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암 악액질 막는 항체 후보 개발…근육·체력 유지 가능성 확인
KAIST, 암 악액질 막는 항체 후보 개발…근육·체력 유지 가능성 확인
  • 고수연 기자
  • 승인 2026.10.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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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RAL 수용체 차단하는 ‘GB2Ab’ 개발…생쥐 실험서 체중·섭취량·악력 개선
연구이미지(AI생성/ KAIST 제공)
연구이미지(AI생성/ KAIST 제공)

암 환자의 체중 감소와 근육 소실을 유발하는 ‘암 악액질’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항체 치료제 후보가 개발됐다. 동물실험에서 식욕 회복과 근육·지방 손실 억제 효과가 확인되면서 항암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신체 기능을 보존하는 치료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 연구팀이 의과학대학원 송민호 교수 연구팀 및 교원창업기업 토르 테라퓨틱스와 공동으로 암 악액질 치료를 위한 항체 후보물질 ‘GB2Ab’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8일 게재됐다.

암 악액질은 암에 따른 대사 변화로 근육과 지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전신성 합병증이다. 단순한 식욕 부진이나 영양 부족과 달리 신체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 자체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음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개선하기 어렵다. 체력 저하는 환자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항암치료를 지속하는 데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GDF15와 그 수용체 GFRAL에 주목했다. 암 등으로 GDF15가 증가하면 뇌간에 위치한 GFRAL 수용체를 통해 식욕을 억제하는 신호가 전달된다. 연구팀은 이 신호의 전달 경로를 차단하면 음식 섭취 감소와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지는 악액질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GFRAL 수용체에 결합해 기능을 억제하는 항체 GB2Ab를 개발했다. 혈액 속 GDF15를 직접 제거하는 대신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항체와 수용체가 결합한 구조를 분석해 작용 원리를 규명했으며, 이를 토대로 항체의 생산 효율과 안정성을 개선했다.

치료 효과는 대장암 세포를 이식해 악액질을 유도한 생쥐 실험에서 확인됐다. GB2Ab를 투여한 동물은 음식 섭취량이 회복됐고, 종양의 무게를 제외한 체중도 미투여군보다 약 20% 높게 나타났다. 근육과 지방 조직이 줄어드는 현상 역시 완화됐다.

신체 기능을 보여주는 악력 측정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항체 투여군의 악력은 미투여군보다 약 30% 높았으며, 정상 생쥐의 약 90%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는 치료 효과가 체중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근력 유지와도 관련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GDF15–GFRAL 신호 차단 항체 치료제를 통한 암악액질 치료 전략 (이미지=KAIST 제공)
GDF15–GFRAL 신호 차단 항체 치료제를 통한 암악액질 치료 전략 (이미지=KAIST 제공)

에너지 소비 조절과 관련된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도 항체 투여 후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GB2Ab가 식욕을 높이는 데 더해 신체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평가를 위한 기초 실험도 진행됐다. 정상 생쥐에 체중 1kg당 100mg의 항체를 투여했을 때 체중과 음식 섭취량에서 뚜렷한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결과만으로 사람에게서의 안전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GB2Ab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종양을 줄이는 약물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 소모를 억제해 환자의 체중과 근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향후 항암제와 병용할 경우 환자의 체력 보존과 치료 지속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의 효과를 살피는 후속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호민 교수는 "이번 연구가 암 악액질 관련 신호를 차단하는 항체를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작동 원리와 효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송민호 교수 역시 "후속 신약개발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항암치료를 지속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치료제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는 김소현 KAIST 박사, 이민희 토르 테라퓨틱스 박사, 안진숙 KAIST 연구원, 주상현 박사 등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중소벤처기업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가신약개발재단, KAIST 이노코어 프로그램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진, 상단 좌측부터 KAIST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 김소현 박사, 안진숙 박사 하단 좌측부터 KAIST 의과학대학원 송민호 교수, 토르 테라퓨틱스 이민희 박사, 이노코어(InnoCORE) AI-CRED 혁신신약연구단 주상현 박사 (KAIST 제공)
연구진, 상단 좌측부터 KAIST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 김소현 박사, 안진숙 박사 하단 좌측부터 KAIST 의과학대학원 송민호 교수, 토르 테라퓨틱스 이민희 박사, 이노코어(InnoCORE) AI-CRED 혁신신약연구단 주상현 박사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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