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요상한 고용개선...취업자·고용률 ↑, 실업자·실업률 ↑어떻게 봐야하나
[진단] 요상한 고용개선...취업자·고용률 ↑, 실업자·실업률 ↑어떻게 봐야하나
  • 윤원창 기자
  • 승인 2019.06.1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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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숫자가 사상최대를 기록했지만 통계청은 5월 취업자수 증가폭이 다시 20만명대를 회복한 것을 두고 고용상황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통계청은 12일 ‘5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취업자가 1년전보다 25만9000명 늘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1%로 1989년 1월 통계작성 시작 이후 5월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면 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4%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는 모순된 고용지표를 내놓았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혼란스럽다.

이와 관련 통계청은 브리핑에서 '고용사정이 좋아진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취업자 증가도 25만9000명을 기록하고 고용률도 0.2%포인트 올랐다"며 "고용률이 상승한 것 보면 고용상황이 개선된 걸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고용상황 개선'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세부지표를 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번 고용통계에는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수치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취업자 증가폭과 고용률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업자 수는 통계작성이래 역대 최고인 114만50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만4000명 증가한 수치다. 또 실업률은 4.0%로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4%대를 이어갔다. 1999년 6월∼2000년 5월 12개월 연속 4% 이상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의 경우 12.1%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5월 기준으로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9%로 전년 동월보다 0.6%포인트 낮아졌지만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4.2%로 1.0%포인트 올랐다. 4명중 1명이 실질적 실업상태라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보면 취업자 수 증가만 가지고 고용개선을 말한다는 것은 정부의 일자리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은 “실업자는 경기가 나빠질 때도 증가하지만 경기가 풀려 구직활동이 늘어날 때도 증가하기 때문에 실업자 증가가 항상 부정적인 신호는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재적 실업자의 구직활동 참여확대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3만6000명 증가하고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은 3만6000명, 구직 단념자도 7만2000명 늘었다는 것을 보면 이런 해석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같은 모순에 대해 "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실업자 수도 함께 늘어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절대 숫자보단 고용률 등 비율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부진한 고용 흐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라며 "정부 정책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계청은 ‘고용의 질’도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되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사상 최장기인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 고용의 주축인 경제활동이 왕성한 30~40대 취업자 감소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반면 취업자 증가를 견인한 건 정부 재정이 떠받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2만4000명)과 단기직 위주인 숙박 및 음식업(6만명)이었다. 60대 이상, 주당 17시간미만 초단기근무 일자리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가 여전했다.

한마디로 고용률이 올라가고 있지만 고용형태가 불안정한 취업자 중심으로 고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고용시장 구조가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또한 통계청의 진단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정부가 5월 취업자 증가폭이 20만명을 회복한 것에 대해 기대를 거는 듯하다. 고용정책이 재정주도형에서 기업주도형으로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한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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