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없이 권한만 누리는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만 178건....공익법인에 이사 등재 집중
책임 없이 권한만 누리는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만 178건....공익법인에 이사 등재 집중
  • 문현지 기자
  • 승인 2022.12.2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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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22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공개
“내년 공익법인 의결권 준수 등 실태조사 실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된 제도적 장치들이 강화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측면에서 총수일가 견제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참석한 이사회 안건 대부분은 원안통과됐고, 총수일가는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책임없이 권한만 행사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기업집단이 24곳에 달했고 특히 총수 일가가 기업집단의 주력회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도 집중적으로 이사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랐다.

총수 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비율이 높은 기업은 ‘하이트진로’, ‘유진’, ‘중흥건설’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67개 집단 소속 2521개 회사(상장사 288개·비상장사 2233개)의 총수 일가 경영 참여, 이사회 구성·작동, 소수주주권 작동 현황 등을 분석했다. 올해 지정된 76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두나무 등 8개 신규 지정 집단과 동일인이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집단인 농협은 제외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기업집단은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씨제이, DL, 부영, 미래에셋, 네이버, 금호아시아나, 셀트리온, 넥슨, DB, 코오롱, 한국타이어, 이랜드, 태광, 금호석유화학,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대방건설, 하이트진로, 유진 등 24곳이다.

다만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그룹 회장은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경영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8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되기 이전에는 취업제한을 적용받은 바 있다.

총수가 있는 58개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 2394개부터 살펴보면,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경우는 총 178건(임원이 여러 회사에 재직하는 경우 중복 집계)이었다.

총수 일가가 1명이라도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의 비율은 5.3%(126개)로 전년보다 0.4%포인트(p) 감소했다.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 등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한 양상을 보였다.

178건 중 절반 이상(58.4%)인 104건이 규제 대상 회사 직위였다.

사익편취 규제대상-비규제대상 회사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 (단위 개 사, %).
사익편취 규제대상-비규제대상 회사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 (단위 개 사, %).

총수는 평균 2.4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했다.

미등기 임원 겸직 수는 '중흥건설'(10개), '유진'(6개), 'CJ'(5개), '하이트진로'(5개) 순으로 많았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비율이 46.7%(15개 계열회사 중 7곳)에 달했다.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348개사(14.5%)로, 분석 대상 회사의 전체 등기이사 8555명 중 480명(5.6%)이 총수 일가였다.

총수 본인은 평균 3개 회사, 총수 2·3세는 평균 2개 회사에 이사로 재직했다.

총수 본인의 이사 겸직 수는 'SM'(13개), '하림'(7개), '롯데'(5개), '영풍'(5개), '한라'(5개), '아모레퍼시픽'(5개) 순으로 많았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주력회사(37.1%),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34.0%), 지주회사(87.5%)에서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비율이 높았다.

특히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의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66.7%로 계열사 주식을 미보유한 공익법인의 총수일가 이사등재비율(35.7%) 보다 훨씬 높았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내년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공익법인이 본연의 사회적 공헌 활동보다 편법적 지배력 유지·강화에 활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공익법인이 의결권 제한 의무를 잘 준수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사외이사, 내부 위원회, 전자투표제 등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7개 대기업집단 소속 288개 상장사의 이사 중 사외이사 비율은 51.7%로 절반을 넘었다.

상장사는 대부분 관련법상 최소 선임 기준을 충족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있으며, 법상 최소 선임 기준 보다 총 114명을 초과해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사회 안건 8027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55건(0.69%)에 불과했다.

이사회가 여전히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에 그친 모습이다.

또한 ESG 경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면서 사회 내 ESG위원회를 다수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위원회 설치 비율은 46.9%로 전년에 비해 29.7% 포인트 대폭 상승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이사등재 비율, 사외이사 및 위원회 설치, 소수주주권 행사 등 제도적 장치는 지속적으로 정착해가는 반면 실질적인 운영 측면에서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에 미흡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평했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현황 등 정보를 지속적으로 분석·공개해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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