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뇌 속 신경전달물질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약물 투여에 따른 뇌의 화학적 변화를 무선으로 측정하고, 빛을 이용해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기능까지 하나의 칩에 구현해 뇌 질환 연구와 차세대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기계공학과 장경인 교수 연구팀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뇌연구원(KBRI),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과 공동으로 신경전달물질 감지 센서와 광자극 소자, 무선 측정 회로를 통합한 이식형 신경칩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개발한 장치를 미니돼지의 전전두피질에 삽입한 뒤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사용되는 도네페질을 투여하고, 뇌 속 아세틸콜린 신호를 연속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약물 투여 이후 신호가 상승한 다음 점차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양상이 관찰됐다. 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외부 장치로 무선 확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세틸콜린은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에 관여하며 기억과 학습 등 인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네페질은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뇌에서 해당 물질의 작용이 지속되도록 돕는다. 이에 따라 약물 투여 전후의 아세틸콜린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치료제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미세구조 소재와 금속 나노선을 활용한 고감도 감지 시스템이다. 연구진은 다공성 키토산에 은·백금 나노선을 결합해 센서의 감지층을 구성했다. 다공성 구조는 아세틸콜린 감지에 필요한 효소가 부착될 수 있는 공간을 넓히며, 나노선은 효소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뇌 속 다른 화학물질로 인한 측정 오차를 줄이는 기술도 적용했다. 탐침 양쪽에 효소가 코팅된 전극과 코팅되지 않은 전극을 각각 배치하고, 두 전극의 측정값을 비교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간섭 신호를 걸러내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소형 전자회로를 거쳐 블루투스 방식으로 외부 기기에 전송된다.
신경전달물질을 측정하는 동시에 신경세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연구진은 별도로 진행한 생쥐 실험에서 칩에 탑재된 초소형 발광다이오드(LED)를 통해 빛을 조사했을 때 아세틸콜린 신호가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장치에서 뇌의 화학적 반응을 읽는 기능과 신경 활동에 영향을 주는 기능을 함께 구현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연구 과정에는 참여 기관별 전문성이 활용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미니돼지 확보와 수술을 지원했으며, 한국뇌연구원은 생쥐 수술 및 관련 실험을 담당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뇌 질환 치료제의 작용 기전을 분석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약물의 투여량이나 투여 주기를 달리했을 때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하면 약물 반응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뇌의 상태를 측정한 결과에 따라 자극 조건을 조절하는 ‘폐회로형 신경 인터페이스’로의 발전도 기대된다. 뇌에 자극을 전달한 뒤 나타나는 반응을 센서로 확인하고, 측정 결과에 맞춰 자극의 강도나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는 감지와 자극 기능을 통합한 장치가 이러한 기술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연구 성과를 실제 치료 효과와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실험은 동물의 뇌에서 약물 투여에 따른 신경전달물질 변화를 측정한 것으로, 알츠하이머병 증상 개선이나 기억력 회복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이식에 따른 안전성과 센서의 측정 정확도, 시간 경과에 따른 성능 유지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장경인 교수는 이번 연구가 뇌의 변화를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극을 조절하는 기술로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향후 치료제의 뇌 내 작용을 분석하고 뇌 상태에 적합한 자극 방식을 찾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교원창업기업인 엔사이드 주식회사를 통해 관련 기술의 사업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는 DGIST 소속 손지은·오세혁·하정대 연구자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장경인 KAIST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 10월 14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