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희 허형만 시인 만나 활발한 작품 활동, 시낭송 SNS채널 운영 등 ‘미래까지 청춘’의 끼 마음껏 발산
‘대수롭지 않은 평범한 커리어우먼’이었고, 보통의 가정주부였던 한 여인이 시를 쓴다며 카페에 앉아 끼적이다 문학도로 변신했다. 사이버대학 웹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면서 사회생활을 선언하더니, 2022년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집과 산문집 등 2권의 책도 냈다.
본격적인 ‘문학여행’을 위해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맨 ‘태라 이선옥’ 시인을 서울 북한산 자락의 2층 카페에서 만났다.
요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무료출판에 재미 들렸단다. Z세대의 청춘들이 자신의 작품을 커뮤니티 회원들과 공유하거나, 일반 독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최근 즐겨 선택하고 있는 출판 기법이라고 소개한다. 돈 없이도 낼 수 있어 ‘무료’라는 것.
나이에 비해 꽤나 희끗한 머릿결이 잘 어울리기에, 50대 중후반의 ‘시니어 시인’이 쓰고 있는 시의 감성은 어디에서 연유되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애벌레가 껍질을 벗어나듯, 고향은 나를 찾으려고 애쓰던 청춘이 오롯이 담겨있는 곳이죠. 어머니와 가족들, 놀이터가 되어준 바다 백사장, 태풍에 부서지던 파도, 따뜻했던 기억의 초가집, 돌담 사이로 불던 바람, 투박하고 정겨운 사투리가 제 시의 근본입니다.”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처럼 시인의 고향은 제주도 바닷가 수평선 마을이란다. 넓은 대지에서 느끼는 지평선 같은 그의 외적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가 최근 산문집 <바람 소리가 보여>를 무료출판 방식으로 펴냈다. 주머니에 넣어도 될 만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용이다. 작가, 기획자, 편집자, 북디자이너 역할까지 모든 것을 혼자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산문집에는 시와 수필 합하여 26편을 수록했다. 소리는 귀로 듣는다지만, “돌담 틈새로 흐르는 파도소리를 눈으로 읽는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태초의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그래서 현대인의 원초적 향수 본능을 자극하고 싶은 작품집이다.
“처음으로 혼자 작업하는 무료출판에 도전했거든요.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편집할 수 있어 좋았어요.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 출판이 가능해서, 출판사에 줄 없는 신인 작가들도 독자들에게 부담없이 자기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그 같은 무료출판으로 내년에는 제주 살던 시절의 고향 이야기를 소재로 한 시집도 출판할 계획이다.
그는 2022년 <문파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그에게 시는 “같이 잠을 자고, 차를 마시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고향 친구 같은 존재”라고 했다. 늦은 나이에 문학도로 나선 계기가 많은 문인들의 글을 영혼으로 읽게 됐기 때문.
그중 박재삼의 <밤바다에서>와 <낙과 소리를 들으며> 시구를 자주 중얼거리곤 한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좋아하며, 시인으로 등단 시켜준 지연희 시인의 <노숙자의 짐>, 스승 허형만 시인의 <겨울 들판을 거닐며>는 입에 달고 살 정도.
“그분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앞으로 양심 없는 이들마저 울릴 수 있도록 인간의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진심을 끌어내는 작품집을 해마다 한 권씩 쓰고 싶은 욕심입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고통이나 고독을 만나 헤매었을 때, 언제나 안아주고 끌어 줄만큼 감정 연인이 돼주었던 작품들이 무척이나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 창작을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시낭송 SNS채널도 꾸준히 업그레이드 할 예정. 비록 나이는 시니어라고 할지라도 작품 활동은 MZ세대 청춘스타일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래서 그의 도전은 미래까지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