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通] 자정작용 그리고 구독(Subscription) 마인드
[이원섭의 通] 자정작용 그리고 구독(Subscription) 마인드
  • 이원섭 IMS 대표
  • 승인 2019.10.1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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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나는 관리(management)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고객관리(customer management)라는 말은 더욱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다. 요즘처럼 시장의 주도권이 고객에게 넘어간 상태에서 기업이 고객을 관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이러니고 실제로 관리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이 고객에게 관리되는 수준이다.

관리의 의미를 사전에서(management가 영어이니 영어사전에서) 보면 “관리는 비즈니스와 조직에 있어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용 가능한 자원들을 효과적, 효율적으로 사용한 사람간(내·외부)의 조화 노력” 이라고 되어 있다. 나는 여기서 관리의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간의 조화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임직원이나 고객들을 조화하는 것이 관리의 핵심이라는 소리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율적이냐 타율적이냐의 차이가 관리의 기술이다. 우리는 그동안 관리는 내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즉 상대는 타율적이고 나는 주도권을 가졌으니 나는 관리자, 상대는 관리 되어지는 자 정도로 여겨왔던 것이다.

좀 엉뚱한 예가 될 지 모르겠지만 1996년 4월에 강원도 고성군에서 일어났던 고성 산불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당시 사흘간 고성군 일대 산림 3,900여 헥타르를 태우고 200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엄청난 규모의 산불로 국립산림과학원은 복구 방법으로 통상적인 인공조림과 자연복원의 두 가지 방법으로 실험 진행을 했다. 그 결과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 보면 피해목을 모두 제거하고 단일종을 심은 인공조림지보다는 자연에 맡겨둔 자연복원지에서 토양 회복이 더 빠르게 나타났다고한다. 또 어느 산림전문가는 산불지역에서 토양 회복을 위해 제일 좋은 것은 초기에는 그냥 둬서 환경에 맞는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타율적, 인공적 관리 보다는 자율적인, 자연 그 상태로의 조화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efficiently and effectively)이라는 말이다. 앞의 관리라는 사전적 의미와 똑 같다 훼손과 남은 자연과의 조화가 더 좋다는 뜻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자정작용(自淨作用, self-purification)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자정작용은 자연 생태계에서 인간이 어떠한 처리 행위를 하지 않아도 공기나 물에 포함되어 있는 오염 물질이 스스로 정화되는 능력을 말한다. 자정 과정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복합작용의 결과물로 물 속에서뿐만 아니라 대기 중 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 모든 곳에서도 유형, 무형의 자정작용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스스로 하게 놓아두는 것이 가장 좋다. 조직이나, 사회에나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내가 일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가격으로 선택하던 시대에서 가치가 선택의 기준으로 변했으며 전통적 시장에서 상품을 구입하던 시대는 이미 다 지난 과거일 뿐이다. 소위 말하는 전통 미디어들은 어떤가?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제 4의 권력이라고 까지도 불렸던 언론 매체들이 소셜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힘을 잃은 지 오래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별다른 검증 노력 없이 선진 성과주의나 관리주의를 무조건 받아들였다. 우리만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없이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준비없이 수용하다 보니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아직까지도 같은 실수와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

관리는 조직이나 비즈니스에서 목표된 성과 달성과 조직 비즈니스 목적 달성의 획일적 수단과 방법으로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어느 현상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면 그에 대한 문제점도 나타나고 보완도 되면서 성숙한, 완성된 내용으로 발전을 하는 것이 순리이다.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신 사업분야인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도 역시 스스로 하게 하는 자정작용과 관련이 있다. 플랫폼의 중요 부분이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인데 이 양면은 단면(one-sided), 즉 일방적인(기업이 고객에게 일방적인 관리) 것이 아니라 공급자 그룹과 이용자 그룹의 양면(two-sided)이 스스로 알아서 하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면시장에서 관리로 예측 가능하고 정형적인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다른 가치가 만들어지고 비정형거래가 일어나는지 예측 불가능한 더 높은 차원의 관리가 바로 자정작용이다. 내가 시간과 자본과 인력을 투자해 만든 플랫폼이니 내가 관리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지는 순간 플랫폼은 사라지고 없다.

