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의 인문학]스스로 생각하는 자율권을 가지고 있는가?
[이상옥의 인문학]스스로 생각하는 자율권을 가지고 있는가?
  • 이상옥 tEchNo 인문학 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6.28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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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보는 영화 중에 해리슨 포드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있다. 평범한 고고학자인 주인공이 모험을 펼치며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스토리는 매번 흥미를 유발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모험과 호기심, 액션과 코믹, 평범함과 비범함, 미래와 과거가 혼재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하품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매회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아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여운이 남는다. 그 중에 첫 번째 시리즈인 ‘Raders of Lost Ark’에서 칼을 들고 온갖 똥폼을 잡으며 위협하는 적을 향해 무심한 듯 권총을 빼들고 단 번에 쏘아 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싱거우면서도 뭔지 모르는 통쾌함까지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에 압도당하며 의사결정 결핍시대에 살고 있다. 수많은 광고와 마케터, 매스컴들은 하루에도 수천 건씩 우리에게 문자를 보내고 팝업창을 띄우며 카톡을 날린다. 그러나 여전히 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몸은 이와 같은 정보 홍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정보 기술의 발전은 우리 몸의 진화 속도를 훌쩍 뛰어 넘어 빛의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의 의사 결정력은 점점 혼돈의 시대로 빠져 들고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 넘처 나는 정보들은 어떤 것이 진짜이고 거짓인지 조차 분간하기 힘들다. 
  
이토록 많은 데이터가 쏟아지는데 어떻게 생각할 틈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신뢰할 정보와 무시할 정보를 구별해 풍부한 디지털 자원에서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 
  
지속적인 주의 분산, 정보 홍수에서 양산되는 소음과 더불어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특징 중의 하나는 ‘무질서’이다. 이는 우리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오랜 기존 질서의 붕괴와 극도로 예측하기 어려운 우리 시대의 본성이 어우러져 나타난다. 
  
무질서가 일어나는 이유는 지금의 시대가 보편적인 생각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절대 망할 것 같지 않던 은행이 파산하고, 중국의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를 제치고 세계 주요 기축통화로 등극할 것이라고 10년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으며,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태니커 사전이 위키피디아의 아성에 무너질지 상상도 못했다.

"2016년 IMF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 통화 바스켓에 중국 위안화의 편입이 결정됨에 따라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다섯 번째로 국제 기축통화 대열에 합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때로는 의식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난해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지름길과 대처 방안을 마련해 왔다. 일단 정보를 수집한 다음 산만하고 무질서한 우리의 현실에 걸맞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타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이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져 보지 않은 채 인생의 여러 고비들을 넘기고 있다. 
  
정보가 쏟아질수록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 주도권을 강화해야 하며 결정 방법을 통제해야 한다. 즉 자율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이때 신뢰할 수 있는 고급 정보와 이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면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기껏해야 차선에 지나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우리의 욕구와 이해에 커다란 해악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를 수집할 때 놓치기 쉬운 맹점이 무엇인지, 정보 수집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려면 올바른 길로 안내할 정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편협한 시야를 타고 났으며, 친숙하거나 이해하기 쉬운 대상 혹은 듣고 싶어 하는 바에 가까운 대상에 좀 더 이끌리는 경향이 있다. 반면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대상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에 너무나 잘 휩쓸리고, 그 때문에 현재를 분석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쉽게 무력해지곤 한다.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많다. 그 중에 하나는 올바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숙고할 여유를 갖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에 노출되어 있다. 대표적인 정보 전달수단인 신문, 라디오, TV는 수많은 수단 중에 일부에 불과한 시대가 되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터넷, 팟캐스트, 유투브, 페이스북, 카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듣고 판단한다. 그러나 스스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수 없는 다수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없고, 자칫 편향된 정보와 사고로 그릇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전체적인 상황을 보지 못하고 단편적인 면만 보고 들으며 마치 자신이 수집한 정보가 옳고 진리인양 결론지으며, 심지어 본인 뿐만아니라 타인까지도 계도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고려하지 않은 사항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 대안을 고려할 시간, 주변을 둘러볼 시간이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에 압박을 느끼면 시야가 좁아지거나 왜곡되기 싶다. 최선의 선택은 사색하는 시간을 충분하게 가진 뒤에야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는가? 시간을 확보해 필요한 정보를 적절하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당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하루 중에 생각만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적인 상황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 버락 오바마 -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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