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通] 고객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원섭의 通] 고객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 이원섭 IMS 대표
  • 승인 2019.08.2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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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네덜란드 소년, 한스의 이야기가 나와있었습니다(지금 교과서에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동화는 가난하지만 몸이 아픈 아버지를 도와 열심히 생활하는 한스의 이야기로 그냥 동화가 아니라 실화로 암스테르담에 가면 소년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고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동화의 줄거리는 암스테르담 서쪽에 있는 바닷가 작은 마을 에 사는 한스라는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다 우연히 둑에 난 작은 구멍을 발견하고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막고 그 다음으로 손으로 또 그 다음에는 팔뚝으로 막아 마을을 구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동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큰 일도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니 작은 것도 사소히 여기지 말아라 것입니다. 또 큰 것은 처음부터 큰 것이 아니고 작은 것이 조금씩 모여 되는 것이니 작을 때부터 잘 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제가 이 동화 이야기를 길게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산업사회가 디지털 첨단 정보사회로 바뀌었어도 인간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마컴(marcom,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이 이야기는 소비자 심리학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제가 일을 하다 보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자기의 공급자 심리와 소비자 심리를 똑 같다고 생각하는 망상입니다. 공급자 심리는 자기이니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만들었으니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자만심으로 잘 모르는 소비자의 심리까지 좌지우지하려는 생각이 기업을 망하게 합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에버렛 로거스(Everette Rogers)는 '변혁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 1957)'이라는 책에서 소비자가 새로운 상품을 채택하는 단계를 이노베이터(Innovators),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s), 얼리 머조리티(Early Majority), 레이트 머조리티(Late Majority), 래가즈(Laggards) 등 다섯 단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붙이면 신상품을 무조건 수용하는 이노베이터부터 신상품이 나오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는 낙오층까지 다양한 단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낙오층보다 한술 더 떠 신상품을 거부하고 지금의 것이 더 좋다는 거부층(die hard)까지도 있습니다.

현대 소비자들은 공급자보다 더 많고 깊은 정보를 가지고 공급자(신상품, 서비스, 솔루션 등)를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자기가 신상품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자만하는 자세가 바로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앞에 이론처럼 소비자들은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급자를 받아들입니다. 마치 작은 구멍에서 시작해 둑을 지켜냈듯이 말입니다.

소비자들은, 특히 고객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처음부터열광하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모험심리가 강한 무조건적인 혁신층(innovator)이 수용을 하고 다음으로 호기심이 많고 항상 앞서 간다는 심리를 가진 초기 수용층(early adopter)으로 발전하며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얼리어답터의 뒤를 따르는 초기 다수층(early majority)입니다. 그리고 남들이 사용을 하니 나도 한번 사용을 해봐야겠다는 후기 다수층(late majority) 마지막으로 남들이 사용을 하던 말던 관심이 없는 낙오층(laggard)으로 발전해 갑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급자를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비판하는 저항층(die hard)까지 생겨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부정적인 얼리어댑터(early refusal)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상 이 5단계를 모두 거치는 상품은 거의 없습니다. 심한 경우 이노베이터 단계에서 사라져가는 상품도 부지기 수이며 얼리어댑터 단계에서 그치고 마는 상품들도 아주 많습니다. 얼리 머조리티까지 발전했다면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까지 간다면 대 성공임을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층이 얼리 어답터입니다. 얼리 어답터층은 이노베이터보다는 늦게 관심을 보이지만 그 깊이나 관심도에서 이노베이터보다는 월씬 적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각광 받고 사업화로 발전하고 있는 파워 블로거(power bloger) 들이 대부분 얼리 어답터들입니다. 자기가 경험한 내용과 평가를 적극적으로 시장에 알리는 오피이언 리더로서 초기 다수층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와 이름으로 이 얼리 어댑터들에게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관리를 하고 있으며 마컴적으로 잘 활용해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입소문 마케팅의 진원지가 바로 얼리 어댑터들입니다. 특히 마컴구조가 디지털화되면서 그 반응 속도와 전파 속도는 배가가 아니라 기하 급수적으로 전파가 되고 있으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던 마컴을 특정 소수화로 변하게 한 요인도 바로 이 얼리 어답터들 때문입니다.

마컴의 작은 구멍이 바로 얼리 어답터입니다. 작은 구멍을 많으면 많을수록 둑은 빨리 무너지고 막을 수도 없습니다. 우리 신상품에, 우리 기업에 작은 구멍들을 뚫어보시기 바랍니다. 소비자들은 예전의 둑이 아닙니다. 엄청난 폭탄을 쏟아 부어도 안 무너지는 단단한 둑이며 쉽게 구멍도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의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이 필요하며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찾아야 합니다. 소비자, 고객은 절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단계적으로 서서히 보이지 않게 다가옵니다.

이원섭 대표
이원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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