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식재산처장의 짝퉁 발언은 절반의 진실이다. 명품이 아니면 짝퉁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짝퉁이 나온다고 모두 명품인 것은 아니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은 나라에서 짝퉁이 양산된다. 중국은 짝퉁이 많은 나라다. 지식재산권을 유독 소홀히 하는 나라들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지식재산처장의 발언은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 대한 자기고백이다.
보호받지 못하는 지식재산권
보호받지 못하는 지식재산권은 부담이며 비용이다. 특허권이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내용대로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면, 더 이상 특허권의 존재 이유가 없다.
보호받지 못하는 지식재산권은 부담이며 비용이다
특허청이 내세운 0.2%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무효심판 인용건수를 그해 특허등록건수로 나눈 비율의 5년 평균이다. 정확히는 0.21%다. 무효심판이 제기된 특허의 비율이 아니다. 지식재산처장의 논리대로라면, 짝퉁이 생길 만큼 중요한 특허는 법정과 심판정에서 다투어진 특허다. 그 사건들만 놓고 보면 숫자가 달라진다. 본안 판단이 이루어진 사건 중 2025년 무효심판 인용률은 66.1%다. 필자가 특허심판과 특허소송에서 무효 방향으로 귀결된 특허를 중복 없이 합산해 직접 산출한 값은 약 80%다. 마지막 중복 항목이 공표되지 않아 공식 통계만으로 그 값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다.

정부향 특허, 인구당 내국인 특허출원 세계 1위의 이면
문제는 세계 최고에 대한 집착이다. 지식재산권에 무심한 나라가 어떻게 지식재산권을 양산할 수 있는가. 권리가 작동하지 않는데 출원은 왜 늘어나는가.
정부향 특허는 처음부터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배타적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출원된 특허다. 배타적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자금지원과 정책금융을 받기 위해 출원한다.
필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일부 정부 사업과 공공기관의 정책금융은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보유 여부를 평가 요소로 삼았다. 특허의 권리는 제3자가 아니라 정부를 향한다. 출원 건수를 정책 성과로 세던 성장기의 정책은 이제 포기해야 한다.
2024년 한국의 인구 100만 명당 내국인 특허출원은 3,783건으로 세계 1위다. 2위 일본 1,913건의 1.98배다. 절대 출원 건수는 세계 4위다. 인구당 세계 1위는 기술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숫자 가운데 정부 지원을 향한 출원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함정
인구 100만 명당 내국인 특허출원 세계 1위가 보장하는 것은 배타적 권리가 아니다. 특허·실용신안권 무역수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내내 적자였고, 2025년 적자는 27억 3,930만 달러였다. 출원은 인구당 세계 1위인데, 특허·실용신안권 무역수지는 적자다.
정부향 특허는 국가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킨다. 첫째, 출원심사라는 국가 자원을 낭비시키고 특허심사의 질을 희생한다. 둘째, 정부 정책지원을 선점한다. 정부향 좀비의 탄생이다. 셋째, 경쟁력 있는 제3의 기업을 배제한다. 명세서로 경쟁자를 배제하지 못하는 특허가 정부 지원의 심사표에서는 경쟁력 있는 제3자를 배제한다. 정부향 특허는 특허청구범위대로의 효력이 아니라, 국가의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효력만 남긴다.

2012년 8월 24일의 두 개의 재판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같은 두 기업의 특허분쟁은 서울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서울에서는 합계 6,500만 원의 상호 배상책임이 인정됐고, 새너제이에서는 삼성에 당시 10억 4,934만 달러의 배심 평결이 내려졌다. 하나는 혁신의 가치를 기록했고, 하나는 고지서에 비용을 기록했다. 짝퉁이 있다고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짝퉁을 막아낼 권리가 있어야 명품이 된다. 이것이 필자가 특허제도의 존재 여부를 다시 묻는 이유다.
특허에 대한 내용과 ‘모자 도둑의 역설’은 『규제의 호소화』에서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