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의 휴머니케이션] "형식지는 복제돼도 암묵지는 못 옮긴다" … 대한민국, '제조 암묵지'로 피지컬 AI 제국 연다
[이원섭의 휴머니케이션] "형식지는 복제돼도 암묵지는 못 옮긴다" … 대한민국, '제조 암묵지'로 피지컬 AI 제국 연다
  • 이원섭 코리아인사이트 대표
  • 승인 2026.07.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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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니의 '암묵적 앎'과 메라비언 법칙, 제조 현장에서 완성되는 AI 혁신
단순 텍스트 학습 넘어 직접 체험·시행착오 축적한 '피지컬 AI' 승부수

요즘 같은 인공지능(AI)이 대세인 시대에 인간의 지식이 AI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에게 암묵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인간의 지식은 크게 형식지(形式知, Explicit Knowledge)와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로 구별할 수 있는데 형식지는 문서나 매뉴얼처럼 객관적인 형태로 나타난 타인에게 쉽게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유형의 지식을 말한다. 암묵지는 개인의 경험이나 노하우로 체화(體化)되어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형의 지식을 뜻한다.

AI는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텍스트, 코드,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해 이 형식지를 완벽하게 재조합하고 생성하는 산물이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은 이런 유형의 방대한 형식지 데이터들을 끊임없이 반복 학습해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 분석, 생성하는 딥 러닝 기반 인공지능이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두뇌 역할의 베이스가 바로 형식지 데이터들이다.

그렇다면 암묵지는?

아래 표에서 보듯 암묵지는 딥 러닝, 반복 학습 등으로 습득할 수 없고 표현도 어려운 인간만의 지식이다. 오로지 인간만이 습득할 수 있는 체화(體化)된 지식과 지혜이다.

일본의 경영학자 노나카 이쿠지로(野中郁次郎) 교수는 "기업에서 이노베이션의 본질은 지식인데 암묵지는 직관이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개념화가 안 되면 공유하기 어렵다“며 ”형식지와 암묵지는 끊임없이 교감하고 상호작용을 거듭할 때 지식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기업 내에서 이 두 지식이 순환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지식 변환의 4단계(SECI) 모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 단계: 사회화(Socialization, 암묵지 → 암묵지)

개인의 암묵지를 다른 사람에게 직접 경험으로 공유, 전수하는 단계. (도제식 교육, 현장 멘토링, 일대일 코칭)

2 단계: 표준화(Externalization, 암묵지 → 형식지)

머릿속에 있는 암묵지를 문서나 언어로 표현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형태(형식지)로 만드는 단계. (업무 매뉴얼 작성, 노하우 보고서 발간)

3 단계: 연결화(Combination, 형식지 → 형식지)

여러 형식지를 결합하여 더 방대한 지식 체계로 발전시키는 단계. (여러 매뉴얼을 종합해 전체 사내 교육 프로그램 구축, 데이터베이스 통합)

4단계: 내면화(Internalization, 형식지 → 암묵지)

공유된 형식지를 개인이 학습하고 체화하여 다시 자신의 암묵지로 만드는 단계. (교육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실무 적용, 새로운 업무 습득)

이 SECI 모델은 AI의 형식지 영역도 암묵지 영역으로 연결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혁신 모델이다. 사실 AI는 데이터, 즉 형식지는 도사같이 잘 다루지만 사람의 삶과 같은 암묵지는 잘 다루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한편 헝가리 과학철학자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는 1966년 그의 저서 '암묵적 차원(Tacit Dimension)'에서 인간의 지식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보다 경험을 통해 체화된 '암묵적 앎'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지난 글에서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의 이론에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말의 내용(언어)은 7%, 목소리 톤(청각)은 38%, 표정과 태도(시각)가 55%의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었는데 내용 7%가 형식지 나머지 93%가 암묵지인 것이다.

요즘 핫 이슈로 떠오르고 피지컬 AI(Physical AI) 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기술도 바로 언어와 기호로 표현되는 형식지 데이터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직접 경험과 시행착오 등을 통해 체득되는 암묵지 데이터 축적 활용의 차이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형식지 AI는 복제가 가능하지만 암묵지 AI는 오로지 93% 인간의 체화로 축적될 뿐이기 때문이다.

