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Pb)-비스무트(Bi) 냉각 고속로’ 기반 SMR 5년간 설계·엔지니어링·건설 기술 자문

현대건설이 미국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와 장기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원전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원자로 설계 초기부터 건설 기술을 반영해 향후 시공 사업 참여 가능성을 높이고 글로벌 원전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에서 미국 원전 개발업체 퍼스트 아메리칸 뉴클리어(FANCO)와 포괄적 기본 계약(MSA)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지난 7월 양사가 맺은 EAGL-1 프로젝트 관련 기본 협약을 구체적인 사업 협력 체계로 발전시킨 것이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양측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MSA는 향후 지속적인 사업 추진에 필요한 기본적인 계약 조건과 책임 범위를 사전에 정하는 방식이다.
실제 업무는 개별 과업 지시서를 통해 수행 기간과 업무 범위, 계약 금액 등을 확정한다.
현대건설은 계약에 따라 FANCO가 개발 중인 차세대 SMR EAGL-1 프로젝트의 시공성 검토와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자문, 건설 분야 기술 피드백 등을 제공한다.
특히 사업 초기 설계 단계부터 현대건설의 설계·조달·시공(EPC) 노하우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향후 건설 사업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FANCO가 개발하는 EAGL-1은 액체금속냉각고속로(LMFR)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액체 납과 비스무트 합금을 냉각재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차세대 원자로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규제 협의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사업화 준비를 진행 중이다.
EAGL-1은 원자로 1기당 약 240㎿e의 전력을 생산하도록 설계됐다.
모듈형 구조를 적용해 여러 원자로를 하나의 발전 클러스터로 구성할 수 있으며,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발전 용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 전력원을 활용해 초기 전력 수요에 대응한 뒤 원자력 발전으로 전환하는 '브리지 파워(BRIDGE POWER)' 솔루션을 도입했다.
전력 공급 시점을 앞당길 수 있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 등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중요한 시설을 주요 수요처로 겨냥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현대건설이 대형 원전 중심의 사업 영역을 차세대 원전 분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SMR은 모듈 단위로 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수요에 따라 확장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시설의 전력 공급 대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AI 산업 확산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관련 기술과 건설 역량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형 원전뿐 아니라 차세대 에너지 건설 분야에서도 글로벌 사업 성과를 확대하고 있다"며 "FANCO와의 계약을 통해 EAGL-1 프로젝트의 상용화를 지원하고 미국 SMR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단순한 기술 자문을 넘어 향후 원전 건설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초기 설계부터 참여하면 시공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운영적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