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간 매출 상위 50위 기업 추적 조사해보니….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차 등 8곳만 연속 상위 유지
35년 간 매출 상위 50위 기업 추적 조사해보니….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차 등 8곳만 연속 상위 유지
  • 고수연 기자
  • 승인 2020.02.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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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장연구소, "2011년 기점으로 대기업 성장세 꺾여…유력 업종 부침 뚜렷"

국내 대기업 중 35년 연속으로 매출 상위 50위에 포함된 곳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8곳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1984년 당시 매출 톱50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 중 70%는 순위에서 빠지거나 주인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상위권에 드는 유력 대기업들의 업종 부침이 뚜렷했고, 2010년대 들어 대기업들의 매출 성장이 둔화하거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직개발 전문업체 지속성장연구소가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1984~2018년 35년 간 상장사 매출 상위 50위 대기업 성장성 분석’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조사는 금융업을 제외한 제조·서비스 업종의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을 토대로 이루어졌고, 중간에 경영 악화 등으로 주인이 바뀐 곳은 제외시켰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84년 당시 국내 50대 기업의 총 매출액은 34조원 수준이었으나 30여년이 지난 2018년에는 872조원으로 외형이 25.4배 성장했다.

매출 톱 50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기준도 1984년에는 매출 20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18년에는 4조원 이상으로 높아졌다.

1984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 50대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매출 외형을 키워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 100조원대로 첫 진입한 시기는 지난 1991년(101조원)이다. 1995년(207조원)에는 200조원대에 진입했다.

특히 1995년 매출은 전년 대비 28.3%나 퀀텀점프했다. 1984년부터 2018년 사이 중 가장 크게 매출이 오른 해로 조사됐다. 매출 300조원 돌파는 1998년(332조원)에 이뤄냈다.

살펴보니 1984년부터 1999년까지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은 평균 16.9%나 됐다. 이후 2004년(413조원)→2008년(626조원)→2010년(752조원)→2011년(801조원)으로 국내 50대 기업의 매출 외형은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졌다.

하지만 2011년부터 매출 성장세는 꺾였다. 2013년 863조원을 고점으로 이후 4년간 매출 체격 시계는 거꾸로 돌아섰다.

2014년 845조원(이전해 대비 -2.1%)→2015년 795조원(-5.9%)→2016년 772조원(-2.9%)으로 점점 줄었다. 2017년에는 835조원으로 전년도 보다 증가했으나 2013년 매출 규모 보다는 작았다.

2018년(872조원)에 와서야 2013년 매출보다 높아졌지만 겨우 1% 성장에 그쳤다. 국내 대기업의 매출 성장판이 닫혀지고 있다는 의미가 강하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는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0년대부터 외형 성장 시계는 오히려 둔화되거나 뒷걸음질 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산업 패러다임으로는 1980년대와 90년대와 같은 매출 호황 시절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졌다”며 “한국경제가 다시금 크게 성장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실리적인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의식주(섬유·식품·건설)→전통차(전자IT·유통·車) 업종으로 이동

35년간 업종별 부침(浮沈)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4년 당시 국내 매출 50위에는 건설사만 14곳이나 이름을 올렸으나 2018년에는 5곳 정도만 매출 톱50에 포함됐다. 현대종합상사, 대우, 삼성물산 등 상사 업체는 1980년대와 1990년대만 해도 8~9곳이 톱50에 진입했지만 2010년대 들면서는 3곳 정도만 순위에 들어 겨우 체면을 유지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섬유(패션)와 식품업도 주력 업종에서 밀려난 양상이 뚜렷했다. 1980년대 5~6개사 정도가 상위 50위를 꿰찼던 섬유 업체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매출 50클럽에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식품 업체도 1980년대만 해도 5곳 정도가 상위 50위에 들었지만 지금은 ‘CJ제일제당’ 1곳 정도만 톱50 자리를 지켜가는 정도다.

