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通]배설 커뮤니케이션 뒤집어 보기
[이원섭의 通]배설 커뮤니케이션 뒤집어 보기
  • 이원섭 IMS 대표
  • 승인 2019.05.10 2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직 생활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바텀업(bottom-up)과 탑다운(top-down)입니다.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탑다운 방식입니다. 민주적이라고 많이 변화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부하 직원들의 의견이 주류를 이루기 보다는 CEO나 임원들 또는 간부들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명령 지시형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 되어 있습니다. 또한 말로는 이제는 바텀업 방식으로 변화를 하겠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해주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먼저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말에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 우리 식구들과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는데 어떻게 밖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느냐는 말도 있습니다. 큰 조직이나 작은 조직이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이 부서간, 조직간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원인이 어느 한 쪽으로의 힘이 쏠려있어서 그렇다고 생각을 해 보시지는 않았는지요?

Open Space 기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1985년 해리슨 오웬(Harrison Owen)이 85명의 조직 개발 분야의 선구자들과 이 기술을 실험한 이후 23년 동안 수 천명의 오픈 스페이스 프랙티셔너와 퍼실리테이터 및 컨설턴트들에 의해 오픈 스페이스 기술(또는 오픈 스페이스)이 자연의 근원적 힘인 자기조직화 기전을 발동시킨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오픈 스페이스는 조직(시스템)의 근원에 작용하는 강력한 힘인 자기 조직화가 쉽게 일어나도록 함으로써 조직의 관리자(조직의 최고 책임자 포함)들이 예측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조직 통제에 엄청난 노력(자원, 시간, 정력)을 기울이는 것에 비해 훨씬 적은 노력으로 높은 성취를 이루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픈 스페이스 기술은 조직의 기존 패러다임에 근본적 변화와 혁신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데 오픈 스페이스 미팅(회의, 포럼)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방법과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줍니다.

실제로 제가 IMC(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컨설팅과 실행을 해주면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으로 오픈 스페이스 미팅을 적극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회사에 적용해 본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에 놀라왔습니다. 이 놀라움은 저 뿐만이 아니라 CEO나 경영진 그리고 간부들이 더 그 결과에 대해 경악을 할 정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내부의 직원들이 이렇게 깊은 생각과 정확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그동안 위의 의견으로만 누르고 탑다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고집했느냐는 것입니다. 아래로부터의 의견을 얼마나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그것을 반영하고 실행하려고 했느냐는 반성을 스스로 하게 되었습니다.

오픈 스페이스 미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 아래로부터의 혁명입니다. 그동안 탑다운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버리고 진정한 바텀업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는 첫 걸음입니다. 그동안 쌓였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욕구를 마음껏 펼치게 함으로써 진정 조직원들이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적나라하게 듣고 보고 반영하게 됩니다. 이 미팅의 특징은 직원들끼리만의 리그라는 점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일어 날 동안 경영진이나 간부들은 일체 이 미팅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스스로 모두가 리더가 되고, 직원이 되고, 문제 발제자가 되고, 문제 해결사가 됩니다. 이렇듯 스스로가 자기조직화가 되어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거쳐 조직은 더욱 강해지고 창조적으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배설(排泄, excretio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체내수분의 균형과 혈액의 pH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 또한 땀샘을 통해 땀의 형태로 배설하면서 체온을 조절하므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비슷한 말로 배출이 있는데 이것은 균형과 유지 항상성이 아니라 그냥 쌓여있는 것(설사 노폐물이 아니라도)을 무조건 밖으로 내보낸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런 의미로 배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일명 카타르시스(catharsis, 정화,·배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합니다. 정신적으로는 무의식 속에 잠겨 있던 마음의 상처나 콤플렉스를 말이나 행위, 감정 등으로 발산시켜 스스로를 정화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론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즉 앞에 말씀드린 배설이라는 개념의 이해보다는 무조건적인 배출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통상적으로 배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배경을 이루는 이익집단만을 위한 왜곡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지금까지 정의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소속 집단의 옹호, 대변으로 일관한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 배설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오해는 동일한 가치관과 행동, 대화를 통해 내부의 가치관 정립과 폐쇄적인 의사소통이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나 오픈 스페이스 미팅처럼 동일한 집단이지만 서로 다른 가치관의 공존과 동등한 대화 부재 그리고 위로부터의 일방적인 가치관 정립, 일방적인(탑다운) 의사소통이라는 조직의 전재를 한다면 얼마든지 배설은 부정보다는 긍정의 방향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자기 스스로, 자기 통제하에 얼마든지 배설하게 하고 또 그것을 통해 스스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래서 그것이 긍정의 방향으로 해결점까지 제시하게 한다면 배설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필요한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됩니다. 제가 내부 직원들과 수없이 미팅을 하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직원들은 회사나 조직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또 그에 대한 해답도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점과 해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배설할 창구가 없었습니다. 일방적인 위로부터의 지시와 통제가 시원한 배설을 불가능하게 했고 그것으로 인해 회사와 조직은 점점 단절이 되어 갔습니다.

저는 여러 프로젝트와 경험을 통해 확신할 수 있습니다. 마음껏 배설하게 하라 그리고 스스로 문제점도 찾고 해결점도 찾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그러면 자기조직화가 이루어지고 스스로 행동하고 발전하게 됩니다. 지금은 열림의 시대, 내 것을 개방해 주는 시대입니다. 나의 자의적인 판단보다는 같은 조직 내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실컷 배설하게 하고 답도 찾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어 보십시오. 오픈 스페이스 미팅을 통해 마음껏 배설하게 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이원섭 대표
이원섭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