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개의 재판: 서울・샌프란시스코
[칼럼] 두개의 재판: 서울・샌프란시스코
  • 배재광 국가혁신생태계포럼 공동의장
  • 승인 2026.08.18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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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Design, 배재광 제공)
(Claude Design, 배재광 제공)

지난 8월 4일 하반기 지재처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은 특허·기술 거래 플랫폼 지체를 질책했다. 지식재산처는 조속한 제도와 시스템의 론칭을 약속했다. 거래전문관을 100명으로 늘리고, 수익화 펀드 1,400억 원을 조성하고, 지식재산금융을 13조 원으로 키우겠다고 한다. 장밋빛이 가득하고 특허를 혁신의 중요한 결과이자 이유라고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너무 감사한 말이다. 그런데 그 전에 물어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거래할 특허가 있는가?

거래는 가치 있는 물건을 전제한다. 특허의 가치는 종이가 아니라 법이 부여하는 힘에서 나온다. 즉 남이 내 발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배제하는 힘, 배타적인 권리와 쓰면 물어내게 하는 힘, 손해배상이다. 그 힘이 한국에서 얼마인지를 보여 주는 두 개의 판결이 있다. 같은 날, 같은 당사자, 같은 종류의 권리를 놓고 지구 반대편의 두 법정이 내린 판결이다.

2012년 8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표준특허 2건의 침해가 인정됐다. 배상액은 특허 1건당 2,000만원, 합계 4,000만원이었다. 같은 재판부는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특허 1건(바운스백)의 침해를 인정해 배상액 2,500만원을 판결했다. 쌍방 합계 6,500만원. 돈으로 환산된 특허의 값은 그것이 전부였다.

몇 시간 뒤, 같은 날짜의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와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10억 4,934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조 2000억 원)를 평결했다. 아이폰이 가져온 혁신의 크기는 그렇게 미국 재판에서 확인되었다. 무려 1만 8000배다. 혁신의 가치이자, 특허의 가격이다.

특허는 국가가 발명의 공개를 대가로 20년의 배타적 실시권을 부여하는, 재산권 가운데 가장 강력한 권리다. 그러나 한국의 특허권자는 특허법이 규정한 그 권리를 행사할 방법을 사실상 상실했다. 등록특허가 무효심판에 걸리면 80%가 효력을 상실한다. 지재처는 등록특허 전체의 0.2%에 불과하다고 항변하지만 현실은 혹독하다.

특허청에는 수익, 특허권자에게는 비용

그럼 이 행사할 수 없는 권리로 누가 돈을 버는가. 장부를 들추어 보자.

2026년 지식재산처는 수수료로 6,964억원을 걷는다. 그중 56.7%, 3,951억원이 연차등록료다. 심사라는 일이 이미 끝난 권리를 그저 살려두는 대가로 매년 받는 돈이고, 출원료 수입의 15배다. 지식재산처의 총세입은 7,018억원, 총지출은 6,308억원으로 약 710억원이 지식재산과 무관한 국고로 들어간다. 최근 5년간 4,540억원이 정부 일반회계로 이전되었다. 당연히 국고에서 특허청으로 들어온 돈은 0원이다.

권리자의 장부는 반대다. 청구항 10개짜리 특허 한 건을 20년 지키면 관납료로만 약 1,175만원을 낸다. 오래 지킬수록 비싸진다. 변리사 비용은 여기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그 돈으로 권리자가 사는 것은 무엇인가. 권리의 법적 가치는 승소 확률에 배상액을 곱한 기대값이다. 승소율은 20.3%다. 곱할 배상액은 — 놀랍게도 국가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가 판결 자료로 추산해 온 평균 인용액 7,800만원을 넣으면, 특허 한 건의 법적 기대가치는 약 1,580만원이다. 20년 관납료 1,175만원에 대리인 비용을 더하면 지키는 비용이 권리의 기대값을 넘어서게 된다. 결론은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특허는 자산이 아니라 비용이다. 특허로 확실하게 수익을 내는 곳은 단 한 곳, 지식재산처뿐이다.

필자가 확인한 자료를 보면 핵심 연구개발자가 집중된 전국 297개 대학·공공연구기관이 특허로 벌어들인 기술료 수입은 2,781억원이다. 거기도 특허 출원료와 납부료 등 특허는 수익이 아니라 비용인 것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출원의 숫자는 세계 1위인데, 권리의 값은 계산조차 되지 않는 나라 — 이것이 거래소를 열기 전의 대차대조표다.

특허제도를 포기하자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특허권을 포기할 것을 제안한다. 특허자산으로 수익을 내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식재산처(특허청) 뿐이다. 특허 제도를 유지할 이익이 국민인 특허권자가 아니라 정부의 수익모델에 불과한 것이다. 살아서도 돈한푼 못벌고, 걸핏하면 시비 걸려서 죽는 아픈 손가락이다. 공개해서 불이익 받고 영업비밀도 포기한 대가다.

차라리 국내에서는 영업비밀과 부정경쟁행위 규정을 정비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할 수 있는 최대한 허용하여 실효성을 부여하자. 특히 최근에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아이디어 탈취) 및 (파)목(타인의 성과 무단사용)이 자인의 자산을 폭넓게 보호하고 있다. 조문의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포섭할 수 있게 수정, 보완한다면 특허제도의 부재에도 제도적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특허는 특허권의 배타적 권리가 실제로 작동하는 미국, 중국, 일본, EU 특허제도를 이용하자. 미국 특허권자 승소율은 72%다. LG화학과 SK온의 배터리 소송 등 국내 기업들도 중요한 특허 분쟁은 한국에서 하지 않고 미국에서 한다. 한국의 특허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주도해 설립했던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의 주된 수익도 미국 특허소송이다. 국내에서 수익을 낸 적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2012년 8월 24일의 두 재판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같은 특허라는 이름 아래, 전혀 다른 두 개의 권리가 있다. 하나는 회사의 생명을 살리고, 하나는 고지서를 남긴다. 값이 서지 않는 물건은 아무리 좋은 거래소에 올려도 거래되지 않는다. 지식재산이 자산인 것은, 아직까지는, 지식재산처의 장부에서 뿐이다.

그날 지식재산처는 대통령의 물음에 ‘짝퉁이 있어서 명품이다’라고 답했다. 분쟁이 없는99퍼센트(%) 특허는 무엇이란 말인가. 특허에 대한 내용과 ‘모자도둑의 역설’은 『규제의 호소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규제의 호소화(Regulatory Lock-in Effect)

규제의 호소화(湖沼化)란, 특정 시장의 규제에 적응하여 진화한 서비스는 역설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조차 보호될 수 없다는 개념이다. 흐르는 물을 담장으로 막으면 담장 안은 호소(湖沼)가 된다 — 그래서 호소화다. 규제의 호소화(the Regulatory Lock-in Effect)는 분할되지 않는 시장에서 규제가 낳은 정부 실패의 결과다(『규제의 호소화』 배재광, 인스타북스, 2026).

배재광 국가혁신생태계포럼 공동의장(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
배재광 국가혁신생태계포럼 공동의장(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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