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규제샌드박스,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보이지 않는다”
[칼럼] “규제샌드박스,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보이지 않는다”
  • 배재광 한국핀테크연구회장
  • 승인 2023.05.08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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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9일, 금융연수원 2층 혁신금융서비스 심사위원을 대면한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정책활동을 함께 했던 경영전공 교수, 자본시장법 전문가로 알려 진 법대교수가 있었다.

사실 두사람은 사업모델이나 규제설계(Regulatory Framework)에 밝지 못한 보통 한국 (정부향)전문가들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규제샌드박스는 설계자체가 문제다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제도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들의 독과점 구조를 해체하고 시장경제의 고유한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이다.

연초 윤석열 대통령이 무한지대를 추구하는 금융그룹에 대해 경고하고 경쟁체제를 도입할 것을 금융의 핵심과제로 삼은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석열 정부의 금융위는 달리 갈 길이 없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혁신금융서비스를 도입해 윤석열 대통령이 본 대로 금융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핀테크를 발굴해야 한다.

이미 2019년 여섯번의 연재를 통해 혁신금융지원법 규제설계의 문제를 조목조목 검토해서 개정을 요구했음에도 문재인 정부의 금융위원회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것은 대부분 기존 금융회사인 은행, 증권, 보험 등이다.

제도의 취지 자체가 몰각된 것이다.

이를 바로 잡는 것이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 규제샌드박스 원래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고 윤석열 정부의 금융위원회가 할 일이다. 두가지만 지적한다.

먼저 규제샌드박스는 팀장 정도에서 실행하는 실무적인 제도다.

장관이 최종 결정해야 할 내용이 아니다.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서비스 진입의 장벽을 낮춘 수단이 규제샌드박스 제도이다.

서비스를 쉽게 실행할 수 있고 가능성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혁신금융서비스 운영은 제도의 취지를 몰각한 결과다.

다음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과정에서 영업비밀을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

은행관련 서비스에 은행관련자가 전문가라고 앉아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영업비밀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콜롬부스의 달걀이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2019년 4월부터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총 238개 기업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았다(중복지정 포함).

은행 등 금융회사가 192개 기업(81%), 핀테크 등 스타트업이 46개 기업(19%)이다.

결론적으로 처음 잘못된 설계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제도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기존 금융회사의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등).

제도의 취지인 기존 금융에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한 경쟁요소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쟁강화에 의한 시장기능 회복에도 어긋나는 결과다.

시급하게 규제샌드박스 제도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

현재 혁신금융서비스의 주된 지정영역인 기존 금융회사 업무영역 문제나 법규해석과 적용의 문제를 규제샌드박스 제도와 분리해야 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업 238개 성격, 금융위 2023.4.)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기업 238개 성격, 금융위 2023.4.)

오픈뱅킹은 혁신금융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다

현재 오픈뱅킹은 핀테크와 금융 생태계 혁신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다.

그 최초의 제안자이자 설계자로서 공인인증서 적용없이 현금결제 등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낮춘 개방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능으로서의 오픈뱅킹은 더욱 확대되고 있으나, 혁신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서의 오픈뱅킹은 답보하거나 후퇴했다.

은행들과 기존 금융기관들이 참여하면서 오픈플랫폼이 오픈뱅킹으로 확대되고 은행들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면서 무한지대를 추구하는 독과점의 폐해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우리은행 담당자가 복잡하다는 이유 하나로 단 하루의 결제수수료 업무처리를 회피함으로써 결제업체는 서비스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독점의 폐해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담당자 한명의 일상적인 업무처리가 한 스타트업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독점에 의한 지배권의 남용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게 돼야 건강한 경쟁이 가능하게 되고 생태계의 자율성이 회복돼 시장경제가 활성화된다.

헌법에서 보장된 계약자유와 평등권, 시장경제원리에 기반한 당연한 기본권이고 경제질서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기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회복은 결국 우리나라 현행 헌법상 기본권과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질서를 강조한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질서이므로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위헌적인 행위에 해당돼 기관과 당사자는 기본권 침해, 업무방해 등 중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낱낱이 조사해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혁신을 담보할 것인가 독점을 강화할 것인가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그간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던 암묵적인 담합이 현대카드에 의해 해체된 것이다.

신세계(이마트) 그룹이 5월 중으로 스타벅스에 애플페이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룹사 결제서비스(SSG 페이, 스마일페이) 때문에 스타벅스 등 계열사에 애플페이 결제를 도입하지 않았으나 결국은 사용자 요구에 항복한 것이다.

애플페이가 늦은 진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는 힘은 사용자에게서 나온다.

애플이 이 시장지배력은 제도적으로 오픈뱅킹을 독점하는 규제를 만들고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에서 사용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은 스타트업들에게 자신들의 사용자를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술중립성에 반하는 금융보안, 기술트렌드에는 어둡고 뒤떨어진 보안심사 기준과 기술중립성에도 반하는 체크리스트로서 스타트업들에게 은행에 준하는 보안을 요구하고 서비스의 핵심경쟁력인 UI/UX까지 변경을 요구하는 업무집행을 중단해야 한다.

모든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핵심 경쟁력은 사용자 편의성과 차별화에서 온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 균형점을 찾아 간다. 보안은 그 과정에서 서비스에 맞게 시행된다.

모든 회사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고정불변의 체크리스트로 재단해서는 차별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사용자 편의성과 차별성이 보안강화와 상호모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서비스와 규모에 최적화된 보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1994년에 아마존 계정을 만들고 30년간 불편을 겪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4~5년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이용을 위해 다시 접속했을 때 불편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오픈뱅킹은 이용기관의 사용자들이 이용한지 3개월이 지나면 인증효과가 사라져서 다시 계좌등록을 하고 가입에 준하는 인증을 하게 한다.

그야말로 사용자(User)들은 3개월에 한번씩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오픈뱅킹이 아마존보다 안전하다 생각되지 않는다.

보안은 서비스에 맞게 회사가 자율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일응의 기준은 정할 수 있지만 금융결제원이나 금융보안원은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기술중립성에 반할 뿐 아니라 차별성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에 반한다.

무엇보다 혁신을 불가능하게 한다.

금융결제원의 오픈뱅킹(오픈플랫폼)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금융플랫폼이다.

한국핀테크연구회가 2015년 4월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2층 제6간담회실에서 주최한 포럼에서 영국 금융청(FCA)과 영국중앙은행(BOE)이 2013년에 오픈한 PSP(Payment Service Provider)의 소액결제시스템(clearing)을 고려해 제안한 것이다.

포럼에는 당시 도규상 금융위 서비스국장, 금융결제원 박광현 상무 등이 참석했다.

이날 포럼의 결론으로 금융결제원이 핀테크와 혁신금융의 핵심 자산인 오픈플랫폼(오픈뱅킹)을 담당하게 됐다.

만약 금융위원회가 오픈뱅킹 운영의 개방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혁신자산이 아니라 은행의 독점을 강화하는 도구가 된다.

윤석열 정부의 금융위원회가 이에 답해야 한다.

혁신을 담보할 것인가 독점을 강화할 것인가.

배재광 한국핀테크연구회장
배재광 한국핀테크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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