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블록체인, 거품인가? 미래의 혁신 아이콘인가?
[시선]블록체인, 거품인가? 미래의 혁신 아이콘인가?
  • 문현지 기자
  • 승인 2019.03.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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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열기만큼이나 논란도 거세다. 명칭부터 혼란이다. 가상화폐냐 암호화폐(Crypto Currency)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 맞다고 한다.

화폐라는 단어 사용에도 논란이다. 유시민 작가를 비롯한 일부 지식인들은 암호화폐에 화폐란 용어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이유는 화폐란 교환의 매개수단이고 가치가 변동없이 거래수단으로 써야 한다는 것. 그런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커서 화폐로 적정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반면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비트코인같은 암호화폐도 “실질적 가치를 경험하게 되면 ‘매개’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에 화폐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대표는 "알고리즘 기반 화폐와 정치 기반 화폐의 차이가 있을뿐이지 비트코인도 화폐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도 맹점은 있다. 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처음에 화폐로 만든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화폐로 성장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비트코인은 시스템이고, 이더리움이나 리플은 개인이 발행한 사금융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또 비트코인이 자랑하는 보안과 신뢰성에도 최근 잇따른 해킹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정시켰다.

최근 우리나라에 몰고온 광풍의 가상화폐 근원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당초 블록체인 기술을 언급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의도는 암호화폐로써의 기능만 생각했을지 모르나, 블록체인을 활용한 분야는 화폐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블록체인의 용도는 전자화폐 한 가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것이 블록체인 1.0이다. 사용자는 이미 구현되어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퍼블릭 체인만 존재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만든 가상화폐 이더리움(Ethereum)이나 미국이 만든 리플(Ripple) 등으로 대변될 수 있는 블록체인 2.0으로 발전하면서 전자화폐로써의 가치 외에 다양한 용도의 블록체인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블록에 담을 수 있었던 한정된 정보량을 확장할 뿐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블록의 조건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도록 개선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처음 고안한 사람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개발자이다. 그는 2008년 10월, 암호화 기술 커뮤니티 메인에 ‘비트코인, P2P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을 올렸다. 여기서 그는 비트코인을 “전적으로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만 오가는 전자화폐”라고 소개하고 “P2P 네트워크를 이용해 이중지불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P2P 네트워크를 통해 이중지불을 막는데 쓰이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신용이 아니라 시스템에 기반한 네트워크를 구성한 덕에 제3자가 거래를 보증하지 않아도 거래 당사자끼리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구상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두 달쯤 지난 2009년 1월,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선보임으로써 논문 속 내용을 직접 구현해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구상된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를 넘어 다양한 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런 블록체인 활용사례를 보면 단순한 열풍으로 끝날 것인지, 미래를 여는 혁신의 아이콘이 될지 궁금하다.

블록체인, 공인인증서를 대체한다

금융거래는 신용을 담보로 한다. 금융거래에서 은행과 카드업체 같은 중개기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신용카드사는 지급결제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신용카드사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 인증해줌으로써 결제의 편의성이 향상됐다.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과거에 없던 불편함도 발생했다. 중개기관 등장으로 인한 결제수수료가 생긴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계약 상태 등에 따라 다르지만 거래당 약 2% 수준으로 부담된다. 그리고 결제금액이 카드사를 거쳐 3일 후 지급되기 때문에 현금화 기간도 생겼다.

그렇다면 중개기관인 신용카드사 없이 구매자와 판매자를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블록체인이 답이 될 수 있다. 거래 내역을 블록에 담아 처리하는 것으로 중개기관이 배제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거래뿐 아니라 금융기관이 중개하는 송금, 결제, 그리고 공인인증서까지 모두 블록체인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중개기관이 사라지거나 역할이 축소되면 그만큼 거래 비용과 시간이 절감된다. 블록체인으로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분야는 바로 공인인증서다.

블록체인, 회생의 기회로 삼다

2017년 대한민국에 가상화폐 광풍이 불고 있을 때, 해외에서도 그 바람은 만만치 않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를 직접 거래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상화폐 즉 블록체인과 연관된 기업들에 쏠리는 투기바람도 가히 광풍의 수준이었다. 특별한 블록체인 기술이 없어도 블록체인과 관련된 단어만 언급해도 해당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였다. 