피지컬 AI
피지컬 AI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제조업 인공지능(AI)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 2030년까지 2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인구 감소와 글로벌 경쟁 격화로 대한민국 제조업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제조업 대전환의 발판을 마련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도 100조원 이상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담당 부처들은 '대한민국 대 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갖고 '대한민국 제조업 대전환의 길: 제조AI 2030 전략'의 주요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는 그동안 축적된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주력 산업과 대·중소기업 가치사슬, 숙련공의 현장 노하우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에 따라 국가 인공지능전략위원회 제조TF 소속 민간 전문가 23명과 함께 6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산업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제조AI 관계부처가 ①국가 차원의 핵심 제조데이터 관리·활용 체계 구축, ②제조업에 특화된 AI두뇌(AI모델) 개발, ③지역 제조AI 확산 등 3가지 핵심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제조AI 품질을 좌우할 제조데이터는 국가가 직접 챙기고 철통 보안·관리 시스템을 갖춘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이 데이터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 기업 간 데이터 공유·이전 시 특정 기업의 자산(데이터)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국가가 주도적으로 활용·관리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구축된 제조데이터와 독자 AI파운데이션 모델 등으로 축적한 기술역량을 활용해 제조업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조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물리법칙 기반 AI 모델, 제조공정 내 이종 장비·로봇 간 연계, 물류·공급망 최적화 등 제조 피지컬AI 원천·기반 기술 등을 바탕으로 AI와 로봇이 협업해 자율 운영하는 지능형 공장인 풀스택 AI팩토리(Full-Stack AI Factory, AI 개발과 배포 전체 과정을 수직 통합한 인프라, 시스템)를 수출 가능한 상품으로 육성하게 된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우수한 AI 모델·에이전트 개발에 필수적인 양질의 제조데이터 수집과 제조명장(숙련 기술자)이 가지고 있는 제조 암묵지(제조노하우)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제조 특화 휴머노이드', 물리법칙을 연계한 AI 모델, 기기·로봇 간 연계, 저지연·고신뢰 (URLLC, Ultra-Reliable and Low Latency Communications, 통신 지연 시간이 1ms(밀리초) 이하로 매우 짧고 데이터 손실률이 99.999% 이상으로 신뢰할 수 있는 5G/6G 이동통신 핵심 기술 통신 네트워크), 모델·에이전트·제어 등 전 주기 융합보안기술 등 제조 피지컬AI 원천·기반 기술을 개발해 전체 제조기업의 99.6%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AI 대 전환을 통해 대한민국을 세계 3대 피지컬 AI선진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희망의 프로젝트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CEO는 대한민국이 뛰어난 제조업과 IT 인프라를 갖춘 ‘피지컬 AI(Physical AI)’ 최적의 파트너라고 평가한다. 로봇, 자동차, 공장 자동화 등 물리적 현실 세계에 AI 시대 강력한 제조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젠슨 황이 주목하는 대한민국의 제조·AI 세계적 경쟁력을 세 가지로 보고 있는데 첫 번째는 피지컬 AI의 완벽한 테스트베드로 로봇, 자율주행, 공장 자동화 시스템이 현실 세계와 결합하는 '피지컬 AI'를 구현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국가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프라 파워로 AI 학습에 필수인 HBM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국내 대기업과 로봇 스타트업과 파트너십,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산업 핵심 거점이 대한민국이라는 점, 마지막 세 번째는 AI 주권 확보 지원으로 엔비디아가 대한민국 기업들이 자체적인 AI 생태계와 주권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기술,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제조업 글로벌 강국이다.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7.6%로 두번째로 높고(1위 아일랜드 31.0%, OECD 평균 15.8%) 글로벌 핵심 공급망 지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제조업 실무 현장에서는 암묵지 데이터 구축과 활용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명장들이 많은 장점이 있다.

이제 아날로그 생산방식으로는 급속히 진화하는 제조생산 라인을 대처할 수 없으며 소비자의 눈높이 생산도 불가능하다. AI가 사무실과 생산 현장에서 공존하거나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피지컬 AI의 흐름이 글로벌 대세이다. 그 중심 핵심이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무형의 데이터, 즉 제조 암묵지라는 사실을 주지하고 추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원섭 코리아인사이트 대표(전 컴퓨터비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정보경제 편집장, 전 삼성SDS e-marketing 그룹장)
이원섭 코리아인사이트 대표(전 컴퓨터비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정보경제 편집장, 전 삼성SDS e-marketing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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