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全 단계 지원해 연구성과 창출 속도 높여

삼성이 기초과학과 첨단 산업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한 과학자 10명을 처음으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우수 연구자'로 선정했다.
블랙홀의 수학적 난제 규명부터 차세대 배터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혁신까지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될 연구 성과를 발굴하고, 후속 연구와 사업화까지 지원해 국내 연구개발(R&D) 생태계 강화에 나선다.
삼성은 5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과학기술계 인사와 연구진 등 4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26 애뉴얼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2013년 출범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기초과학과 소재,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발굴해 지원하는 삼성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이다.
연구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연구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은 연구자 간 성과 공유와 학계·산업계 전문가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애뉴얼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과 여야 국회의원, 삼성전자 및 연구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해 미래 과학기술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 기초과학 4명·소재·ICT 6명…우수 연구자 10명 첫 선정
올해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선정한 우수 연구자 10명이다.
삼성은 지난 14년간 지원한 기초과학과 소재·ICT 분야의 완료 연구과제 644개를 대상으로 연구의 독창성과 우수성, 성과 확장 가능성, 연구자 성장성, 학계 및 산업계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분야별 석학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약 4개월간 심사를 진행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오성진 미국 UC버클리대·고등과학원 교수(수리과학), 이현우 포스텍 교수(물리학), 박정원 서울대 교수(화학), 정원석 KAIST 교수(생명과학)가 선정됐다.
소재·ICT 분야에서는 김봉수 UNIST 교수(전자소재), 유창식 성균관대 교수(전자소자), 최장욱 서울대 교수(에너지·환경), 유홍기 KAIST 교수(바이오·메디컬), 김장우 서울대 교수(통신·컴퓨팅), 황성주 KAIST 교수(AI·로보틱스)가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선정된 연구자들에게 우수 연구자라는 공식 타이틀을 부여하고 기술 자문과 산업계 교류, 창업 및 지식재산권(IP) 멘토링, 후속 연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하는 기술 워크숍도 마련해 연구 성과가 학계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도록 도울 방침이다.

◇ 블랙홀부터 차세대 배터리·AI 데이터센터까지…미래 기술 성과 공유
이날 오전 행사에서는 우수 연구자로 선정된 연구진 3명이 주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수리과학 분야 오성진 교수는 우주의 기본적인 힘을 설명하는 양-밀스 방정식이 블랙홀 내부와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수학적으로 규명한 연구를 소개했다.
블랙홀 내부의 불안정성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시한 성과로, 오 교수는 해당 연구 업적으로 2026년 삼성호암상 과학상(물리·수학 부문)을 받기도 했다.
에너지·환경 분야 최장욱 서울대 교수는 물을 기반으로 한 전해액을 사용하는 수계 전지의 성능 개선 연구를 발표했다. 수계 전지는 화재와 폭발 위험이 낮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저장 용량이 작고 충·방전 과정에서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최 교수는 성능 저하의 원인을 분석하고 전극과 전해액 소재를 개선해 기존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기술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저장하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일 원천기술로 기대된다.
통신·컴퓨팅 분야 김장우 서울대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의 연산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컴퓨팅 구조를 소개했다.
AI 연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되는 작업 부담과 데이터 이동 과정의 병목 현상이 커지는 상황에서 데이터처리장치(DPU)에 일부 업무를 분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AMD와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차세대 AI 인프라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오후에는 수리과학·물리학·화학·생명과학 등 기초과학 4개 분야와 전자소재·전자소자·에너지·환경·바이오·메디컬·통신·컴퓨팅·AI·로보틱스 등 공학 6개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미래과학기술포럼이 이어졌다.
◇ 연구비 지원 넘어 창업·사업화까지…기술 생태계 확장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연구비 지원에 머물지 않고 기술의 사업화와 창업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를 구축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프로티나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망고부스트다.
서울대 윤태영 교수가 창업한 프로티나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측정하는 독자 기술인 SPID를 활용해 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했다.
2025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연구 성과의 사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김장우 서울대 교수가 2022년 설립한 망고부스트는 DPU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의 연산 및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력 시제품인 MBDPU-1은 기존 서버 구조보다 데이터센터 성능을 3배 이상 높이고 CPU 사용량을 50% 이상 줄이는 기술을 목표로 개발됐다.

최근에는 AI 추론 최적화 소프트웨어인 '망고 LLM부스트'를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는 지금까지 총 1조200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누적 지원 과제는 916개이며, 교수와 박사후연구원, 석·박사 연구원 등 과학기술 인력 1만7000여 명이 참여했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지난 14년간 연구자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가 축적되면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도약을 이끄는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연구자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자유롭게 탐구하고 미래 과학기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 겸 삼성전자 SAIT 사장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기초과학 지원과 젊은 과학자 발굴·육성은 물론 연구 성과가 스타트업 창출로 이어지는 데도 기여했다"며 "이번 포럼이 학계와 산업계의 폭넓은 교류와 심도 있는 논의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현수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상무)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해 온 연구자들의 헌신과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도전을 앞으로도 뒷받침하겠다"며 "과학기술 교류의 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이번 우수 연구자 선정은 기업의 R&D 지원이 단순한 연구비 후원을 넘어 미래 산업의 원천기술 확보와 사업화 생태계 조성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초과학에서 출발한 연구가 배터리와 AI 인프라, 바이오 등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