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참기름아저씨’ 연출 유준기 “중년이여!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아는가?”
[인터뷰] 연극 ‘참기름아저씨’ 연출 유준기 “중년이여!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아는가?”
  • 유승철 대기자
  • 승인 2023.08.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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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의 균열과 틈을 방치하고 살아가는 가정을 웃음과 감동의 가족 스토리로 전환시킨 무대” 대학로 호평
-2012년 연극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로 데뷔, 사회 변화에 적응하는 작품을 추구해온 ‘연극계 블루칩 감독’
사진1 : 유준기 연출. 공학도(연세대학교 환경공학과) 출신으로는 드물게 연출가의 길을 걷고 있어 ‘연극계의 기대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문화예술 렛츠)
유준기 연출. 공학도(연세대학교 환경공학과) 출신으로는 드물게 연출가의 길을 걷고 있어 ‘연극계의 기대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문화예술 렛츠)

1974년 영화 <별들의 고향>의 배경 음악이었던 이장희의 히트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아내에게 불러줄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최근 대학로에 젊은 층은 물론 부모세대 발길까지 유혹하고 있는 연극 한 편이 화제다. “이건 바로 내 얘기”라는 중년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진다. 9월17일까지 드림시어터에서 공연하는 <참기름아저씨>의 유준기 연출(49)을 극장에서 만나 그 이유를 들어 보았다.

“중년들이 겪는 우리 시대의 고민과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 연출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수동과 자동 사이에 낀 50~60대 중년 관객들의 호응을 지적했다. 그들은 6.25 한국전쟁을 치른 부모님을 모시면서, 아래로는 디지털시대를 사는 개인주의 자녀들의 독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연극 ‘참기름아저씨’의 아내 이정은 역의 이미라와 남편 박민수 역의 이진영 (사진=문화예술 렛츠)
연극 ‘참기름아저씨’의 아내 이정은 역의 이미라와 남편 박민수 역의 이진영 (사진=문화예술 렛츠)

“셋방살이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중년들이 많죠. 어쩌다 가장이 되어 ‘나’보다는 가족들을 위해 살다가 퇴직과 노후, 건강, 부모 간병, 자녀 결혼, 부부 갈등 등의 어려움을 직면하고 있죠. 그렇게 지나온 삶의 이야기들이 꼭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많은 공감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 속 명대사가 주는 울림이 크다. 연극 속에서 아내 ‘이정은’은 자신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딸 ‘은주’의 결혼식 이벤트를 준비하는 남편 ‘박민수’에게 “당장 이혼하자”며 쏘아 붙인다.

“30년을 나보다 (시)어머니를 먼저 생각했고, 30년을 나보다 당신이 우선이었고, 30년을 은주를 위해 살았어. 무려 30년을!”

이 같은 가족 간의 대립, 어머니와 아내, 딸 사이의 갈등에는 알게 모르게 이웃 사람들도 영향을 미친다. 출장 요리를 위해 방문한 ‘참기름아저씨’(이윤상 분)가 잡채를 만들며 속 모르고 떠들어도, 그게 박사급 전문가보다 더 정답일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

딸 결혼을 위해 함 들어오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가족들 (사진=문화예술 렛츠)
딸 결혼을 위해 함 들어오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가족들 (사진=문화예술 렛츠)

“해주고 싶은 거 말고, 상대가 받고 싶은 걸 해줘요. 내가 단 거 좋아한다고 설탕 잔뜩 넣고, 짠 거 좋아한다고 소금 잔뜩 넣고, 얼큰한 거 좋아한다고 고춧가루만 잔뜩 넣으면, 그게 맛있겠어요?”

유 연출은 이번 작품이 부부간 또는 가족 간의 관계는 물론 친구나 직장 동료와의 관계까지 “부드럽게 조리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족관계의 균열과 틈을 웃음과 감동으로 전환시킨 것.

‘연극계의 블루칩’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유준기 연출은 연세대학교 공대 환경공학과 출신이다. 졸업 후 디지털 데이터 저장 장치인 메모리카드(Memory Card) 회사를 잘 다니고 있던 어느 날, 연극작품을 접하면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을 찾아 극단 로얄씨어터(대표 윤여성)에 전격 입단”하게 됐다.

2012년 연극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조연출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3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사상과 이념에 충실한 작품을 추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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