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의 인문학]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자유와 권리
[이상옥의 인문학]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자유와 권리
  • 이상옥 tEchNo 인문학 연구소 소장
  • 승인 2019.10.0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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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다음과 같이 자유에 대해 말한 바 있다.

“틀렸다거나 해롭다는 이유로 의견의 표명을 가로막으면 안 되며, 표현의 자유를 일부만 제한하면 곧 모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만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거나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단, 이런 자유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자유의 원칙에 대한 그의 주장은 오늘날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정치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 또한 시민의 기본권으로서 포괄적으로 인정받는다. 자유론의 기본적인 원칙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클라우드로 대변되는 최근 디지털 환경의 변화는 자유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여지를 준다. 최근 디지털 철학의 핵심은 개방과 자유, 그리고 참여를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지속성을 가미하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다.

밀이 말하는 자유 속에는 책임이 있다. 각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책임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과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한한 자유를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통제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힘에 의해 통제되거나, 자유를 잃게된다.

클라우드와 자유는 쉽지 않는 논쟁거리다. 자유를 위해 사용자는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여러 자원에 대한 제어권을 가져야 한다. 이메일과 일정, 주소록은 물론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와 위치, 연결 관계와 같은 개인 자원이 클라우드에 남는다. 거대한 클라우드에 이를 맡기면 빅 브라더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데이터가 자신의 소유로 남아 있어 언제든 접근할 수 있고 보호가 가능하던 때와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실적인 대안은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를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사용자와 플랫폼 제공자가 함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자신이 스스로 대처할 수 방안을 두 가지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우선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사용자는 반드시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서비스 제공자도 포함된다.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언제나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어떤 수준으로 접근할 수 있게 허용할 것인지, 누구에게까지 공개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떠날 수 있는 자유’를 가지는 것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 제공자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네트워크를 잃어서는 안된다. 서비스를 다른 것으로 옮긴다고 해서 어떤 패널티가 주어진다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나 네트워크 등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된다.

현실적으로 첫 번째 권리에 대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허락을 하고 있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두 번째의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 구글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정보를 얻기를 원한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자를 바꿀려면 기존에 사용하던 정보를 사용자가 옮겨가거나 삭제 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위해서는 플랫폼을 떠날 때 네트워크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때는 소프트웨어가 디자인될 때부터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프로토콜이나 서버의 인프라가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디아스포라(Diaspora)와 같은 분산형 오픈소스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은 이러한 조건을 고려해 설계한 것이다.

서비스의 원활한 연결과 혁신, 그리고 차별화를 이끌면서 사용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방형 표준을 적절하게 채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간단히 플러그인되는 서비스나 자동화 시스템의 검증을 통해 실제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가 개방형 표준을 준수하는 지 자주 점검해봐야 한다.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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