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재정 지원에 무게 둔 정부의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분석]재정 지원에 무게 둔 정부의 ‘제2벤처 붐 확산 전략’
  • 고수연 기자
  • 승인 2019.03.06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협회 “성장단계 지원 초점” 긍정 평가...일각선 “규제 개혁 더 필요” 지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제2 벤처붐 확산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브리핑]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제2 벤처붐 확산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브리핑]

 

정부가 2000년대 초의 벤처붐에 이은 ‘제2의 벤처붐’을 목표로 벤처·창업 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Scale-Up: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 펀드’를 조성해 규모가 작은 벤처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돕는 한편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해서도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과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인프라 지원과 함께 대통령의 신(新) 남방권 지역 순방 시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 유망 스타트업 기업의 참여를 확대해 해외 시장 진출도 돕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규 벤처투자 규모를 2022년까지 5조원 규모로 끌어올리는 한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도 현재 6개에서 20개까지로 늘리고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 벤처투자 회수 비율을 10% 수준으로 높여나가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모처럼 살아난 벤처·창업 훈풍이 제2의 벤처 붐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벤처 산업계가 소프트웨어 기반의 ‘가벼운 창업’이 증가하면서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 고도화와 저변 확대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은 △신사업·고기술 스타트업 발굴 △벤처투자 시장 내 민간자본 활성화 △스케일업과 글로벌화 지원 △벤처투자의 회수·재투자 촉진 △스타트업 친화적 인프라 구축 등 5가지 전략 과제를 담고 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창업 자체의 지원을 중심으로 했던 이전의 대책과 달리 성장 단계의 지원에 중점을 뒀다는 점이다. 창업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 단계에 들어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성장 자금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내의 지속적인 지적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는 벤처투자 규모를 2022년 연 5조원으로 늘리고 20개의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12조원 규모의 스케일업 전용펀드를 조성해 모태펀드와 성장지원펀드 등을 통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벤처특별법을 개정해 벤처기업에 대해서 '차등의결권' 주식의 발행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창업자 등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로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허용하고 있으나 국내에선 도입에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정부는 또 벤처지주회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산 규모를 현행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낮추는 등 설립과 자회사 지분 요건을 완화하고 비계열사 주식취득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기업집단 편입 유예기간도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초기 벤처기업 주식의 양도차익·배당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과세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한다. 벤처기업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도록 스톡옵션 행사 시 비과세 혜택도 연간 2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간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해 2021년까지 1조원의 M&A 전용 펀드를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처럼 투자펀드 조성, 세금 감면 등 재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제2벤처 붐 전략을 내놓은데 대해 업계는 일단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다.

벤처기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과거에는 초기 벤처기업 지원에 집중했던데 반해 이제는 성장하는 벤처기업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려 한다”며 “시기적절하고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규모만 커졌을 뿐 이전 정책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재정 지원보다 규제 개혁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정부 의지를 환영하고 방향은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규제개혁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 대책을 보면 제2 벤처 붐이 일어나지 않는 원인을 투자가 부족하거나 차등의결권이 없어서 경영권을 위협받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대책을 만든 것 같다”며 “정부가 펀드를 만들고 세금을 깎아주고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고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금지하는 사업 중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새로운 법을 만들어 새로운 규칙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규제 개혁에 더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제2 벤처붐은 만들지 않아도 온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제2 벤처 붐의 속도감 있는 확산을 위해 관련 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국회를 통과하도록 부처 간 긴밀히 협력하고 사업추진 상황을 모니터링해 보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