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근무·장기휴가 가능'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유연해진 '근로시간제'
'주 69시간 근무·장기휴가 가능'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유연해진 '근로시간제'
  • 윤화정 기자
  • 승인 2023.03.0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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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 확정…연장근로 단위 '주'→'월·분기·반기·연'
과반수 노조나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등이 근로자대표 맡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정부가 주 52시간 제도에서 주 단위의 연장근로시간을 분기·월 단위 등으로 확대하는 등의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노사 합의 하에 인력이 필요할 땐 집중해서 일하고, 장기 휴가 등을 이용해 푹 쉬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동시에 사용자의 포괄임금 오남용을 막고, 근로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주 52시간제 유연화'다.

일이 몰릴 때에는 근로자가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이 없을 때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해 휴식권을 보장한다.

궁극적으로는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공짜 야근’을 없애기 위해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감독하겠다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됐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중에는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 많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169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반대할 것으로 예상돼,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국민 여론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공감하리라 본다”며 “국회와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하면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주 단위를 기본으로 해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로시간이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기본 40시간에 더해 최대 12시간 연장 근무할 수 있는 ‘주52시간 근로제’의 틀은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1주 단위’ 근로시간 제도는 70년 간 유지돼 왔다.

근로자 1명이 1주일에 53시간만 일해도 사업주가 범법자가 된다.

업무가 몰려 근로자가 실제로 더 일하더라도 52시간만 일한 것으로 허위 기재하는 경우가 많고, ‘공짜 노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정부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분기 이상의 경우 연장근로 한도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즉,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했다.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전체 근로시간을 관리하게 되면 주 단위 근로시간은 매주 달라질 수 있다.

일이 몰리는 주에는 근로시간이 많아지고, 일이 적은 주에는 반대로 줄어드는 식이다.

이 경우 한주에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정부는 일을 마치고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11시간 연속 휴식을 빼면 13시간이 남는다.

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 개념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휴게시간 선택권도 강화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시간 일한 뒤에는 30분, 8시간 일한 뒤에는 1시간 이상 쉬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사업장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일한 뒤 바로 퇴근하고 싶은데도 30분 휴식을 취하고 오후 1시 30분 퇴근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정부는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해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했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확대된다.

모든 업종의 정산 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린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1개월의 정산 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근로자 필요에 따라 주4일제, 시차출퇴근 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지만, 2021년 도입률은 6.2%에 불과하다.

근로자가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탄력근로제의 실효성도 높인다.

현재는 탄력근로제 도입 시 대상 근로자와 근로일, 근로시간 등을 사전 확정해야 하는데, 사후 변경 절차가 없다.

이에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로 사전 확정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근로자대표제도 정비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결정하려면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 합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나 방법 등 관련 규정이 없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선출 절차에 따르면 과반수 노조(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조)가 있으면 과반수 노조가 근로자대표를 맡는다.

과반수 노조가 없으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를 맡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도 없으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

특정 직종·직군의 근로자를 뜻하는 '부분 근로자'에만 적용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부분 근로자와 근로자대표가 협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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