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의 인문학] 비움 그리고 심플함의 아름다움
[이상옥의 인문학] 비움 그리고 심플함의 아름다움
  • 이상옥 tEchNo 인문학 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7.09 2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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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출근길에 버려진 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그 탁자는 척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탐나는 물건이다. 15년이 넘어 문짝에 붙어있던 유리창도 깨져있는 안방의 탁자와 오버랩되며 버려진 탁자로 그 물건을 교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가던 길을 멈추고 집에 가져가 보려했으나, 고급스러운 만큼 무겁고 제법 컸다. 성인 둘이 가볍게 나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였다. 결국 포기하고 일터로 가는 길 내내 아쉬움이 내 생각을 상당부문 점령하고 있었다.

이처럼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은 재물에 약하다. 어쩌면 반드시 필요 없는 물건도 욕심에 의해 소유하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매일 출근하는 길가에 놓여있던 그 탁자도 눈에 띄지 않았다면 아무 생각없이 그냥 지나갈 것을 물건을 보는 순간 욕심이 생긴 것이다. 이런 경험은 백화점이나 마트에 갈 때도 숱하게 한다. 사실 안방의 낚은 탁자는 그 자체보다는 그 안에 질서없이 모아둔 잡다한 물건들에 있다. 오래토록 쓰지않은 것들도 언제가 쓸거라는 막연함으로 차곡차곡 쌓아논 물건들을 정리한다면 어쩌면 그 탁자가 없어도 될지 모른다. 오히려 크고 넓은 탁자가 있기에 그 속을 채우기 위한 물건이 필요해지는 사항이 만들어질 것이다.

살다보면 필요한 물건보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짊어진 물건이 많으면 그 무게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적게 소유하려는 운동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활동이며, 원하는 결과에 가능한 한 우아하고도 경제적인 방식으로 도달하는 과정이라 말한다. 최소한의 물질과 최소한의 동작을 삶의 규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건 대신에 마음을 쌓는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소박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깊이 되돌아보게 하는 삶의 자세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거나 남에게 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좋아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이미지로 남기고 버려도 된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물건은 갖다 버리자. 지난 1년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물건은 모두 버리자. 물건 하나가 줄면 먼지 터는 일이 줄고, 공간도 여유가 생긴다. 실용성이 없는 물건도 버리자. 물질적인 것은 가능한 치우자. 심플한 삶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치우는 게 아니라, 우리 행복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치우는 것임을 명심하자.

집도 그런 거 같다. 언젠가는 쓰일 물건으로 가득 찬 창고같은 집은 답답하고, 안락하지 않다. 물건을 집에 들이는 기준의 하나로 안락함을 들 수 있다. 물건을 고를 때 단순히 비용적인 측면만 고려하거나 미학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다보면 포근하고 안락함을 잃을 수 있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최고급 캐시미어 이불을 장만하면 일반적인 이불 두 장을 덮지 않아도 되고 부피를 줄일 수 있다. 값비싼 물건은 부자들만 위한 것이란 선입관을 버리자. 오히려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마음에 드는 옷을 사야 오래 두고 두고 입는다. 싸구려 옷은 한 두 번 입어보고 그 이후부터는 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백이 없으면 아름다움도 없다. 침묵이 없으면 음악이 없는 이치와 같다. 모든 여백과 침묵에는 의미가 있다. 물건을 치우지 못하고 과거 속에서 혹은 추억 속에서만 사는 것은 현재를 잊고 사는 것이자 미래로 향한 문을 닫고 사는 것이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여 이번 주말에는 가구하나를 들이기보다 그동안 묵어 두었던, 한동안 쓰지 않았던 물건들을 하나씩 버리는 작업을 해야겠다. 집과 나의 안락함을 위하여......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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