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선진국은 '유례없는 일자리 호황'이라는데 한국은?
[진단] 선진국은 '유례없는 일자리 호황'이라는데 한국은?
  • 윤원창 기자
  • 승인 2019.05.30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커버스토리로 'The great jobs boom(대단한 일자리 붐)'이란 주제로 선진국들의 일자리를 다뤘다. ‘The rich world is enjoying an unprecedented jobs boom(유례없는 일자리 호황)’이란 제목에서 말해주듯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3분의 2가 짧게는 10년, 길게는 근 반세기 만에 실업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유례없는 일자리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실업률(3.6%)은 49년 만에 가장 낮았고,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악재에도 1분기 실업률(3.8%)이 45년 만의 최저다. 독일의 실업률(4.9%)은 1990년 통일 이후 가장 낮았다.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전체의 3월 실업률(6.4%)도 19년 만의 최저다.

나라마다 몇 년, 몇 십 년 만의 고용 호황이란 기록이 쏟아진다. 실업 대국이던 프랑스·이탈리아조차 고용 시장이 2005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한다.

미국만보면 50년래 최대의 일자리 호황이다. 4월 실업률은 3.6%로 1969년 12월 이래 가장 낮다. 103개월 연속 고용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올해 월평균 20만명씩 새 일자리가 창출된다. 임금도 3.2% 상승했다. 미국 경제는 1분기 연율 기준으로 3.2%로 전분기 대비 0.8% 성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6%로 상승해 취임 이후 가장 높다. 친시장 정책이 일등공신이다. 기업의 비용을 줄여 투자증대를 유도하고 소비자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어 소비를 진작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추진했다. 1조5000억달러 규모의 감세를 단행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었다. 기업의 설비투자에 즉시상각 혜택을 주었다. 소득세 최고세율, 사업소득세, 상속세를 낮추었다. 작년 2.9% 성장에 이어 올해 1분기 3.2% 깜짝 성장이 실현된 배경이다.

일본도 일자리 풍년이다. 올해 3월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이 97.6%에 달한다. 1인당 취업 가능한 일자리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배율이 1.63배다. 1974년 1월 이후 최고치다. 구인난이 심각해 자녀 있는 여성의 직장 근무 비율이 2017년 71%로 상승했다.

실적 호조로 법인의 경상이익이 2012년 49조6000억엔에서 2018년 83조엔으로 늘어났다. 간판기업 도요타자동차는 2018 회계연도에 30조2256억엔의 매출을 올려 사상 최초로 30조엔 클럽에 가입했다. 3월 실업률은 2.5%로 20년래 최저 수준이다. 취업자는 아베 총리가 취임한 12년 12월부터 작년말까지 450만명 증가했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2~3%대의 완전 고용을 구가하는데 한국은 어떤가. 사정이 딴판이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124만명으로 늘어났다. 실업률은 4.4%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아예 구직을 중단한 취업포기자도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청년 실업률은 11.5%, 체감 청년실업률은 25.2%에 달한다. 통계 작성 후 최악이다. 제조업에서 5만2000명 줄어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도소매업도 7만6000명 줄었다. 경제활동의 중추인 30·40대는 18만7000명 감소했다. 예산이 투입되는 보건 및 사회복지와 농림어업에서 고용이 증가했다.

한국 경제 상황을 보자. 1분기 0.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10.8% 줄었고 수출은 6개월째 감소세다. 반면에 기업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다. 작년 478억달러에 달해 전년에 비해 9.1%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미국과 일본의 대졸자들은 직장을 골라 가는데 한국 청년들은 유례없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민간 부문의 양질의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지는 속에서 세금 퍼부어 만드는 노인 용돈 벌이 일자리나 공공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질 낮은 가짜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다.

미·일과 한국의 성장과 고용 격차는 뭘까. 정책의 차이다.

선진국의 일자리 호황은 '기업이 고용의 주체'라는 원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활력을 갖고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친기업 환경 만들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에 나섰고, 일본 아베 정부는 대대적 규제 완화 정책을 폈다. 친노동 분위기가 강한 프랑스마저 마크롱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국은 반대로 2년간 최저임금 29.1% 인상, 주 52시간으로 근무시간 대폭 축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高)비용 처방'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그 비용을 기업과 자영업자 등 고용 주체에게 떠넘겼다. 최저임금이 평균 임금 대비 46%로, OECD 평균 41%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생산성을 앞질러 임금이 오르자 기업들이 사람을 뽑지 않으면서 고용 절벽이 찾아왔다. 지금의 일자리 불황은 정책 실패의 결과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세금으로 땜질해 휴지 줍기, 강의실 전등 끄기, 장난감 소독하기 같은 일회성 일자리만 늘린다. 눈속임일 뿐이다. 선진국들의 일자리 호황이 다른 세상 얘기 같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감세와 규제완화가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웠다고 분석했다. 아베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일본 경제 활황을 견인했다. 정부의 친기업·친투자 정책에 기업이 적극 화답한 것이 주효했다. 우리도 친투자·친시장 정책으로 성장절벽·고용절벽을 돌파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