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상자산 거래소와 입법과제 : 중앙화된 거래소 없는 생태계 모색
[칼럼] 가상자산 거래소와 입법과제 : 중앙화된 거래소 없는 생태계 모색
  • 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의장
  • 승인 2023.06.1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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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점심약속으로 삼성역 근처를 지나는데 시위대 마이크 소리에 돌아 보니 건물 앞에 1인 시위자가 있다.

근처에 근무하는 후배가 다단계 K코인 때문이라고 한다.

문득 2017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는 도박이고 다단계 세력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는 말을 다시 떠올린다.

2018년 입법을 하겠다는 약속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동안 가상화폐 시장에는 다단계와 폰지가 폭풍처럼 휩쓸고 지나 갔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당국, 법률전문가 등 전문가 집단, 사업자들 모두 입닫했다.

코인이 다단계와 폰지로 진화한 이유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됐다.

박상기 전 장관이 입법을 예고한지 무려 6년이 지났다.

그 사이 가상자산 시장은 1,192개 코인이 상장했고 315개 코인이 상장 폐지됐다.

박 전 장관이 예측한 대로 다단계 코인과 폰지 사기로 피해자를 양산했다.

추측건대 지난 6년간 200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에서 언급된 다단계 K코인 하나가 피해규모가 7조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다단계 코인들에 루나-테라까지 포함시키면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가 나온다.

5대 거래소에만 지난 5년간 상장된 코인이 1,192개다.

2021년 3월까지 운영된 나머지 수십개 거래소를 고려하면 그 숫자는 최소 10,000여개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한다.

필자는 2000년께부터 시작된 글로벌 전자지불포럼, 전자화폐포럼 등의 이사로서 기존 법정통화(fiat)나 신용카드가 아니라 인터넷과 디지털 생태계에 적합한 비자캐시, 몬덱스캐시 등 전자화폐를 개발하고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참여했다.

2004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이중지불(double payment) 불가능한 전자화폐(electronic cash, electronic payment)를 개발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 기술중립성(Technological Neutrality)에 반하는 공개키기반구조(PKI) 기술로 개발한 공인인증서를 채택함으로써 전자화폐에 대한 기술개발이 중단됐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전자화폐포럼 등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이 디지탈 생태계에 적합한 전자화폐 개발 노력을 지속했으며, 2008년 ‘블록체인’을 개발했다.

전자화폐(electronic cash)로서 비트코인이다.

백서를 보면서 같은 PKI 기술로 우리는 ‘공인인증서’라는 가장 반인터넷(반디지탈)적인 결제프로세스를 만든 반면,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로 알려진 다른 누군가는 블록체인을 개발한 것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참담한 실패를 경험했음을 고백한다.

2012년께 ‘한국카쉐어링’을 자문하면서 블록체인을 이용해 카쉐어링과 무인펜션 등을 연결하는 스마트컨트랙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울대 컴공과 출신의 CTO 후배와 함께. 그러나 당시 비슷한 이유로 시작한 이더리움(Etherum)은 성공했으나 기술적 백그라운드가 약한 우리는 실패했다.

몇 년 후 결제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다시 결제수단으로 설계했다. 2018년 자금조달은 다단계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단계 자금을 돌려 주니 겨우 5억을 조달할 수 있었다.

2021년에 와서야 주주 중심으로 개발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현대코인에 3,000억원 등 천문학적인 자금이 코인시장으로 몰릴 때였다.

2017년 9월 박상기 전 장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앙화된 거래소에 상장만 하면 대박이므로 코인발행 후 100일이 지나지 않아 빗썸 등에 상장하여 수십, 수백배에 이르는 수익을 내는 코인들이 즐비했다.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상장에는 뒷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를 약속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생태계에서 살아 남을 수 없었다. 현재도 사실상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단계 K코인이 빗썸 등 중앙화된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루머가 널리 퍼져 있다.

기절초풍할 일이다.

중앙화된 거래소가 가상자산 폰지를 완성시킨다

지난 5, 6일 양일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세계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 미국법인(Binance US)과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미국 최대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를 1933년 및 1934년 증권거래법에 따라 미등록 증권 거래소(Securities Exchange), 브로커(Broker), 청산기관(Clearing Agency)으로서 암호화 자산 증권(crypto asset securities)을 거래한 혐의로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SDNY)에 기소했다.

혁신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하지만 굳이 못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이낸스의 경우와 달리 코인베이스는 신중한 행보를 해 왔으나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후 성장성과 수익성에 쫓겨서 사실 증권형 코인에 대한 엄격함을 소홀히했다.

업비트, 빗썸 등 한국의 중앙화된 거래소는 증권형 코인 등에 대해 어떤 심사를 경료할까.

필자가 의장으로 있는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BGCC)가 2020년, 2021년 폭락하기 한해 전 루나-테라(앵커프로토콜 및 미러프로토콜 포함), 위믹스 등 일부 상장 코인을 검토한 결과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됐다.

해당 거래소들에 이를 통지하고 전수조사를 권장했다.

