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의 인문학]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
[이상옥의 인문학]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
  • 이상옥 tEchNo 인문학 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4.30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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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현상을 놓고 바라보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이른 새벽부터 악취나는 쓰레기통을 치우며 삶을 시작하는 그 아저씨는 평생 쓰레기 더미 속을 뒤지며 살아왔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일도 아니고, 급여도 많이 받지 않는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언제나 얼굴이 밝다. 그 점을 궁금하게 생각한 한 젊은이가 물었다.

“어떻게 항상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어요? 매일 평생을 쓰레기통을 치우며 사시는 것이 힘들지 않으세요?”

젊은이의 좀 황당하고 무례한 질문에 그 아저씨는 역시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

청소부는 단순히 동네 쓰레기를 치우는 하찮은 작업부가 아니였다. 그의 남다른 시각이 그 자신을 지구를 청소하는 위대한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시켰다. 똑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생각과 시각의 차이로 일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는 180도 달라진다.

행복한 사람은 이처럼 남다른 시각을 갖고 산다. 청소부 아저씨는 자신의 일을 ‘돈벌이’나 ‘거리 청소’가 아니라. ‘지구를 청소하는 일’로 정의하고 자부심을 갖는다. 지구를 청소하고 있다는 시각은 단순한 돈벌이나 거리 청소의 시각보다는 훨씬 상위 수준이고, 의미 중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지금 우리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대부분의 사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센서 데이터... 정보 홍수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의미 있는 정보를 빨리 캐치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홍수에 휩쓸려 주체적인 사상과 생각을 잃고 방황하여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얻을 수 없는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엔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며 살았다. 부족한 정보 속에서 숨어있는 의미를 찾기 위해 토론하고 고민하고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지금은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널려 있는 정보를 누구나 쉽게 획득할 수 있으니, 삶 자체가 깊이가 없다. 심지어 넘처 나는 정보 홍수 속에 결정 장애라는 정신적 질환을 앓기도 한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내일이다.”

“늘 마지막인 것처럼 하루를 살아라.”

“지혜의 핵심은 올바른 질문을 할 줄 아는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이런 말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주어진 시간과 사람들을 대하게 한다. 이렇게 의미 중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 하루를 대충살 수 있겠는가? 보편적인 사람들은 “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남들도 다 하는데” 하며 세상을 작위적으로 해석하고 무의미하게 살아가려 한다. 세상을 제대로 보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항상 “왜”를 질문한다. “왜 이 일이 필요하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뭐지?” 하며 질문하는 삶은 세상을 허투러 살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고, 시각을 달리 하려 노력한다. 그 일을 하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 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처음부터 구체적인 절차를 묻는 삶은 피곤하고 힘들다.

청소부가 자신의 일에 남다른 시각을 부여함으로써 삶 자체가 의미있어 지고, 행복해 지는 것이다. 똑같은 상황을 놓고 어떤 사람은 행복해 하고, 어떤 사람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차이는 모두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온다.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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