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톡톡] 지인한테 빌려준 돈, 법적 절차 통해 돌려받을 수 있을까? .... 차용증 없는 대여금의 법적 현실
[생활법률 톡톡] 지인한테 빌려준 돈, 법적 절차 통해 돌려받을 수 있을까? .... 차용증 없는 대여금의 법적 현실
  • 이재형 법무법인 솔루스 변호사
  • 승인 2026.06.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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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

"급하다고 해서 200만 원 보내줬는데 석 달째 연락이 없어요."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사연이 매우 흔하다. 오래된 친구, 직장 동료, 심지어 가족들까지, 가까운 관계 때문에 오히려 차용증도 받지 않고 돈을 건넨다.

'우리 사이에 무슨 각서냐'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 막상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 그때서야 구제수단을 찾는다.

"계약서도 없는데, 제 돈 돌려받을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받을 수 있다. 다만, 쉽지는 않다.

차용증이 없다고 대여금이 아닌 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내용 중 하나가 '차용증이 없으면 법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은 계약의 실질을 충분히 살핀다.

대여금 계약, 즉 금전소비대차 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으로 성립한다. 민법 제598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소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반드시 차용증 내지 각서가 필요하다는 말은 없다. 말로 해도, 카카오톡 메시지로 합의해도 계약은 성립한다.

문제는 ‘입증’이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 소송 절차에서 "이건 대여금입니다"라고 주장하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가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가.

차용증 없이 돈을 건넨 경우 법원은 여러 정황을 종합해서 판단한다.

첫째, 송금 내역이다.

계좌이체 기록은 적어도 돈이 오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은 "그건 증여였다", 즉 "빌려달라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준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홀로 소송을 하는 당사자들을 향해 재판장은 “이체기록만 있으면 이 돈이 투자금인지, 대여금인지, 단순 증여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을 매우 자주 한다.

둘째, 대화 기록이다.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에서 '빌려달라‘, ’갚겠다', '나중에 주겠다'와 같은 표현이 남아 있다면 매우 의미 있는 증거가 된다.

심지어 "그 돈은 너가 갚기로 한 것 맞지?"라는 말에 상대방이 "어, 맞아"라고 답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셋째, 금액과 관계의 성격이다.

법원은 당사자 사이의 관계, 돈을 보낸 경위, 금액의 규모 등을 함께 살핀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연락이 뜸했던 지인에게 갑자기 고액의 돈을 송금했다면, 그것이 순수한 증여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연인 사이에서 수차례에 걸쳐 소액을 이체한 경우라면, 상대방의 "그냥 줬잖아"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넷째, 반환 요구에 대한 상대방의 태도다.

"조금만 기다려", "다음 달에 꼭 줄게"라는 말은 채무를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말이 오간 시점은 나중에 소멸시효를 따질 때도 중요하다.

실제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대화 기록을 모두 보관하라. 카카오톡 대화는 캡처해 두고, 통화나 대화 내용은 모두 녹음하여 보관해야 한다.

상대방으로부터 '갚겠다'는 말을 다시 받아두어라. 직접 만나거나 전화해서 "그 돈 언제 줄 수 있어?"라고 물어보자.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받은 답변은 캡쳐 후 저장한다. 이 행위는 단순한 대화 그 이상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법적 효과도 함께 가진다.

내용증명을 보내라. 내용증명은 우체국에서 보내는 등기우편으로, 어떤 내용의 의사표시를 언제 했는지 국가가 증명해주는 제도다.

소송의 전 단계로 상대방에게 반환을 촉구하면서, 법적 대응 의사를 알릴 수 있다.

내용증명 자체에 강제력은 없지만, 나중에 소송에서 권리행사 시점 등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소멸시효, 기다리면 늦는다

대여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이다. 하지만 상인 간의 거래라면 5년으로 줄어든다. 만약 변제기(갚기로 한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면, 돈을 빌려준 날로부터 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수도 있어 시효는 더 빨리 완성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시효가 '가만히 있으면' 계속해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채무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거나, 본인이 소송을 제기하거나,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시효는 중단된다. 오래 묵혀두면 내 권리를 잃을 수 있으니,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차용증이 있었다면 어떻게 달랐을까?

차용증에는 날짜, 금액, 이자, 변제기일 등을 기재한다. 분쟁이 생겼을 때 이 처분문서 한 장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 공증까지 받아두면 바로 강제집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에이, 우리 사이에"라는 말 한마디가 차용증 대신 쓰인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는 법원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차용증은 불신의 흔적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는 안전장치다.

차용증도 없어도 증거는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차용증도 없는데 소송을 어떻게 하냐"며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포기하기 전에 전문가와 상담해보길 권한다. 증거는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있다. 이체 내역, 당사자 간 대화 캡처, 대화 녹음 한마디. 이것들이 모이면 법원에서 충분히 대여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돈도, 지인도 잃는 상황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차용증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 시점을 지났다면, 지금 남아 있는 것을 최대한 모아야 한다. 법은 포기하는 사람 편이 아니라, 움직이는 사람 편이다.

법무법인 솔루스 / 이재형 변호사
법무법인 솔루스 / 이재형 변호사

※ 이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해 유효한 법적 조언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분쟁에 관해서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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