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고교취업 부진, 막을 대안은 없나
[심층분석]고교취업 부진, 막을 대안은 없나
  • 김근영 기자
  • 승인 2019.03.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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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기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은 ‘고교취업 활성화 사업’에 참여할 학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선정 학교에 대해선 직무 교육, 일자리 매칭 등을 지원하다는 게 골자다.

이에 앞서 7일에는 부산을 찾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김석준 부산교육감을 만나 ‘고교졸업자 취업 활성화’ 방안을 놓고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는 한미유압기계를 방문해 재직 중인 고졸 취업자를 만났다. 이 회사는 고졸자 고용의 모범 기업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지난해 말에 있었던 ‘2019년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교육부는 ‘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해 청소년들의 폭 넓은 진로 선택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이 중앙 정부나 지자체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뒤집으면, 그 만큼 고졸 취업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계속 나가고 있는 현실의 반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까지 4년 동안 계속적으로 떨어졌던 고교졸업자의 대학진학률은 2018년에 69.7%로 소폭 올라 하락세가 멈췄다. 대학진학률의 상승은 진학자에 비해 졸업자의 수가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계속 상승해 2017년에 34.7%로 ‘최고치’를 찍었던 고졸취업률은 지난해 4%포인트 떨어져 30.7%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특정 지역의 사정을 들여다봐도 고졸 취업률은 썩 좋지 않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직업계 고등학교의 2018학년도 취업률은 1월 초 집계 기준으로 24.8%로 잠정 집계됐다. 취업대상자 2603명 가운데 취업한 졸업생은 646명뿐이다. 2016학년도에 45.4%를 기록했던 취업률은 2017학년도에 38.9%로 떨어졌고, 2년이 지나선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울산지역 특성화고(8곳)의 취업률 하락은 더욱 뚜렷하다. 2016년 41.7%였던 취업률은 2018년 16.7%로 뚝 떨어졌다. 2016년 87.4%에 2017년 89.9%로 비교적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던 마이스터고(3곳)도 2018년에는 78.8%로 내려앉았다.

직업계고의 취업률 하락은 정부가 2017년 11월 제주에서 발생한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업체선정을 강화하고 기존 현장실습 운영 기간을 6개월에서 최대 3개월(수업일수의 1/3 이내)로 줄이는 등 현장 실습제도를 근로 중심에서 학습 중심으로 급격하게 개편한 것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직업계고의 취업률이 하락한 데는 지역 경기불황과 현장실습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장에서는 ‘조기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이 폐지되고, 현장실습 참여 기업의 선정기준이 높아진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2017년 12월 제주도 특성화고 학생이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 중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교육부 방침이 ‘취업중심’에서 ‘학습중심’으로 급변했다. 현장실습 기업에 대한 기준은 강화됐고, 현장실습은 학사일정 1/3 시점, 취업도 2/3 시점부터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직업계고의 취업률 하락은 입학생 미달로 이어지고 있다. 경남지역의 경우, 특성화고 등 직업교육이 있는 35개교 중 23개 학교에서 무려 936명을 뽑지 못했다. 김해건설공고는 65명이 미달해 1학년 2개 반을 줄여 새 학기를 시작한다. 울산지역 8개의 특성화고 중 울산 산업고 등 4개 학교도 내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지난달 추가모집을 했다. 부산지역 특성화고도 지난해 12월 전체 33곳 중 14곳이 미달했다.

직업계고를 포함해 전체 고교취업률의 하락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졸취업의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부족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특히 일반고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고교체제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강하다. 전체 학교유형 가운데 일반고의 비중은 66%인 데 반해 특성화고는 20.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도 일반고로 진학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유일한 진로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자신의 적성과 환경에 따라 바로 취업하고 원할 때 다시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또 직업계고 현장 실습 강화와 교원 임용에 대한 개방성을 높이며 교육과정에서 현장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직업계고 학습이 산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이다.

이와 함께 산업계 현장전문가를 교사로 영입해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 학습 기회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2019년 하반기부터 정교사 2급 자격 취득을 위한 특별과정을 활성화하고 신산업분야 전문가를 5년~10년 임기제로 채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또한 사범대에 재직자 특별전형을 도입할 참여 대학을 발굴해 2022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올해 상반기 중 현장실습 기업 참여 기준과 절차를 합리화하고 현장실습을 3학년 2학기에 단일 교과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지역사회 및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지역산업 밀착형 직업계고’를 2019년도 5개교에 시범 도입하고 2022년까지 50개교로 확대한다. 지역의 명장을 교수 인력으로 활용하거나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협동조합 등을 학교 안에 설치해 현장 실무교육을 강화하고 지역 기업으로의 취업 연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직업계고 졸업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취업 지원을 확대하는 제도도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에 걸쳐 추진한다. 전체 채용 인원 대비 고졸 채용 비율을 확대한다. 국가직 지역인재 9급은 2018년 7.1%에서 2022년 20%까지, 지방직 기술계고 채용은 2018년 20%에서 2022년 30%까지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공공기관은 자체적으로 적정 고졸 채용 목표 비율을 설정하고 정부는 목표 이행을 기관에 권고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선 취업 후 학습 우수기업’ 인증제를 실시해 기업들이 능력 중심의 고졸 인재를 채용하고 고졸 재직자들이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선 취업 후 학습 우수기업 인증을 받은 회사는 세제 혜택과 정책자금 지원, 공공입찰 가점, 중소기업 지원사업 평가우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올해 상반기에 인증심사지표를 마련하고 하반기에 정책홍보 및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의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 직업계고의 한 교사는 “정부 방안이 현실을 감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학 진학을 사회 진출의 필수 과정으로 보는 사회 인식이 고착화돼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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