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조선소 모델 첫 해외 적용…디지털 트윈·로봇 용접 등 도입
현지 인력 3000명 고용 전망…미 해군 지원함·상선 시장 공략

HD현대가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기업 키윗(Kiewit)과 손잡고 현지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생산 거점 구축에 나선다.
기존 조선소를 인수하는 대신 신규 시설을 건립하고, 한국의 조선 기술과 미국의 건설 역량을 결합해 현지 선박 건조 능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에 이어 HD현대도 미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면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겨냥한 국내 조선사들의 현지 진출이 가속하는 모양새다.
HD현대는 22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키윗과 조선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양사가 함께 설립하는 법인의 명칭은 ‘HD KIEWIT SHIPBUILDING(HD키윗조선)’이다.
지분 구조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HD현대가 50%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작은 양사가 지난 7월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후속 조치다.
당시 양사는 미국 내 선박 공동 건조와 선박용 블록·모듈 생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법인 설립을 통해 협력 범위를 현지 조선소 건립과 운영으로 확대하게 됐다.
HD키윗조선은 미국 내 산업부지에 신규 스마트 조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내년초 착공해 2029년 가동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노후 조선소를 인수해 시설을 복구하는 방식과 달리 처음부터 생산 체계와 설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미국 내 조선 역량을 확충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로 주목된다.
양사는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사업을 추진한다.
HD현대는 선박 설계와 건조 기술, 조선소 운영 경험을 제공하고, 키윗은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수행 능력과 시설 구축 역량을 맡는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현대적인 조선소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새 조선소에는 HD현대가 추진해 온 ‘미래조선소(Future of Shipyard·FOS)’ 모델이 미국 조선소 가운데 처음으로 적용된다.
디지털 트윈과 자동화 생산 시스템, 로봇 용접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설계부터 제조까지 생산 전반을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스마트 생산 체계는 공정 효율을 높이고 품질과 작업 안전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계가 겪고 있는 숙련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생산 과정의 표준화와 자동화를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담겼다.
고용과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조선소가 정상 가동되면 현지 고용 인력은 약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는 현지 기술 인력 교육과 양성을 추진하고, 부품 및 기자재 공급망을 강화해 미국 내 산업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업 영역은 상선과 군수지원함을 중심으로 넓혀갈 예정이다.
HD키윗조선은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건조 사업과 상선 시장 진출 기회를 살펴보는 한편, 미국 내 다른 조선소에 선박 블록과 모듈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향후에는 항만 인프라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의 조선 생산 능력 확충과 한·미 간 산업 협력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통해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과 미국의 산업 기반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사업 성과는 조선소 건설 일정과 인력 확보, 수주 성과 등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은 "합작법인 출범이 미국 조선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HD현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계기"라며, "양사의 역량을 모아 미국 조선업 재건과 한·미 협력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채드 존슨 키윗 마리타임 CEO도 "키윗이 지닌 건설 역량과 인력, 시설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HD현대의 조선 기술과 결합해 미국에 현대적인 조선소를 조성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