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공동연구진, 반도체 전극 ‘맞춤 설계’ 가능성 입증 … 저전력 기술 기대
KAIST 공동연구진, 반도체 전극 ‘맞춤 설계’ 가능성 입증 … 저전력 기술 기대
  • 고수연 기자
  • 승인 2026.10.2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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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유기 분자 결합한 MOF 소재 활용…박막 제작부터 미세 가공까지 구현
서로 다른 3종 반도체서 작동 확인…트랜지스터 23개 동시 제작해 모두 구동
연구이미지 (AI 생성/ KAIST 제공)
연구이미지 (AI 생성/ KAIST 제공)

반도체의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게이트 전극을 소자의 특성에 맞춰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금속 중심의 전극 소재에서 벗어나 금속과 유기 분자를 결합한 신소재를 활용한 것으로, 향후 반도체의 작동 전압을 조절하고 전력 소모를 낮추는 기술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KAIST는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국립부경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세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MOF)를 반도체 전극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진은 해당 소재를 균일한 박막으로 제작하고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미세 가공 기술을 적용해 실제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전극으로 구현했다.

게이트 전극은 트랜지스터 내부의 전류를 통제하는 부품이다.

전극에 가해지는 전압에 따라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기 때문에 전극의 전자적 특성은 반도체의 작동 조건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현재는 전기전도도가 높은 금속이 주로 사용되지만, 소재별 특성이 고정돼 있어 소자의 요구에 따라 전극의 성질을 다양하게 조정하는 데 제약이 있다.

연구진이 주목한 MOF는 금속과 유기 분자를 규칙적으로 연결해 만든 물질이다.

구성 요소의 종류와 조합을 변경하면 소재의 전기적 특성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자가 물질 밖으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인 ‘일함수’를 설계할 수 있어, 반도체가 특정 전압에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전극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MOF를 반도체에 적용하려면 소재를 얇고 균일한 막으로 만들고, 원하는 위치에만 정밀하게 남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분말 형태로 얻어지는 소재를 실제 소자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화학기상증착(CVD) 공정으로 표면이 고른 MOF 박막을 형성했다. 이후 포토리소그래피와 식각 기술을 활용해 전극이 들어갈 위치와 형태를 정밀하게 구현했다.

식각 과정에서는 반응 속도가 다른 두 종류의 용액을 순차적으로 사용해 소재 손상을 줄이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했다.

가공 이후에도 소재의 구조와 화학적 특성, 전기적 성질이 대부분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작한 전극은 이황화몰리브덴(MoS₂), 이텔루륨화몰리브덴(MoTe₂), 산화물 반도체(IGZO) 등 세 가지 반도체에 적용됐다. 서로 다른 재료를 기반으로 한 소자에서도 전극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다양한 반도체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2차원 전도성 MOF 박막을 미세 패터닝해 다양한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전극과 소자 어레이에 적용한 개념도 (KAIST 제공)
2차원 전도성 MOF 박막을 미세 패터닝해 다양한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전극과 소자 어레이에 적용한 개념도 (KAIST 제공)

MoS₂ 트랜지스터에서는 MOF 전극과 기존 백금 전극의 성능도 비교했다.

전류가 흐르는 반도체 경로는 동일하게 유지한 채 게이트 전극 소재만 바꿔 측정한 결과,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 전압과 전하 이동 특성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는 MOF가 기존 금속 전극을 대체할 수 있는 기능적 가능성을 갖췄음을 보여준다.

여러 소자를 한꺼번에 제작하는 공정에서도 성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하나의 기판에 IGZO 트랜지스터 23개를 배치한 뒤 동일한 패터닝 공정으로 전극을 형성했다. 측정 결과 23개 소자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장기간 작동 특성도 평가했다. IGZO 트랜지스터는 게이트 전압을 400회 연속으로 인가한 뒤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으며, MoS₂ 트랜지스터에 적용한 MOF 전극 역시 약 1년간 대기 환경에 보관한 후 작동 특성을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전극 소재를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해 소자 작동까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MOF의 구성 성분을 바꿔 전극의 전자적 특성을 조정할 수 있게 되면, 반도체 종류와 사용 목적에 맞춰 전극을 설계하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이는 소자의 작동 전압을 최적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면적 박막의 균일성, 미세 패턴의 정밀도, 제조 공정의 재현성 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연구팀은 다양한 전도성 MOF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장기 신뢰성을 확인해 맞춤형 전극 기술의 실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선아 KAIST 교수는 "전도성 MOF를 기존 반도체 공정으로 가공해 실제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의 전극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향후 소자의 목적에 맞춰 전자적 특성을 설계하는 맞춤형 전극으로 발전시켜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POSTECH 이현우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박선아 KAIST 교수와 최희철 POSTECH 교수, 박지훈 국립부경대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9월 15일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탑-티어’ 및 ‘글로컬 R&D’ 과제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진, (왼쪽부터) POSTECH 화학과 이현우 박사(제1저자), 화학과 최희철 교수, 국립부경대 융합소재공학부 박지훈 교수, KAIST 화학과 박선아 교수/ KAIST 제공
연구진, (왼쪽부터) POSTECH 화학과 이현우 박사(제1저자), 화학과 최희철 교수, 국립부경대 융합소재공학부 박지훈 교수, KAIST 화학과 박선아 교수/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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