이런 자정작용이 일어나게 하려면 공급자는 과거 일방적 단면시장에서의 관리 마인드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즉 내가 상대(이용자 그룹)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갖지 말라는 뜻이다. 공급자 그룹보다 더 크고 예측도 할 수 없는 이용자들 그룹간의 부가가치가 알아서 창출될 수 있도록 그냥 주고 내 버려두어야 한다. 웹 2.0의 정신인 우선 내 것을 개방해 주고 이용자들이 편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자율관리가, 자정작용이 바로 플랫폼이다. 스스로 할 수 있게 자유로운 장이 형성되면 그곳에서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은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자정의 정신이 바로 생산자(producer)이면서 소비자(consumer)인 새로운 개념 생비자(生費者. prosumer)를 만들었고 공급자가 아닌 이용자 스스로가 만드는 콘텐츠 UCC(User Created Contents)를 만들었으며 아마추어 전문가(Amapro, Amateur Professional)라는 의외의 신 개념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어느 일방이 이런 권한과 원칙을 만들어 통하던 세상은 점점 자리를 잃어간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난장을 만들어 주고 그곳에서 만들어 내는 룰과 원칙으로 관리권한이 대체 되어한다. 아직도 나만이, 우리만이 전문가이고 공급자일 수 있다는 개념들이 깨짐을 프로슈머, UCC, 아마프로라는 신 개념에서 볼 수 있다.

관리는 이제 어느 일방의 권한이 아니다. 고객은 더 이상 관리 되어 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버려야 한다. 또한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가시적 재무 성과 달성만을 위한 관리는 지양되어야 한다.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내·외부 구성원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자정의 시간과 노력을 해야 한다.

관리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 대답이 구독(Subscription), 정기구독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구독은 독자라는 이용자가 우리가 만든 공급물(책, 만화, 신문, 잡지 등)을 선택해 주고 소비하는 행위이다. 내가 원하는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용자가 우리가 생산해내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독하게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단골로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정기 구독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행위들은 내가 관리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용자들이 선택하도록 재주를 부려야 한다.

지금 같은 핀테크 시대, 공유경제 시대, 플랫폼 시대에는 설사 우리가 공급하지 않는다 해도 이용자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재료도 공급해 가면서 제 3의 상품과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고 상호 교류하는 시대로 변해 있다. 공급자만이 만들어 공급할 수 있다는 일방향, 단방향 시장의 독점권리 깨진 지 오래이다. 이런 이용자 마인드를 잡는 것이 바로 구독이다.

“Subscription Commerce”라는 말이 있다. 요즘 같은 웹이나 앱시대 기반의 e-Commerce와 Subscription이 융합된 개념이다. 이용자들에게 이용자 마인드로 정보와 상품의 홍수시대에 정보탐색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새로운 비즈니스이다. 그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이나 서비스 정보를 미리 제공해 주고 또 이용자들이 마음에 들어 또 구매하도록 갖은 재주를 부리는 것이 구독이라는 개념이다.

Subscription Commerce는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관람객이 좋아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해 전시하고, 방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큐레이션) 활동과 똑 같은 거래 개념이다. 따라서 이용자들이 정기구독을 할 수 있도록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이용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해 좋아할만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해 안내해 주고 직접 제공해야 한다. 또 더 나아가서 그들이 편하게 집에서 또는 원하는 장소에서 이용할 수 잇도록 직접 배달까지도 해주어야 한다.

고객 맞춤형 마인드가 구독(Subscription)이다. 이 맞춤형 마인드는 개별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하기에 관리라는 개념은 적용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관리는 획일화되고, 통일화되고, 표준화되어야 가능한데 맞춤형 개별 구독은 획일화되지도, 통일화되지도, 표준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구독하는 마인드는 개별화, 특별화라는 것으로 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면 지금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되며 이들은 우리 기업, 상품, 서비스의 전도사(evangelist)가 되어 요즘 같은 SNS 시대의 입소문의 진원지가 된다. 이 자율적, 자가적 입소문은 기업 관리 마인드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비용과 시간이 투자 되지만 자정적 입소문 마케팅과 비교하면), 실행할 수 없는 부가가치가 되어 또 다른 가치들을 창출하는 촉매가 된다.

관리 마인드로 많은 인력과 비용, 시스템을 만들어 1천명을 관리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구독 마인드로는 더 적은 인력과 비용 시간을 투자해 1만명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는 이 현상을 웹 2.0에서 말했던 롱테일 경제학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전통적인 관리 마인드, 단방향 시장에서는 어느 한 종목에서는 보통 잘 팔리는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고 하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지만 양방향 시장, 자정작용, 구독 마인드는 비록 눈에 보이는 관리는 할 수 없지만 이용자들 간의 우리 같은 공급자 마인드가 생겨난 전도사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는 숨은 꼬리가 롱테일이다.

이용자들간의 교류 등으로 공급자는 알 수도 없고 파악도 어려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공급자는 따라가는 롱테일 경제학이 자정 경제학에서 나온다. 이 경제의 특징은 부가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공급자 관리 마인드의 투자 내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윤을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냥 시장과 이용자에게 맡겨놓는 보자. 내가 아무리 만들고 주인이라 해도 우리만의 자정 정기구독자, 자정 전도사를 만드는 지혜를 가지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원섭 대표
이원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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