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의 인문학]무질서 속에서 완벽한 조화를 보다
[이상옥의 인문학]무질서 속에서 완벽한 조화를 보다
  • 이상옥 tEchNo 인문학 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6.14 2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트남은 사히주의공화국이다. 북으로는 중국과 접하고 있고, 서로는 라오스와 캄보디아 동으로는 바다로 이어져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외침이 끊이지 않았고, 크고 작은 전쟁과 분쟁으로 시끄럽다. 1884년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반도에 속하여 약 60년 동안 식민지 생활를 하다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해방되었다. 이런 역사적인 닮은 꼴 때문에 베트남은 우리랑 많이 닮아 있다. 특히, 같은 유교 문화권인데다 근면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성실한 점까지 문화, 정서적으로 친근감이 가는 나라이다.

 

최근엔 박항서 감독의 활약과 K-POP 및 드라마의 영향으로 친밀도는 최고조에 올라와 있다.. 이런 베트남을 난 처음 방문했다. 4월 초의 애매한 날씨 때문에 입고갈 옷을 선택하는데 어려뭉이 있었지만 처음 찾은 베트남은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마침 흐린 날씨 덕분에 있는 동안에 무더위를 경험하지는 않았다.

처음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 느낀 소감은 매우 소박하다는 것이다. 제주도 국제 비행장같은 크기에 하노이 공항는 분주함과 마중인력으로 어수선함하여 70~80년대 우리의 모습처럼 보였다.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의 낯선 해외여행과 가족단위로 배웅하고 맞이하는 모습이 그렇다. 현지 주재원에게 물으니 아직 베트남은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완경이 아니라서, 해외 나들이는 이벤트이자 소수 선택받은 자들의 여유로 해석되었다.

공항을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중에 비친 하노이의 모습은 비교적 께끗하고 정갈한하다는 것이다. 복잡하지 않은 구조와 조직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주거환경은 인상적이다. 특히 일관된 앞면적과 직사각형으로 길게 나열되어 있는 집구조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제야 베트남이 공산국가란 것을 깨달았다. 일정하게 배정한 전면부에 비해 뒷구조는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에 최대한 허용된 범위에서 길게 구조화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노이를 비롯해 베트남 곳곳에 위치한 주택은 특이한 외관으로 주목을 끄는데, 좁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옆 건축물과 좁은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마치 레고를 조립한 듯 일괄된 크기와 모양을 보여주고 있고, 창이나 문을 건물 옆면에 내지 않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그 이유는 베트남의 토지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사회주의 공화국인 베트남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보수적인 토지정책을 시행하였고, 자국민들에게 토지를 배분할 때 직사각형 모양으로 토지를 배분해주었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호치민 광장'이라고도 불리는 바딘 광장(Ba Dinh Square)이다. 호치민은 미국과 프랑스를 물리치고 베트남의 독립을 실현시킨 베트남의 영웅이자, 베트남 국민의 정신적인 지주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호치민의 유해가 안치된 바딘 광장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가장 큰 자부심이자 상당한 의미를 가진 장소라고 할 수 있죠. 호치민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장소이기도 한 이곳은 베트남의 아픈 역사와 동시에 자부심이 서려 있는 유의미한 광장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베트남 방문을 통해 깊게 인상을 남긴 것은, 무한한 잠재력이다. 20대에서 40대까지 젊은 층이 전체 인구 중 70%를 차지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거리의 풍경을 보면 조만간 아시아의 신흥강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교통수단의 80%를 차지하는 오토바이가 대표적이다. 출퇴근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용되는 오토바이는 스피드와 신속한 변화를 상징한다. 사람과 차와 몇 안되는 버스와 어우려져 달리는 오토바이는 무질서하면서 지혜롭게 교통흐름을 유지한다.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있지만 대로변을 무단으로 횡단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베트남을 처음 찾은 촌놈들은 문화시민으로서 질서를 지키기 위해 신호등에 따라 횡단보도를 이용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 덜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무질서 속에 질서를 보게 된 순간이다.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오토바이에 남녀노소 할 것없이 자연스레 헬멧을 쓰고 뒷좌석에 매달려 가는 모습과 이런 것들이 모두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서비스는 물론 가격정책도 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젊은 세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의 사고방식, 삶의 터전, 문화 등등 짧은 여정 속에 젊은 친구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매우 건전하고 활기찼으며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젊은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은 그들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꽁까페’라는 곳인데, 스타벅스와 비슷한 카페이지만 작은 무대가 있고, 모든 좌석이 그 무대를 향해 있으며, 젊은이들은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함께 또래가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베트남의 문화공간은 최근 서울 명동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두 곳이 생겼다고 하니, 베트남을 가지 않아도 그들의 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실은 베트남이 커피 생산량 2위 국가라는 것이다. 쌀국수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베트남 커피이다. 베트남 커피는 인스턴트용이거나 싸구려인 로부스타로 알려져 있어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을 못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최고급 커피인 아라비카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질적인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는 추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베트남 전문 커피솦이 생기거나, 소비량이 증가하는 것만 봐도 위상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업무차 찾은 하노이에서 내가 묵었던 곳은 신시가지 한 복판에 있는 대우호텔(1996년 준공)이다. 20여 년전 대우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일찍이 김우중회장은 베트남 시장의 성장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호텔을 시작으로 도시설계까지 장기적인 플랜을 세웠떤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도 망명길에 있는 김우중회장이 하노이에 머물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가 베트남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베트남이 대우와 얼마나 밀접하게 비즈니스를 했는지 알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 IMF 경제위기가 없고, 대우가 여전히 세상이 좁다며 누비고 있었다면 베트남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비즈니스 측면이나, 문화, 경제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곳이며, 우리가 해야할 일이 많은 곳임엔 틀림없다.

이상옥 소장
이상옥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