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16일 2024녀도 학위수여식 개최 … 융합인재학부 첫 졸업생 배출
KAIST, 16일 2024녀도 학위수여식 개최 … 융합인재학부 첫 졸업생 배출
  • 고수연 기자
  • 승인 2024.02.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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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는 16일 오후 2시 대전 본원 류근철스포츠컴플렉스에서 2024년도 학위수여식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박사 756명, 석사 1564명, 학사 694명 등 총 3014명이 학위를 받는다.

이로써 KAIST는 지난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1만 6528명을 포함해 석사 3만 9924명, 학사 2만 1561명 등 총 7만 8013명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게 된다.

학사과정 수석 졸업의 영광은 유장목(24·화학과) 씨가 차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는다.

이사장상은 정우진(23·원자력및양자공학과) 씨, 총장상은 민소영(25·산업디자인학과) 씨, 동문회장상과 발전재단 이사장상은 각각 이한빛(23·산업및시스템공학과) 씨와 홍유승(22·생명화학공학과) 씨가 수상한다.

올해 학위수여식에서는 KAIST가 2020년 신설한 융합인재학부가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융합인재학부는 학생이 교과 과정을 직접 선택해 이수하고 등급으로 나뉘는 학점 대신 P/NR 방식으로 성적을 표기하는 혁신적인 교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P/NR 방식은 일정 등급 이상의 성적 충족 시 P(Pass)로 표기하며, 기준 미만의 성적에 대해서는 NR(No Record)로 처리하여 표기하지 않는 방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16일 학위수여식을 열고 융합인재학부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고경빈(왼쪽), 김백호 씨는 각각 과학기술정책대학원과 뇌인지과학과로 진학해 학업을 이어간다
KAIST가 16일 학위수여식을 열고 융합인재학부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고경빈(왼쪽), 김백호 씨는 각각 과학기술정책대학원과 뇌인지과학과로 진학해 학업을 이어간다.

융합인재학부의 1호 졸업생인 고경빈(24)·김백호(23) 씨는 각각 화학생물학과 정서과학을 중점분야로 전공해 이학사 학위를 받는다.

이는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된 전공 명칭이다.

고경빈 씨는 기초 학문인 생명과학과 화학을 중심으로, 김백호 씨는 뇌과학·심리행동과학·인간공학을 중심으로 교육 과정을 구성한 결과다.

고경빈 씨는 2019년 KAIST에 입학해 이듬해 생명과학과에 진학했지만 융합인재학부가 개설된 첫해에 소속 학과를 옮겼다.

고 씨는 “학문 분야를 다양하게 경험하고 시간을 들여가며 관심 분야와 진로를 결정하고 싶었는데 통과 여부만 기록에 남는 제도 덕분에 학점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한 자세로 도전하고 탐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료분야의 난제를 해결할 유기화합물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화학과 생물학 관련 분야를 전공한 고 씨는 올해 3월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으로 진학한다.

이런 결정에는 융합인재학부만의 전공 필수인 ‘지성과 문명 강독’ 과목이 영향을 미쳤다.

함께 졸업하는 김백호 씨는 KAIST 입학 당시 수리과학과 진학을 희망했다.

행복이나 도덕, 사람의 감정 등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를 수학으로 정량화하는 연구에 도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융합인재학부가 개설할 때 내세운 슬로건이 ‘KAIST 속의 작은 혁명’이었는데, 교과 과정을 설계하고 수업을 듣고 독서와 사회 혁신 실험 등으로 평가를 받는 모든 과정이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과학적으로 배우고 싶었는데, 세부 전공을 깊게 배우는 기존 학과보다는 KAIST 내의 모든 전공은 물론 대학원 수업까지 다양하게 수강하고 졸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생 학과로 진학하는 모험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3월부터 KAIST 뇌인지과학과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정재승 융합인재학부장은 “융합인재학부의 첫 졸업생들은 다른 학과에서는 배출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고 자신한다”며, “성적을 매기지 않는 제도 속에서 자신의 능력과 존재가치를 다양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증명하고 학점 이상의 역량을 보여준 점을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재활공학자를 꿈꾸며 미국 MIT와 존스홉킨스대학에 동시에 합격한 이혜민(23, 전기및전자공학부) 씨도 학부를 졸업한다.

이 씨는 2019년 재활 보조기를 착용한 채로 KAIST 신입생이 됐다.

입학 직전에 무릎 인대 세 개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3개월간의 입원을 포함해 세 번의 수술을 해야 했던 큰 사고였다.

이 씨는 “일시적인 부상인 걸 아는데도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순간마다 무력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사고 전까지는 로봇공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이 경험을 통해 장애인의 재활과 치료기술에 기여하고 싶다는 선명한 목표가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진로를 정한 이 씨는 신경재활공학 분야를 연구하는 박형순 기계공학과 교수의 연구실에서 학부생 신분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6개월 간의 학부생 참여 연구 프로그램 지원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이 씨는 박 교수의 연구실에 2년간 남아 끈질기게 연구에 매달렸다.

마비 환자들의 신체 기능 보조와 재활을 돕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연구를 위해 오스트리아의 신경기술 회사인 지테크(g.tec)와의 협업과 실험을 직접 주도했다.

뇌파는 인체 내부에서 수집하면 신호의 강도가 좋지만, 두개골을 여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씨는 뇌파를 두개골 밖에서 고해상도로 수집하는 기기를 이용해 세밀한 뇌파를 구분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SCI급 저널인 ‘프론티어즈 인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Neuroscience)’에 이혜민 씨가 1 저자인 논문이 출간됐고,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대회인 ‘The 2021 Annual BCI Award’에서 3등 상을 차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 씨는 학부 재학 기간 중 대통령과학장학생을 포함해 여러 차례 장학생에 선발되고, 공과대학 최우수 학생(Dean's List)으로도 두 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를 지도한 박형순 교수는 “학부생이 뇌파 신호를 분석하는 수학적인 이론 지식 등을 습득하고 프로그램까지 이해하는 것은 단기간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혜민 학생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타 학과 학생이지만 논문출간까지 적극적으로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전했다.

이 씨는 현재 MIT와 존스홉킨스대학교에 합격했으며, 두 학교 모두 장학금을 제안했다.

이혜민 씨는 “재활 분야 의공학 연구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서 미국 유학을 결심했지만, 많이 배운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구와 기술 배포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형 총장은 “꿈꾸는 삶을 이어가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며, 실패를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며 “성공에 대한 부담은 내려놓고 어제와는 다른 생각, 남과는 다른 나만의 고유한 색으로 빛나기를 바란다”고 축하인사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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