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의 부부관계는 편안한가?”... 연극 ‘사이’에서 중년의 아내 역 ‘배우 조정은’
[인터뷰] “당신의 부부관계는 편안한가?”... 연극 ‘사이’에서 중년의 아내 역 ‘배우 조정은’
  • 유승철 대기자
  • 승인 2023.06.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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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연기경력 통해 중년의 부부 위기, 젊은이의 편의적 사랑에 대한 시대적 문제의식 전달하겠다.”
배우 조정은. 1988년 극단 ‘뿌리’의 로멘틱 코메디 작품 '보잉보잉'에서, 선배 배우의 언더스터디(대역) 스튜어디스 역으로 첫 무대를 밟았다. “연극은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일이 연극이기에 연극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 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사진=로얄씨어터)
배우 조정은. 1988년 극단 ‘뿌리’의 로멘틱 코메디 작품 '보잉보잉'에서, 선배 배우의 언더스터디(대역) 스튜어디스 역으로 첫 무대를 밟았다. “연극은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일이 연극이기에 연극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 하는 걸 가장 좋아한다.

시인 정현종은 시 <섬>에서 말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남호는 한 칼럼에서 “(가고 싶은) 그 섬은 외로움을 달래고 싶거나 고독해지고 싶어서 찾는 이율배반적인 공간”이라고 해석했다.

인간은 사람들 ‘사이’에서 상처받고 치유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섬’이라는 피난처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부부 사이는 어떨까? 남편과 아내 중에서 과연 누가 더 ‘그 섬’을 갈망할까?

극단 로얄씨어터(예술감독 윤여성)가 연극 <사이>를 7월12일~16일 대학로 드림시어터 무대에 올린다. ‘진섭의 아내’로 출연하는 25년 경력의 연기파 배우 조정은을 ‘비대면시대 이후’의 연습실(예총 서대문지부)에서 만났다.

■ 연극 ‘사이’는 어떤 작품인가?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일들’이라는 장성임 작가의 희곡집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연극이다. 또한 “우리 사이는 어떤 관계이며 무슨 사이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작품이다. 부부관계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말하는 연극이라서 18금 성인물이다.

7월12일 개막공연을 앞두고 극단 로얄씨어터 연습실(예총 서대문지부)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출연 배우들. 중년부부인 진섭의 아내(앞, 조정은)와 진섭(뒤, 윤여성)이 소주잔을 앞에 두고 설전 중이다.
7월12일 개막공연을 앞두고 극단 로얄씨어터 연습실(예총 서대문지부)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출연 배우들. 중년부부인 진섭의 아내(앞, 조정은)와 진섭(뒤, 윤여성)이 소주잔을 앞에 두고 설전 중이다. (사진=이원섭 기자)

폰팅(전화미팅) 대사로 나타나는 애정의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중년부부, 또한 애인과 친구 사이가 모호한 MZ세대의 편의적 사랑에 대한 시대적 문제의식이 관객들로부터 많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진섭의 아내 역은 어떤 역할인가?

2년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생긴 고부갈등의 상처가 아직도 깊은 전업주부다. 시집살이를 핑계로 남편을 들들 볶으면서도 가정공동체이며 경제공동체의 이해관계만 남은 남편에게 아직은 사랑받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 어떤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것이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나와 너 사이를 확인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른들이 친구들과 사귈 때 덕담해 주시는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씀이 정답인 것 같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간과 인간 사이가 멀어졌다. 연극 관람석의 객석과 객석 사이도 한 칸 떼어야 했고, 마스크로 얼굴까지 가려야 했던 시대를 살았다. 낯을 가릴 만큼 행여 멀어진 사람이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해 서로의 거리를 인식하고, 다시 좁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배우 조정은의 연극배우 생활은 연기에 대한 열정의 결과였다. 1988년 무작정 연극을 하고 싶어 공연 프로그램 뒤에 적힌 단원모집 공고를 보고 두 극단에 전화를 했고, 둘 중 오디션 장에 참석한 극단은 ‘뿌리’였다. 전화 응대 태도가 더 친절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배우 조정은의 연극배우 생활은 연기에 대한 열정의 결과였다. 1988년 무작정 연극을 하고 싶어 공연 프로그램 뒤에 적힌 단원모집 공고를 보고 두 극단에 전화를 했고, 둘 중 오디션 장에 참석한 극단은 ‘뿌리’였다. 전화 응대 태도가 더 친절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 배우로서 작품에 임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가?

‘진섭의 아내’ 역할을 맡으면서 바가지 긁는 작품 속 인물을 얼마나 입체적이고 구체적으로 살아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 다른 배역과의 관계설정을 통해 선을 넘지 않는 조화로움을 찾아가는 연습과정이 치열해서 즐겁고, 또한 어렵기도 하다.

■ 25년 연기생활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을 소개해 달라?

2020년, 2021년, 2022년 공연했던 연극 <레미제라블>이다. 8년간 쉬었다가 다시 연극 무대로 컴백한 작품이다. 예술의전당 공연에 오디션을 통해 지원했는데 윤여성 예술감독님이 떼나르디에 부인 역으로 다시 연극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연극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 깨닫게 된 작품이다.

■ 앞으로의 작품 및 연기 활동 계획은?

낯가림이 심해서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의 작업을 어려워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더 많은 작품을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해 보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나 TV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2020년 직접 창단한 극단 ‘프로젝트그룹 같이 날자’가 감사하게도 경기예술지원 ‘모든예술31’에 선정되어 연극작품 <하이옌>(2022)과 <오거리 사진관>(2023)을 경기도 양주에서 공연할 수 있었다. 극단이 ‘사람들 사이에 섬이 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꾸준히 올리는 것도 중요한 계획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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