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구자덕 리맨 대표 “‘디지털기기 종합 자원순환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기부플랫폼도 런칭 계획”
[초대석] 구자덕 리맨 대표 “‘디지털기기 종합 자원순환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기부플랫폼도 런칭 계획”
  • 윤화정 기자
  • 승인 2022.06.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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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맨의 기업가치는 요즘 이슈인 자원 순환과 환경에 있죠. 최근 ESG 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부각되고 있는 이들 두 가지 이슈는 아주 오래전부터 관심거리였습니다.”

컴퓨터·노트북 등 디지털정보기기를 재이용하는 친환경 사회적기업 경영자답게 구자덕 리맨 대표의 첫 마디는 자원 순환과 환경을 화두로 꺼냈다.

“요즘 버려지는 IT기기가 정말 많습니다. 컴퓨터만해도 매년 400만 대 정도가 새 것으로 교체되면서 버려질 정도입니다. 데스톱컴퓨터 1대의 무게가 10kg도 안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금속을 고려할 때 버려지는 컴퓨터를 재활용하는 데 따른 환경적 가치는 엄청나다고 봅니다.”

구 대표가 재활용에 대한 개념을 갖게 된 것은 고물상을 운영한 부친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부친의 생활신조가 ‘쓰레기는 곧 돈이다’라는 것이었고 실제 고물상에 버려지는 것들 중에서도 쓸만한 물건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이 때문에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평소 환경운동을 해오면서 개인적인 삶과 조직의 가치관을 정립하게 됐고 이것이 사회적기업 리맨을 창업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젊은 시절 IT 제품 렌탈회사를 운영했는데 당시 렌탈됐다가 반납된 물품을 중고처리하는 사업부서가 따로 있었죠. 이를 확장해 기업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버려지는 자원을 순환하고 활용하는 미션을 가진 비즈니스 모델로 분사, 창업한 것입니다.”

구 대표가 리맨을 창업한 것은 2008년이다.

창업초기 사명은 ‘한국컴퓨터재생센터’였다. 사명 그대로 IT 자원순환이 핵심 가치다.

인력이라고는 생각을 같이하는 동업자를 포함해 10명 안팎. 매출 역시 연 20억원대에 불과했다.

그동안 성장을 거듭했고 업력 14년차답게 이제는 어엿한 기업규모도 갖췄다.

리맨은 현재 상시 종업수만도 42명에 이르고 매출도 연간 약 1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사업 성장과 함께 사업장도 임차에서 벗어나 자가 소유로 바뀌었다.

경기도 포천 본사에 대지 면적 3672㎡(1110평), 건물 1818㎡(약 550평) 규모로 마련했다.

구 대표는 “어려운 시기를 모두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이 있듯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뜻하지 않는 기회를 찾기도 하는 게 재활용 업의 특성”이라며 리맨의 성장 배경을 설명했다.

한 예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때 IT재활용업계는 비대면화상회의나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중고컴퓨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호재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중고컴퓨터 재제조 기술이 자원순환을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과거 전자제품은 금을 일부 사용했으나 최근 나온 제품의 경우 공정 발달 등으로 금 함유량이 적어졌습니다. 따라서 폐컴퓨터를 처리할 때 예전엔 금을 수집했으나 요즘은 재사용, 재활용으로 가고 있는 추세죠.”

구 대표는 “컴퓨터를 비롯한 IT기기의 경우 기본적인 사용연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폐기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실제 버려지는 컴퓨터들 가운데 기본적인 문서나 인터넷 사용 등은 가능한 제품들이 많다”며 “이들 중고컴퓨터는 시장의 판단에 따라 도소매 처리하기도 하고 기증처리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도소매처리되는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재구매되거나 해외로 수출되기도 한다는 것.

구 대표는 “중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대부분 다시 구매하는 것보다는 버리는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그래서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통합적으로 제품을 기증받는 통합플랫폼 마련을 준비 중”이라고 공개했다.

리맨은 개인에게 중고제품을 매입하지는 않는다. 대기업, 금융사, 외국계기업이나 정부기관, 지자체 등에서 사용연한 등으로 경매처리되는 제품들을 매입하고 있다.

구 대표는 “IT기기 재활용 업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IT중고자산 처리할 때 데이터 삭제를 포함해 정보를 완벽히 파기하는 ITAD(IT Asset Disposition)서비스”라고 했다.

