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通] 소셜 네트워크와 감성 커뮤니케이션
[이원섭의 通] 소셜 네트워크와 감성 커뮤니케이션
  • 이원섭 IMS 대표
  • 승인 2019.09.30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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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에 종각 역에 내려 출근을 합니다. 종각 역 게이트를 나오면 가장 먼저 저를 자극하는 것이 원두 커피 향입니다. 아침 지하철 역사를 온통 커피 향으로 자극하는 냄새에 꼭 한 잔씩 사 들고 사무실로 갑니다. 그 커피의 브랜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더욱이 맛도 모르면서 그냥 그 향기에 끌려 한,두 잔 먹다 보니 이젠 습관처럼 역에 내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출근을 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또 직업병이 도졌습니다. 아니 이 커피점은 내게 어떤 메시지를 준 것이지? 나에게 어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했길래 마니아처럼 원두커피를 마시게 한 것일까?

여러분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의도했던 안 했던 지하철역사안 작은 공간을 채우는 후각이 맛도, 브랜드도 다 무시하고 선택을 하고 좋아하게 만든 것입니다. 제가 지난 글에 감성적 경험(Emotional Experience)이라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커피의 향처럼 인간의 후각이라는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미각이나 기타 지각을 다 무시하고 이렇게 마니아로 만든 것입니다. 이 커피회사는 아마 커피를 마시는 고객들의 감성적 경험을 파악하고 있었고 그것을 잘 관리해 저에게 한 것처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4월에 부산에서 강의를 두 번 하는 스케줄이 있습니다. 그 중에 홍보맨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처음으로 이 고객의 감성적 경험 관리(CEEM, Customer Emotional Experience Management)에 대해 어줍잖은 생각을 펼쳐 보려고 합니다. 아침 역 안 커피 향처럼 어느 분야에나 이런 감성적 경험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그 것을 잘 파악하고 우리 고객들의 인사이트를 볼 수 있다면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할 것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감성(感性)은 사전적으로 이렇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감수성, 인간의 오관(五官)이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고 그에 반응하는 정도나 강도(强度)”. 오관은 오감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커피 향은 이 오감 중 후각을 자극한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복합적인 지각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이 지각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이 코카콜라입니다. 유명한 브라인드 테스트의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이고 콜라 병의 시각과 그립 감을 여체에 비유한 디자인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더 잘하는 것은 시대를 읽고 그에 맞는 지각을 자극한 것에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세상에 선보인 것은 1886년이니 올해로 1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시간은 어려운 시기마다 고객들의 사기를 살려주는 감성 마케팅이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1929년 미국 대공황 시기에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자고 “힘들 땐 코카콜라와 함께(When it’s hard to get started start with Coca-cola)”라는 캠페인을 했고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우울한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어려운 경제 속에서의 즐거운 삶을 강조한 “즐거움을 더해주는 그 순간엔 코카-콜라(Coke adds life)”라는 캠페인을 합니다. 또 911테러 때는 “사는 맛을 느껴요(Life Tastes Good)” 라는 캠페인을 합니다. 언뜻 보면 콜라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메시지들인 것 같지만 인간의 지각을 자극하고 시의 적절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오늘날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한 것은 분명합니다.

감성지수(EQ, Emotional Quotients)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IQ, 인지적 영역으로 대표되는 정형적이고 고착적인 인간의 능력을 비판하고 앞에 말씀 드린 것처럼 고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적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말합니다. 이 개념은 20년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1995년 Daniel Goleman의 저서 ‘Emotional Intelligence’에서 체계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지식의 넓이와 깊이에 관계없이 자신과 상대에 대한 감정과 정서가 인간의 뇌를 좌우한다는 것으로 뉴로 마케팅이나 뉴로 커뮤니케이션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대체로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정보의 수집과 분류, 미래에 대한 예측,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따라서 감성지능은 삶에 대한 적응력을 높고 감성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환경적 변화에 잘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데 실패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적응력이 낮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입니다.

제가 2009년부터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고 있는 분야가 융합입니다. 지식의 대 융합이나 감성의 대 융합이나 다 같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감성공학(Sensibility Ergonomics, Image Technology)도 이 융합의 산물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기업이 코카콜라처럼 사회와 고객과의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할 때 사람 중심의 인간 공학적 접근 방법을 채택한 학문이 바로 감성공학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나 욕망을 공학적으로 접근해 인간의 감성을 정성, 정량적으로 측정 평가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상품이나 서비스에 반영해 커피 향처럼 편안하고 기분 좋게 생활을 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입니다.

그런데 모든 학문이 그런 것처럼 감성공학도 인간의 경험(experience)을 통해 얻어진 복합적인 감성(오감)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한 것이기에 일종의 사람들의 오감적 통계적 개념입니다. 이를 잘 분석하고 활용한다면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전 세계가 온통 소셜 네트워크에 흥분하고 추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은 감성이 없는 단지 또 다른 하나의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편리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기계적인 접근은 가능하게 해주었지만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 감성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아니어서 진정한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을 안된다고 봅니다. QR 코드를 만들어 더 많고 풍부한 정보를 만들어 주는 것은 좋지만 그 커뮤니케이션에는 맛이 없습니다, 향기가 없습니다.

감성 경험(emotional experience)은 오감(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의 복합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국내에도 이 감성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기업의 시도가 많습니다. 감성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매출로 이어지겠다고 하는 시도인데 여기에도 정기성과 장기성, 지속성이라는 3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사람의 감성은 하루 아침에 설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감성 커뮤니케이션은 정성입니다. 노력입니다. 그리고 사랑입니다.

단순히 매출을 높이고 고객을 늘리겠다는 상술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 꾸준하게 무엇을 주고 감동을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 감성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른, 더 정확한 정보의 커뮤니케이션은 인지적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인지적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은 맛과 향이 있는 아름다운 음악과 같다는 생각으로 해야 합니다. 인지적 커뮤니케이션은 길게 가지 못합니다. 더 많고, 더 빠르고, 더 정확한 우위의 개명이 등장하면 언제든지 변합니다만 정성으로, 사랑으로 형성된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원섭 대표
이원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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