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고용부,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논란 2라운드....산업부에 “핵심기술 여부”신청
삼성-고용부,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논란 2라운드....산업부에 “핵심기술 여부”신청
  • 윤원창
  • 승인 2018.04.0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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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둘러싸고 정부와 삼성 간 갈등이 깊어질 조짐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부터 삼성전자 반도체ㆍ스마트폰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잇따라 공개하기로 결정하자, 삼성이 최근 공개 중지를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정부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도 공개할 수 있도록 행정지침을 개정한 것으로 확인되자 삼성은 '핵심기술 유출 위험'을 내세워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산업부가 영업비밀을 국가 핵심기술로 인정할 경우 법원에서 이를 근거로 공개명령을 내린 고용부와 다퉈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전문가위원회에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나 관련 문서에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정보가 있는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정보공개 청구' 관련 브리핑에서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온 6개 사업장의 보고서 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 2월 대전고법의 공개 판결이 나온 삼성전자 온양 공장과 삼성전자 평택공장, 삼성전자 기흥·화성공장, 삼성전자 구미공장,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 삼성SDI 천안공장 등이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2월 대전고법 판결 이후 다수의 정보공개청구가 있었고 법원 역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정보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은 설비, 기종, 생산능력 정보, 공정, 화학물질 종류 등이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산재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단체인 한국산업보건학회도 대전고법의 사실조회에서 경영상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회신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이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영업비밀로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관련지침에 바로 반영해 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용부는 보고서가 산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공개될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해선 "기업의 경영상·영업상 비밀로 보기 어려운 정보에 대해서는 일반인과 산재 당사자를 구분해 공개하는 것이 불가하다"면서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정보공개의 취지 또는 신청인의 상황 등을 고려해 정보공개의 수준, 방법 등을 구분해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그러면서도 화학물질 사용상태나 측정위치도 등이 산재입장에 반드시 필요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고용부는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중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상태와 측정 위치도(측정장소)는 유해인자 노출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 파악하는데 필요한 자료로서 산재입증과 관련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부 산업재해 피해자 등이 고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제기하자 공개를 막기 위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수원지법에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결과는 이르면 이번주 후반께 나올 예정이다. 해당 보고서에는 반도체 생산공정 흐름도와 역할 및 배치, 장비 종류, 작동 방법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6일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고용노동부가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당사자 이외의 제3자에게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보고서에는 삼성전자가 그간 쌓아온 20~30년 노하우가 들어있다”며 “우리에게 중요한 영업기밀인 만큼 공개하면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에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공개 대상은 간략한 공장 도면, 측정 대상인 유해인자의 목록과 측정 위치 및 측정 결과, 생산 라인별 근로자 수, 라인ㆍ공정 이름 등이다.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는 고용노동부가 화학제품 등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주요 사업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작업환경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라 조사 대상 유해인자 목록이 정해져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런 정보들이 외부에 알려지면 공정별 면적이나 설비 배치, 공정에 쓰는 화학 제품명 등을 유추할 수 있어 영업기밀이 유출된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전문가들도 삼성전자가 전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나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모임 ‘반올림’ 등은 “법원 판결에서 이미 '보고서 내용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 아니며, 경영ㆍ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개 대상이 된 정보의 산업적 가치와 국민의 알 권리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한편 고용부의 정보공개 강행에도 불구, 삼성전자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당장 보고서가 공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최소한 2~3년은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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