당연히 금융위원회에는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자료를 공유하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여전히 코인은 금융투자상품(증권 등)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이 할 일이 없다는 입장이었고 거래소들도 상장시 법무법인들로부터 증권형 검토를 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였다.

당시 검토의견서를 발행한 대다수 법무법인들도 코인에 대해 전형적인 증권만 고려하고 ‘투자계약증권’ 여부를 검토하지는 않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코인의 비극은 가장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코인이 중앙화된 거래소를 필수적인 생태계로 삼은 것이다.

우리나라 중앙화된 거레소는 두가지 수익모델에 집중되어 있다. 발행사로부터 어떻게 대가를 수취할 수 있는가와 상장 후 거래로 인한 수수료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수십개의 상장코인들로부터 정상적인 수수료가 아니라 뒷돈을 받은 코인원과 빗썸의 주주와 경영자들의 문제로 불거졌으며 루나 프로젝트에 미리 투자하고 상장시켜 수천억원의 차익을 거둔 업비트 방식의 수익모델로 밝혀졌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아로와나코인(ARW) 사례 등에서 밝혀 진 대로 마켓메이킹(MM)을 빙자한 시세조종을 장려(?)하거나 편의를 봐 주거나 묵인함으로써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사전 뒷거래로 수취한 코인을 매도하여 수익을 올렸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중앙화된 거래소는 발행사로 하여금 다단계와 폰지 구조를 완성시켜 주는 방식의 최적화된 인적, 물적 설계다.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다양한 디파이(DeFi) 서비스와 부가 서비스를 통하여 혁신적인 수익모델을 만드는 대신, 눈에 띄는 수익모델, 쉬운 길을 선택한 결과다.

국내 상장된 대부분의 코인은 투자계약증권이다

중앙화된 거래소가 없는 코인 생태계가 필요하다.

현재 상장과정에서 주요주주나 임원 등이 뒷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수사를 받고 있는 코인원과 빗썸의 경우 당장 상장 프로세스를 중단시켜야 한다.

빗썸은 작년말부터 공격적인 상장을 진행하고 있으나 서울남부지검 등 수사당국에서 아로와나 코인과 상장 뒷돈으로 수사하고 있는 와중인 3월 상장한 팬시(FANC) 코인도 뒷돈을 받고 상장한 것이 밝혀졌다.

더욱 위험한 것은 현재 상장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상장 뒷돈을 미리 받았기 때문에 강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궁극적인 의심이다.

만약 그렇다면 도저히 개별 거래소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라는 점이다.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BGCC)가 지난 2020, 2021년 검토한 결과는 업비트, 빗썸 등에 상장된 대부분 코인은 자본시장법상 증권형으로 투자계약증권으로 규정될 수 있다(‘증권형 코인과 규제설계: 어떤 코인이 증권형인가’ 등).

올 상반기 상장된 코인을 간략히 검토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SEC의 행보를 우리가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증권거래법과 연방대법원 판례상 하위기준(Howey Test)에 의해 규정된 투자계약(Investment Contract)과 우리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이 일부 표현의 차이가 언어상의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동소이하다.

그러므로 당장 상장된 코인 전부에 대해 증권형 여부를 검토하고 이를 전제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확정해야 한다. 시기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체계(Regulatory Framework)를 체크리스트하자

먼저 무엇보다 코인의 신규상장을 중단시켜야 한다. 현재 상장 코인들의 성격에 대한 평가와 투명한 상장 프로세스 개선, 거래소 임직원, 주주들의 뒷돈 수수 등 문제점 재발방지 절차가 마련될 때까지 코인의 신규상장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3월 상장한 팬시(FANC) 코인의 문제를 볼 때 거래소나 닥사(DAXA)의 자율적인 문제해결 능력은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다음으로, 상장된 코인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SEC가 증권으로 지목한 해외 코인들에 대해서도 같다. 팬시(FANC)나 아로와나(ARW) 코인 등이 아직 빗썸에 상장돼 있다.

코인원은 강남살인 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PURE) 코인을 4월 21일에야 떠밀리 듯 상장폐지 시켰다. 일련의 사실들을 고려하면, 거래소들은 자율규제 의사도 감당할 역량도 없다.

세번째로 다단계나 폰지형 코인들의 상장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K코인처럼 이미 시장에는 널리 퍼진 다단계 코인들이 있다.

유틸리티 코인들도 원칙적으로 발행사 자체 서비스에 사용하기 때문에 가치를 가지는 것이 어렵다. 역시 상장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가상자산 입법과 규제체계(Regulatory Framework)에 신중하되 신속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우선하되 중앙화된 거래소의 문제가 도저히 치유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중앙화된 거래소의 폐지 여부까지 검토해야 한다.

중앙화된 거래소 폐지가 아니라면 경쟁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이 90%에 가깝다고 한다.

원화거래소를 늘려야 한다. 국회와 금융당국의 입법 내용과 속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규제체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누구와 논의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의장(인스타페이 대표)
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의장(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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