“우리가 핸드폰을 교체하면서 예전 것을 버릴 때 내부에 있는 개인 정보들이 유출되지나 않을까 찝집해 하잖아요. 똑같이 기업에서도 중고IT기기를 배출할 때 혹시 고객정보든 기업 데이터든 정보 유출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어느 기업이든 고객 정보 보안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래서 IT재활용 업계는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중고자산을 처리합니다.”

구 대표는 아무리 새 것 같은 기기라도 고객이 물리적인 폐기 처리를 원할 경우 저장장치를 천공이나 분쇄하는 형태로 처리한다는 것.

또 재사용을 목적으로 판매를 희망하실 경우에는 소프트웨어적으로 데이터를 완전 삭제해 준다. 이 때 저장장치별 데이터삭제보고서도 별도로 받아불 수 있다고 했다.

구 대표는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은 목적이 같지만 제품 성격은 다르다”며 “이들 재제조 등의 제품을 ’리맨컴퓨터’라는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생컴퓨터 판매업체들이 많이 생기면서 리맨은 재생컴퓨터 생산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폐기되는 제품에 대한 자원순환으로 시선을 전환했고 스마트생태공장 구축을 통해 폐기제품에 대한 고철, 비철 및 혼합플라스틱에 대한 선별을 통해 자원의 선순환으로 사업영역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ITAD로 나오는 외산 중고컴퓨터와 부품들은 필리판, 중국, 싱가폴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RAM이나 CPU 등 부품에 대한 수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구 대표는 “중고컴퓨터의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 사업을 통한 리맨의 영업이익은 약 3% 내외”라고 귀뜸했다.

유통만이 아니라, 데이터삭제부터 재생, 재제조, 재활용까지 많은 서비스, 제조공정을 고려한다면 높은 수익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시장을 리맨이 먼저 투자하기에 지금 단계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은 이익은 아니라는 게 구 대표의 생각이다..

구 대표는 “어렵더라도 자원순환의 모델을 만드는 것이 리맨의 역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리맨이 추구하는 목표는 ‘디지털기기 종합 자원순환기업’이죠. 재생, 재제조만이 아니라 재활용까지 확대해 어떤 품목이라도 물건으로서의 가치, 물질로서의 본래 가치를 최대한 복원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구 대표는 그래서 리맨이 취급하는 제품을 컴퓨터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지털기기로, 또 기업배출 제품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배출 제품까지 확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기기 자원순환을 통해 자원 절감, 에너지 절감은 물론 탄소 배출 저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기업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탄소배출권을 판매하는 등 강한 재제를 하는 등 탄소배출 저감이 국가 정책만이 아니라 기업, 좁게는 개인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플라스틱 재사용 소재 사용(페트 등)에 대한 수요도 서서히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반사효과로 매출증대도 기대하고 있다.

구 대표는 이미 국내 유명 대기업에서 선별된 플라스틱류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데이터삭제프로그램으로 폐컴퓨터의 정보를 지우는 보습
데이터삭제프로그램으로 폐컴퓨터의 정보를 지우는 보습

구 대표의 경영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소비자도 즐거워야 하지만 리맨 구성원도 즐거워야 한다”며 “직원들이 워라벨 있는 삶을 살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리맨 직원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주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출근은 오전 8시에 하고 퇴근은 오후 5시에 하도록 출퇴근시간을 일부 조정했다는 것이다.

또 회사 이익의 일부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직무능력 개발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사안을 결정할 때는 노사동수의 리맨운영위원회를 통해 협의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월요일에는 출근하고 싶고, 직원들 스스로 지인들에게 리맨 입사를 추천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게 구 대표의 희망이다.

구 대표의 리맨 경영시간도 설정해놨다. 2030년까지는 구 대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후에는 젊고 유능한 경영인에게 리맨을 맡기고 겠다는 계획이다.

구 대표는 리맨을 통해 사단법인 비영리IT지원센터와 함께 디지털기기 기부플랫폼을 새로 런칭할 계획이다.

“10년전에 비해 기부 경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합니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가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그것보다 비영리단체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금은 없어도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 컴퓨터는 있지 않습니까. 현금이 아닌 현물을 기부하고 기부된 물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추적하고, 기부 가치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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