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수면 위로 떠오른 ‘정년연장’...꼭 가야하는 길인가
[이슈]수면 위로 떠오른 ‘정년연장’...꼭 가야하는 길인가
  • 김근영 기자
  • 승인 2019.06.04 2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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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의 한 장면
영화 인턴의 한 장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정년 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의 1차 논의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안에는 강제적인 방식보다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확대하도록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지난 3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전날 홍남기 부총리의 정년 연장 관련 발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자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현시점에선 법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렇게 정년 연장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임금체계 유연화 등 민감한 쟁점을 다퉈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용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적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해 정부안이 실제 실현되기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장 최악의 고용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고용 환경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정년 연장이 우리 사회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부가 정년연장을 공식화 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노인 인구 급증에 따른 재정 부담을 빼놓을 수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늘어난다. 최근 3년간의 연 31만 명보다 증가폭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노인 인구 증가는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기초연금 등 정부의 노인에 대한 ‘의무성 지출’은 2022년까지 연평균 14.6%씩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의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노인에 대한 의무지출은 작년 9조8336억 원에서 2022년 16조9725억 원까지 불어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의무지출과 함께 돌봄서비스, 일자리사업, 치매 관리 등 관련 예산 투입도 불어난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통해 노인의 경제활동을 시작으로 소득과 소비의 증가, 조세수입 증가와 정부 부담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할 경우,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당 고령인구)가 현재의 20.4명보다 7.4명 떨어진 13.1명으로 낮아져 미래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을 줄일 있다는 기대도 깔려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정년연장은 퇴직 시점을 늦춘다는 뜻이다. 즉 개인이 한 일자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일자리 수자에 변화가 없을 경우 그만큼 신규채용을 꺼리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요즘 같은 취업난 하에서 시행하면 고용 감소 요인으로 작용해 청년과 노년 사이 일자리 갈등을 더 자극할 수 있다.

정년연장을 두고 노동계와 경제계는 상반된 입장이다. 노총의 경우 “정년 연장은 인구 절벽과 맞물려 있어 시급히 가야 될 과제”라는 의견이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는 “고령 노동자의 증가로 생산성은 낮아지고 비용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맞선다.

정년연장의 근본적인 이유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다. 선진국들도 비슷한 이유로 정년연장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65세에서 70세로의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할 계획을 세웠다. 미국과 영국은 ‘나이를 이유로 퇴직시키는 것은 차별’이라는 이유로 아예 정년 제도를 없앴다.

이처럼 정년연장은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출산율 저하가 현저한 우리로서는 비켜갈 수 없는 이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년연장 관련 논의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저 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노동인구감소 문제를 겪으며, 역시 앞서 여러 해결방안을 모색해 온 나라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충분히 참고해 볼 만하다.

일본은 기업의 사정을 반영해 기업 부담을 줄이는 데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년 연장을 추진해 왔다. 즉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체계도 손보면서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인 것이다. 그 결과로 정년 연장으로 인한 세대 간 갈등이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도 일본의 경우처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한국형 정년 연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정부도 정년연장을 둘러싼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고용 형태를 유연화하고, 능력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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