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5년 이상 장기연체채권 정리…취약계층 채무조정·IBK 금융지원 확대
금융당국이 은행의 포용금융 실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재정적 인센티브와 제재 감경 혜택을 차등 적용한다.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뿐 아니라 채무조정, 사회적 배려, 금융교육 등 지원 활동 전반을 평가해 금융권의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공공기관의 장기 부실채권 관리 방식도 바뀐다. 일정 기간이 지난 연체채권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고, 장기간 방치된 채권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리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제7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권 포용금융 평가체계 도입, 채무조정 정책 추진 현황,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개선 및 IBK기업은행의 포용금융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은행 17곳 포용금융 평가…5개 영역별 실적 반영
이번 평가체계는 국내 은행 17곳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은행 규모와 영업 특성을 고려해 대형은행, 중소형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3개 그룹으로 구분하고 그룹별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평가 실무는 금융감독원이 맡으며, 민간위원장이 참여하는 평가위원회가 최종 결과를 심의하고 확정한다. 평가 항목은 지배구조, 자금공급, 채무조정, 사회적 배려, 비금융서비스 등 5개 분야로 구성된다.
배점은 자금공급과 채무조정이 각각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배구조와 사회적 배려, 비금융서비스에는 각각 10%를 배정한다. 여기에 은행 자체의 포용금융 활동을 평가하는 별도 가점도 운영한다.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포용금융 관련 전략과 내부 운영체계가 경영 전반에 반영돼 있는지를 살핀다.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관련 조직과 절차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중점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자금공급 분야에서는 서민과 중·저신용자를 위한 정책금융 및 은행 자체 상품의 공급 실적을 점검한다. 대출 규모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금리 수준, 성실하게 빚을 갚은 차주에 대한 혜택, 금융 취약계층의 이용 실적 등도 평가에 반영한다.
채무조정 항목에서는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을 통한 채무조정 참여 여부, 은행 자체 조정 실적, 개인 연체채권의 소각·매각 현황 등을 살핀다. 원리금 감면 수준과 조정 이후 상환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도 평가해 채무자의 실질적인 재기를 지원하도록 유도한다.
사회적 배려 분야는 청년 대상 우대 예·적금 공급과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실적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금융·고용·복지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재무상담과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활동은 비금융서비스 항목에 반영한다.
평가 결과 공개…우수 은행은 출연금·과징금 혜택
평가가 완료되면 은행별로 S·A·B·C 등급을 부여하고 결과를 공개한다. 금융회사가 서로의 성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해 포용금융 확대를 위한 경쟁과 자율적인 개선을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평가 등급은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수 등급인 S와 양호 등급인 A를 받은 은행에는 출연금 부담을 최대 20%까지 낮추거나 가중하는 방식으로 차등을 두며, 미흡 등급인 C에는 출연금 부담을 높이는 방식의 불이익을 적용할 계획이다.
우수·양호 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도 최대 10% 범위에서 감경받을 수 있다. 평가 결과를 은행 경영실태평가에도 반영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026년도 실적은 우선 시범 평가를 통해 우수 기관을 발표하고, 인센티브와 페널티는 다음 연도 평가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연체채권 관리 기준 전환…취약계층은 별도 심사 없이 시효 완성
금융당국은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존 정책도 이어간다. 지난 1년간 성실상환자 신용회복 지원과 새도약기금 출범, 새출발기금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장기 연체에 놓인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채무조정을 추진해 왔다.
앞으로는 장기 연체채무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를 신속히 정리하는 한편, 대부업권의 새도약기금 참여와 민간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채무조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시기 경영난을 겪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채무감면도 추진한다.
금융공공기관의 부실채권 관리에는 상환 능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원칙이 적용된다. 연체 발생 후 5년이 지나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하면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고, 갚을 여력이 없는 경우 시효를 완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은 연체 금액과 관계없이 별도 심사 없이 소멸시효를 완성하도록 했다. 연체 기간이 15년에 이르러 두 번째 소멸시효가 도래한 채권도 재산 은닉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소각한다.
이미 누적된 장기 부실채권 정리에도 나선다. 연체 기간이 15년 이상인 채권은 2027년 하반기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한다. 최초 소멸시효가 지난 5년 이상 7년 이하의 채권 가운데 5000만원 이하인 건도 기관별 계획에 따라 심사한 뒤 자체 소각하거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기관마다 달랐던 부실채권 관리 기준도 통일한다. 금융공공기관의 상각채권을 캠코 중심으로 관리하도록 해 동일한 상황에 놓인 채무자가 기관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 문제를 줄이기로 했다.
채권추심 과정의 권익 보호도 강화한다. 관리·감독 체계를 갖춘 추심회사에 공공기관의 추심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보증부대출 채무자의 재기 지원 시점도 앞당긴다. 기존에는 보증기관의 대위변제가 이뤄진 뒤 채무조정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대위변제 전에도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아울러 원금 감면이 가능해지는 시점을 기존 상각 이후에서 상각 이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금융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채무조정과 채권 정리에 나설 수 있도록 경영성과지표를 개선하고 면책 근거를 마련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관련 제도는 관계기관 협의와 내부 규정 개정을 거쳐 2026년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IBK, 2030년까지 30조원 이상 지원…저금리 대출도 확대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포용금융 사업을 확대한다. 2030년까지 30조원 이상을 공급하는 '희망On-IBK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금융 취약계층이 신용 회복부터 자립까지 단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총 1조원 규모의 '착한금리 포용금융 대출'도 공급한다. 해당 상품은 최대 2000만원을 10년간 연 4.9%의 고정금리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IBK미소금융재단에 최대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해 청년과 지방 거주자, 미래 준비 고객 등을 위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폐업이나 실직 이후 재기를 준비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IBK미래준비대출'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역시 확대한다. 금리 상승기에 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1조원 규모의 '희망On 안심고정금리 대출'을 공급하고, 성실상환 소상공인의 금리 부담을 낮추고 대출 한도를 높이는 'IBK 소상공인 더드림 패키지'는 총 8조5000억원 규모로 운영한다. 기존 계획보다 지원 규모를 1조원 늘린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포용금융이 단순한 금융지원 확대를 넘어 금융의 역할과 운영 방식을 바꾸는 장기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이 함께 책임을 분담하고 협력해야 정책이 현장에 정착할 수 있는 만큼, 채무자의 재기를 돕는 금융환경 조성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을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