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아베는 왜 외국인 노동자에 집착할까
[기획]아베는 왜 외국인 노동자에 집착할까
  • 조민준 기자
  • 승인 2019.03.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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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해소와 내수 유지에 필수…영주권제도 등 도입해 인재 확보 속도
아베 신조 수상은 최근 국회 연설에서는 “우리는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라고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저는 전 세계에서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일본을 만들아 나갈 것입니다”라고 역설했다. 노인의 나라로 향해가는 일본에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아베 신조 수상은 최근 국회 연설에서는 “우리는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라고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저는 전 세계에서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일본을 만들아 나갈 것입니다”라고 역설했다. 노인의 나라로 향해가는 일본에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은 오래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 끌어들이기에 공을 들여오고 있다. 특히 아베 정권 들어서 그 움직임이 확연하다.

일본 국내 외국인 노동자 수는 아베 신조 수상이 집권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70만명에서 13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베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가 주된 요인이다.

대표적인 게 아베 정권이 2017년에 도입한 ‘일본 영주권(Japanese green card)’ 제도이다. 1년 안에 고도의 기술을 갖추게 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영구 거주를 허락한다는 게 내용인데, IT를 비롯한 기술직을 원하는 동남아시아 지역 취업 희망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유혹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또 지난해 12월에는 외국인 블루컬러(육체) 노동자를 처음으로 받아들이고 영구 거주의 길을 여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적절한 수준의 일본어 구사 능력과 기술 실력을 입증한 노동자에게는 사전에 선정한 14개 산업 분야에서 최대 5년 동안 일을 할 수 있는 비자가 발행된다. 기술 수준이 높은 노동자에게는 영구 자격이 부여될 수도 있다. 단 하나 걸림돌은 비자를 발급받더라도, 해당 노동자는 자신의 가족을 5년 동안 일본에 데려 올 수는 없다는 단서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새로운 제도와 법까지 동원해 외국인 노동자 확보에 나서는 걸까. 우선은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게 목적이다.

일본은 이미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해 있다. 여기다 저출산(2018년 1.42명)까지 겹치며, 지난해에는 자연인구 감소 현상도 나타났다. 힘쓰고 못쓰고를 떠나 절대적인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어 의욕과 힘이 넘치고 성실하기까지 한 외국인 노동자는 특히 일손 부족이 극심한 농업이나 건설업에는 신이 내려준 선물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또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은 단순한 인력난 해소의 의미를 넘어서, 고용 기업에는 인구감소로 쪼그라드는 국내 시장의 현상 유지를 넘어서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를 매개로 그의 나라에 진출하는, 즉 좀 더 효과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베 수상은 기본적으로 일본 경제가 단단한 성장세를 이어가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베 정권은 500조엔(약 5000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국내총생산(GNP) 규모를 2020년까지 600조엔으로 끌어올린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그런데 전망이 썩 밝지는 않다.

지난해 GNP는 3분기(7~9월)에 2.5% 감소하는 등 부진해 550조엔을 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일본 경제가 좀처럼 활기를 띄지 못하고 한계를 보이는 원인이 인적 자원 부족에 있다고 지목하고 있다.

그래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여성과 고령자의 취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진전 기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구직대비구인비율은 1.64를 기록했다. 164개의 일자리가 있는데 일하려는 사람은 100명이라는 뜻인데, 44년에 걸쳐 가장 큰 격차다. 그 만큼 절대 인력이 부족하단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 유치에 더욱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확보도 쉽게 풀려가지는 않고 있다. 한 예로 지난 2017년 일본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학생이 약 2만3940명에 달하는데, 그 중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은 36%다. 일본 현지에서 장기간에 걸쳐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높은 취업률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업이 요구하는 언어 소통과 업무 능력 조건을 충족하는 외국인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이 비율을 50% 올리는 게 목표다.

또 하나 일본이 제시하고 있는 제도적 조건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따져볼 문제다.

특히 블루컬러 노동자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의 동반을 허락하지 않아, 일본 취업보다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는 2018년 6월 시점에 말레이시아와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137만명에 이른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이주민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6%이다. 태국(5.2%), 일본(1.8%), 한국(2.3%)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에 이처럼 외국인이 몰리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소통되는 언어가 영어, 말레이아어, 중국어 등 다양하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대중교통도 잘 발달돼 있어, 외국인도 별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국가이다.

스위스의 비즈니스학교 IMD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글로벌 인재 유치 능력에서 전체 63개국 중 13위에 올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일본은 29위에 랭크됐다.

이런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도 빠른 속도로 글로벌 인력 유치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갈수록 외국인 노동자 확보의 전망은 만만치 않다.

아베 수상은 외국인 노동자 유치하자는 목소리를 더 높여가고 있다.

얼마 전 국회 연설에서는 “우리는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라고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저는 전 세계에서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일본을 만들아 나갈 것입니다”고 역설했다.

노인의 나라로 향해가는 일본에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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