋은 모델이었다. 특히 경영업계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선택과 집중”의 훌륭한 사례이기도 했다. 과거 인텔이 메모리사업을 포기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중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라는 한 우물만 팜으로써 IBM과 애플이라는 두 거인을 쓰러뜨리며 IT업계의 황제로 등극하게 되자 “선택과 집중”이란 것은 기업의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성공법칙으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노키아와 닌텐도의 부진은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돼 버렸다. 이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과거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없었던 컴퓨터 기반 업체들의 활약 때문이다.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던 애플과 인터넷 검색 업체였던 구글이 스마트폰 업체에 진출하면서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에 직격탄을 날렸고, 스마트폰이 휴대용 게임기로서 각광을 받게 됨으로써 게임 전문업체인 닌텐도 역시 영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휴대폰은 전화통화만 잘되면 그것으로 끝났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 휴대폰은 손안의 컴퓨터로 발전하였고, 전화통화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노키아는 피처폰으로는 최고의 회사였지만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업계에서 발전해 온 애플과 구글 및 삼성에 비하면 융합과 통합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닌텐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하나만을 보면 닌텐도는 세계 최고의 회사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들의 사업분야인 게임이 하나의 단일 기기가 아니라 스마트폰이라는 통합된 기기와 경쟁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게임만 할 수 있는 닌텐도 DS보다 전화도 되고 게임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은 앱 시장 덕분에 수많은 게임 개발자의 무대가 됐고 그 결과 스마트폰의 게임 콘텐츠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닌텐도가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든다고 해도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다. 이제 선택과 집중의 시대에서 융합과 통섭 그리고 지속적인 변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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