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의 인문학] 데이터 풍요를 위한 변명
[이상옥의 인문학] 데이터 풍요를 위한 변명
  • 이상옥 tEchNo 인문학 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8.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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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 공간을 마련해 주고 존중해 주자.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최대한 활용하자. 그리고 삶에 가치와 스타일을 부여하자. 조화롭게 그리고 심플하게.“

도미니크 로로는 프랑스 출신의 수필가로 영국, 미국, 일본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1970년대 말부터 줄곤 일본에 머물며, 미니멀리즘을 심봉하게 된다. 그는 최소한의 소유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인생을 역설하며 심플하게 살 것을 주장한다. 그의 미니멀리즘은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장 자본주의에 반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더불어 심플한 삶을 통해 인간적 성숙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적게 소유할수록 더 자유롭고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데 부단함을 보인다.

화려하고 과한 삶이 풍요보다는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가짐으로써 맛볼 수 없는 자유와 행복의 아쉬움을 말한다. 또한 쓸데없는 물건들로 쌓여있는 집의 나쁜 기운이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듯이 불필요한 물건들로부터 빨리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집 안에 꼭 필요한 물건만 둘 것을 강조한다. 여유로운 행복을 추구하는 북유럽의 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집은 오직 편안한 소파와 따뜻한 벽난로가 있으면 그만이다. 우린 부족함보다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운 경우가 더 많다. 필요 없는 것으로 쌓인 풍요 말이다.

물건이 많으면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엄청난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으면 데이터에 파묻혀 본질을 알아보지 못하고 핵심적인 인사이트도 도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성능이 날로 우수해지는 스마트폰으로 생성되는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나의 실체와 본질을 잃어버리기 일수다. 필름 카메라를 통해 귀하게 얻었던 인화지 속의 얼굴들은 디지털 사진 홍수 속에 묻히거나 더 이상 추억을 만들어 내기 버겁다. 쉴세없이 쌓이는 디지털 사진은 선택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사진의 귀함을 얻기 힘들다. 사진 한 장 속에 추억과 행복을 맛보던 과거처럼 지금은 그 때의 행복함을 느낄 수 없다.

풍요 속의 빈곤, 어쩌면 이 말이 적절할지 모른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자기 스스로 생성해내는 엄청난 데이터와 주변의 지인들이 쏟아내는 데이터 홍수에 파묻혀 죽을 지경이다. 도미니크 로로가 말한 것처럼 집, 물건, 시간, 공간 등 수많은 소유 속에 진정 소유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가지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엄청난 데이터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는 작업이다.

지나치게 많은 데이터는 우리 자신을 앗아가고 잠식하고 본질에서 멀어지게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데이터가 결국 자신의 정체성도 잃게 만들지 모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 자신을 제대로 표출하고 세상에 보여줄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나타나 있는 나의 모습은 진정한 나의 모습이 아닐 수 있다. 허세와 위선으로 뒤덮인 데이터가 어쩌면 나를 더 왜곡하게 될 지도 모른다.

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찾아내려는 나에겐 엄청난 빅데이터에 의한 분석이 두렵다. 빅데이터는 많다는 의미보다는 높은 관점, 다른 시각, 새로운 생각을 요구한다.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데이터를 찾아내는 것이 의사결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지원 하는 핵심 요소이다. 소유하데 가장 비싸고 쓸모있는 것들을 통해 제대로 된 비즈니스 통찰력을 찾아내려는 노력, 그런 생각과 행동들이 데이터의 소중함과 가치를 찾는 이들에겐 강력한 도전의식과 발견에 따른 무한한 행복을 줄 것이다.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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