‘옛것만 고집하다 망하다’라는 뜻으로 ‘Being kodaked(코닥이 되다)’라는 말로 설명하듯이 130년 역사의 코닥(Kodak)은 한때 전 세계 필름시장을 주름잡았지만 1990년대 들어 디지털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그런 코닥이 최근 블록체인 사진거래 플랫폼인 ‘코닥원’(KodakOne)을 열고 이 플랫폼 안에서 쓰일 가상통화 ‘코닥코인’(KodakCoin)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플랫폼을 만들기 전인데 계획만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블록체인에 사진의 저작권 정보를 저장하고 스마트 계약으로 사진거래 결제까지 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사진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면, 소비자는 ‘게티이미지’(Getty Images) 등 기존 사진공유 플랫폼에서처럼 과도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원작자 역시 저작권료를 더 높이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코닥은 ‘사진 명가’로서의 명성을 되찾고 불법 도용 사례를 찾아내 저작권 관리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블록체인이 꺼져가는 사진 명가의 기업을 회생시킬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블록체인, 새로운 판을 짜다

자동차의 미래는 ‘차량공유 + 자율주행’으로 전망된다. 차를 살 필요 없이 ‘쏘카’처럼 차량공유 앱으로 호출하면 자율주행차가 알아서 찾아와 최적의 주행경로로 태워다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토요타는 둘 모두에서 뒤쳐져 있다. 그래서 우버나 리프트 등 기존의 차량공유 생태계에 편입되거나 아니면 독자적인 차량공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토요타가 꺼내 든 카드는 블록체인 차량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중개자가 필요 없는 P2P 자동차 공유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5월부터 MIT 미디어랩과 손잡고 블록체인을 기술을 응용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차량을 이용하는 단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인증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토요타는 이를 통해 더 저렴하고 편리하게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발 늦은 차량공유 생태계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차량에 장착된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쌓이면 이를 보험회사와 공유해 정확한 보험료 산정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공룡을 키운다

세계적인 식품 체인업체인 월마트는 최근 블록체인으로 식품유통 전 과정을 투명화하면서 전 세계인의 식탁을 지배하려는 구상을 했다. 이를 위해 IBM과 2016년 10월부터 블록체인을 통한 농축산품 유통에 대한 추적 실험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월마트의 돼지고기 이력 추적. 돼지가 어디서 키워지고, 어떻게 도축돼, 어떤 경로로 매장에 들어왔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먹거리’ 안전은 전 세계 식품업계의 공통된 난제. 최근 블록체인이 식품안전을 해결할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급, 검수, 유통의 전 과정이 블록체인에 저장돼 어느 과정에서 변질·오염이 됐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돼지고기에 오염·변질 문제가 발생하면 기존에는 수백 명 조사관이 2주 정도 조사를 해야 이력을 추적할 수 있었는데 블록체인 실험결과 단 몇 분 만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월마트도 같은 방식으로 망고의 이력추적을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테스트한 결과 망고 포장지의 QR코드를 스캔했을 때 멕시코 농장에서부터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2.2초 만에 추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록체인에 고기 부위 하나하나, 망고 과육 하나하나의 DNA 정보까지 저장할 수 있다면 식품유통이 완전히 투명해지고 그 기업이 전 세계 식탁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어380’ 제조사인 유럽의 에어버스는 블록체인을 부품의 생산과 유통에 적용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2015년부터 3D 프린터로 항공기 부품을 만들어 제작시간과 경비를 줄여왔는데 최근 3D 프린팅 부품의 생산과 이동과정까지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고 있다. 일본의 도쿄전력처럼 태양광을 이용하여 개인이 전력을 생산하여 개인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방어목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경우도 생겼다.

가상화폐나 암호화폐로 대변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다양한 기업에서 여러가지 목적으로 기획되고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지금은 가상화폐 시장이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결국은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가는 핵심 키워드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중요한 것은 누가 블록체인 기술을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에 접목하여 서비스할 것이냐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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