반면 전기·전자·통신 등 IT와 자동차, 유통 관련 업종의 성장세는 눈에 띄었다. 1984년 당시 IT업종은 4곳 정도만 매출 톱50클럽에 포함됐지만 최근에는 12곳 정도가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체도 1980년대 2곳 내외에서 지금은 4곳 정도로 증가했다.

유통 업체들의 약진도 강세를 보였다. 1980년대만 해도 유통 전문업체가 전무했지만 최근에는 매출 50위 기업 중 10% 정도는 유통 업체들 몫이다. 이마트, 롯데쇼핑 등이 대표적이다.

크게 보면 의류(섬유), 식품(식품), 주택(건설) 등을 중심으로 한 ‘의식주’ 업종은 1980년과 1990년대에 성장해오다 점차 주력에서 밀려나는 반면 전자, 유통, 자동차 등의 ‘전통차’ 업종은 200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 해오는 양상이 뚜렷했다.

◆ 1984년 매출 8위였던 삼성전자, 2002년부터 17년 연속 1위 유지

1984년 당시 매출 50위에 이름을 올렸던 대기업 중 70%인 35곳은 2018년 순위에서 탈락하거나 아예 주인이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주)대우는 1984년 당시 매출 1위였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그룹 자체가 공중분해 되며 수난을 겪었다. 이후 (주)대우는 대우인터내셔녈과 대우건설로 분리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 그룹에 편입됐고, 대우건설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국제상사(84년 매출 10위)도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1980년대를 주름잡던 국내 대기업 중 한 곳이었다. 이후 국제그룹의 해체되며 해당 기업도 다른 곳에 인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금은 LS네트웍스로 주인이 바뀌어 그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1983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따내며 일약 스타 기업이 된 동아건설산업(19위)도 동아그룹이 무너지면서 현재는 SM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상태다. 삼환기업(22위)도 한때 잘 나가던 건설사였지만 이 기업 역시 지금은 SM그룹 품에 안착했다.

두산그룹 소유 동양맥주(24위)는 이후 오비맥주 등으로 사명을 바뀌어졌지만 현재는 네덜란드 소유 외국계 기업으로 전환되는 운명을 맞았다.

동부그룹(현 DB그룹)의 모태가 된 미륭건설(31위) 역시 이후 동부건설로 사명을 바꿔 활약해오고 있지만 지금은 키스톤에코프라임(한국토지신탁)으로 소유가 변경됐다.

한때 프로야구 구단 등을 운영하며 인기몰이를 했던 삼미(42위)도 잊혀져가는 대기업 중 한 곳이다. 극동건설(38위)과 남광토건(34위) 역시 몇 차례 주인이 바뀌다 지금은 세운건설 품에 안겨진 상황이다.

1984년 이후 주인이 바뀌지 않고 매출 50위 클럽에 35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8곳이다. ‘삼성물산(1984년 3위→2018년 13위),’ ‘현대건설(4위→27위)’, ‘삼성전자(8위→1위)’, ‘LG전자(9위→7위)’, ‘대한항공(11위→19위)’, ‘대림산업(13위→29위)’, ‘현대자동차(15위→3위)’, ‘LG화학(18위→10위)’ 이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1984년 매출은 1조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170조3000억원으로 120배 넘게 회사 외형이 커졌다. 지난 2002년부터는 확고부동의 재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현대차는 1984년(0.66조원) 대비 2018년(43.1조원) 매출 체격이 6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성사에서 사명이 변경된 LG전자는 삼성전자와 함께 35년 연속 매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두 곳 중 한 곳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럭키에서 이름이 바뀐 LG화학은 2018년에 매출 톱10까지 진입했다.

삼성물산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13년 간 국내 재계 1위 왕좌 자리에 앉았었다. 대한항공은 국내 육해공을 통틀어 운송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35년 연속 매출 50클럽 자리를 지켜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도 30년 넘게 매출 톱5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건설사의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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