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페라 ‘카르멘’ 출연자들의 21세기 연애론 “사랑과 질투는 언제나 함께 간다!?”
[인터뷰] 오페라 ‘카르멘’ 출연자들의 21세기 연애론 “사랑과 질투는 언제나 함께 간다!?”
  • 유승철 대기자
  • 승인 2022.12.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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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인간의 내면에 들어있는 사랑의 구차한 배반성을 어떻게 고발할까를 고민하라”
-베르노카 하즈노바 “카르멘은 새처럼 자유로운 사랑을 갈망했던 여인”
-한예진 “일에 대해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친 여장부 캐릭터의 카르멘”
-한윤석 “돈 호세는 착하고 순수하지만 사랑의 쟁취욕이 강했던 인물”
-지리 미쿨라 “극적이고 감정적인 두 가지 감성의 아리아에 포인트”
-강화자 “송년의 관객들이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계기로..”
카르멘 공연 장면과 ‘2022 카르멘’의 주요 인물들. 좌로부터 연출 강화자, 카르멘 역의 베르노카 하즈노바 및 한예진(전 국립오페라단장), 테너 한윤석
카르멘 공연 장면과 ‘2022 카르멘’의 주요 인물들. 좌로부터 연출 강화자, 카르멘 역의 베르노카 하즈노바 및 한예진, 테너 한윤석

말투가 조금만 다정해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도끼병 환자(자신에게 빠졌다고 믿는 망상)’는 여자에 비해 남자가 많다는 것이 미국 블루밍턴 인디아나대학과 예일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2008.4. UPI통신)라고 한다.

그렇다면 19세기 프랑스 귀족들에게 억압받던 집시의 여인이지만, 부르주아들의 차별과 불평등에 저항하며 자유를 부르짖었던 카르멘을 사랑한 두 남자, 즉 직업군인 돈호세와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벌인 사랑전쟁은 ‘도끼병’ 환자 짓일까? 아니면 연민일까.

이들이 주인공인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이 베세토오페라단 창단 25주년 기념 공연으로 10~1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여 주인공 카르멘은 '남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치명적인 섹시 여인'이라는 팜므파탈로 본다면 국내 인물에서는 어우동이나 황진이와 비견될지도 모른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카르멘은 화려한 외모와 선정적인 몸매를 무기로 남자들을 감미롭게 유혹한 후 파멸로 이끈다는 악녀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성악가 마리아칼라스는 “카르멘 역으로는 절대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는 일화마저 전해진다.

이번 21세기 공연에서는 카르멘 역에 베르노카 하즈노바(체코 출신 메조소프라노)와 한예진(전 국립오페라단장)이 더블 캐스팅됐다. 그들을 서울 강남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하즈노바는 카르멘에 대해 “1막에서 ‘사랑은 길들일 수 없는 새’라는 아리아 <하바네라> 가사에 그녀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며, “지금까지 많은 공연을 했지만, 이번 <카르멘>에 모든 열정을 쏟고 있는 만큼 관객들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습실에서 만난 '카르멘' 공연 관계자들. 위 왼쪽부터 ‘에스까미요’역의 바리톤 박경준(‘오페라와 썸타는 남자’ 저자), ‘돈 호세’ 역의 테너 한윤석(영국 Art Axis Music소속 아티스트), 아래 왼쪽부터 지휘 지리 미쿨라(체코 프라하 국립오페라단 상임 지휘자), 연출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 단장), ‘카르멘’ 역의 베르노카 하즈노바(체코 출신 메조소프라노)
​연습실에서 만난 '카르멘' 공연 관계자들. 위 왼쪽부터 ‘에스까미요’역의 바리톤 박경준(‘오페라와 썸타는 남자’ 저자), ‘돈 호세’ 역의 테너 한윤석(영국 Art Axis Music소속 아티스트), 아래 왼쪽부터 지휘 지리 미쿨라(체코 프라하 국립오페라단 상임 지휘자), 연출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 단장), ‘카르멘’ 역의 베르노카 하즈노바(체코 출신 메조소프라노)

한예진은 “카르멘은 일에 대해 독립적이며 자신감 넘쳤고, 사랑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생각을 갖고 있는 여장부 기질의 캐릭터”라며, “가장 화려한 송년의 밤을 선사하기 위해 가장 매력적이고 정열적인 카르멘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카르멘의 매력에 빠져 ‘도끼병 환자’라는 누명을 쓰게 된 돈호세의 행동과 심리를 해당 연기자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영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무대에서 활동하다 이번 배역을 위해 귀국한 테너 한윤석은 “귀족출신 돈호세는 착하고 순수한 인성과 극한의 다혈질 성격을 동시에 가졌고 사랑의 쟁취욕이 강하므로 카르멘에 집착해 살인을 저지르게 됐다”고 해석했다.

카르멘 공연 현장 (사진=베세토오페라단 제공)
카르멘 공연 현장 (사진=베세토오페라단 제공)

하지만 “죽일 수밖에 없는 것도 사랑이 바탕이 된 행동이기에 그것에 대한 당위성을 예술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며, “돈호세 역을 많이 공연했던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비제의 천재적인 음악성과 연극적인 요소를 구현해 관객에게 잊지 못할 오페라의 감동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오페라 <카르멘>의 지휘는 체코 프라하 국립오페라단의 상임 지휘자 출신 지리 미쿨라가 맡는다. 2001년 프라하의 스테이트 극장에서 첫 무대에 선 후 20여 년간 총 150여회의 <카르멘> 음악을 지휘해온 인물.

그는 SNS를 통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페라 <카르멘>의 메시지는 ‘사랑과 질투는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하고, “음악이 매우 극적이고 감정적(dramatic & emotional)인 아리아들이기에 두 가지 감성에 포인트를 두어 표현하겠다”는 연주계획을 밝혔다.

카르멘 공연 현장 (사진=베세토오페라단 제공)
카르멘 공연 현장 (사진=베세토오페라단 제공)

이번 공연의 연출은 맡은 베세토오페라단 강화자 단장은 20회 이상 <카르멘>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거나, 직접 공연을 기획 제작함으로써 ‘국내 최고의 카르멘 박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

그는 <카르멘>을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드려다 볼 수 있는 오페라”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천재 작곡가 비제의 음악적 특성을 음표 하나하나마다 완벽한 화음으로 살려 좀 더 리얼한 극적 드라마로 그려 보겠다”는 것.

연출의 역점부문에 대해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카르멘이 빚어낸 사랑의 종말은 과연 아름다울까? 인간의 내면에 들어있는 사랑의 구차한 배반성을 어떻게 고발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며, “연말 관객들에게 사랑의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직업군인 돈 호세와 투우사 에스카미요는 팜므파탈에 무너진 ‘사랑의 실패자’일까? 아니면 ‘아름다운 사랑’에 목숨을 건 순애보일까. 해석은 결국 관객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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