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심화하는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청년취업이 더 악화할까 걱정
[진단] 심화하는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청년취업이 더 악화할까 걱정
  • 윤원창 기자
  • 승인 2019.04.22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한국과 일본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과 4인 이하 소기업 간 평균 임금이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2017년 기준 1∼4인 기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500인 이상 기업 근로자의 32.6%에 불과했다. 대기업 근로자가 월 100만원 받을 때 직원이 1∼4인 소기업 근로자는 32만6000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5년간 대·중소기업 간 평균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500인 이상 기업의 평균 임금 대비 1∼4인 기업의 평균 임금 비율은 32.6%로, 5년 전인 2012년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

비정규직 급여까지 본다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임금 차이는 훨씬 클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꾸준히 좁혀 온 일본과 비교하면 한층 우려스럽다.

일본의 경우 1~9인 기업은 2012년 66.5%에서 2017년 71.8%로, 10~99인 기업은 77.7%에서 83.8%로, 100~499인 기업은 85.8%에서 87.8%로 늘었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일본보다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임금 격차가 확대되니 청년층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 준비에 매달린다. 중소기업 가느니 '백수'가 낫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의 대기업 지원 편중과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가속화해 고용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중소기업에 들어가 저임금을 받느니 몇 년이 걸리더라도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겠다는 청년들이 줄어들지 않는 한 청년실업률을 비롯한 일자리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중소기업은 낮은 임금 때문에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구인난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다시 생산성을 낮추고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게다가 임금 격차는 소득 양극화로 이어진다. 심각한 부작용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지난달 청년 체감실업률은 25.1%로 치솟았다.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인 셈이다. 임금격차가 벌어질수록 청년취업의 길은 더 멀어진다.

청년취업을 늘리려면 임금 격차 축소는 시급한 과제다.

우선 대기업·공공 부분이 협력사와 임금을 공유하는 상생협력 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노조의 결단이 필요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혁신을 제고하는 중장기적 정책도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를 줄여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가 악화하고 있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대기업 대비 임금 비중 격차가 5~9년 사이 가장 커졌다가 이후 완화하는 점 등을 들어 중소기업 근로자 장기재직의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ㆍ중소기업 간 불공정 원ㆍ하청 관계에 따른 기업 간 ‘원천적 분배’의 왜곡, 기업 규모별 노조의 임금 협상력 격차에 따른 노ㆍ노 간 임금 착취 구조 같은 근본적 시스템 개선이 더 절실하다.

2016년 기준 국내 임금 근로자 수는 2,124만명이다. 그 중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가 304만명, 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가 1,820만명이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15% 정도인 대기업 근로자만 상대 소득 증가를 누리는 가운데, 85% 근로자는 점점 더 빈곤해진 셈이다.

정부는 그 동안 다양한 중소기업 근로자 우대정책을 벌여왔지만, 정부에 의한 재분배 정책만으론 비정상적 수준인 대ㆍ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가 어렵다.

따라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든 국회든 대ㆍ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 논의는 단편적 대책보다 근본적 시스템 개선을 겨냥한 사회적 타협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일본처럼 작지만 강한 기업을 키우는 토양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임금 근로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종사자인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다행히 모범적인 시도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이 최근 협력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3년간 400억원을 지원하는 협약을 체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보다 54.8%나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주도해 온 대기업 노조의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