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폐현수막 200장 새 현수막으로 재탄생 … 화학적 재활용 상용화
SK케미칼, 폐현수막 200장 새 현수막으로 재탄생 … 화학적 재활용 상용화
  • 김영식 기자
  • 승인 2026.11.06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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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한국섬유개발연구원·현수막 제작사와 협업 체계 구축
화학적 재활용 현수막 200장 초도 공급…환경표지 인증·제도 정비로 정착 추진
폐현수막을 잘게 분쇄해 화학적 재활용 과정을 거쳐 재활용 소재를 만든 후 실을 방사해 현수막으로 제작하는 각 단계별 제품들의 모습.(사진=SK케미칼)
폐현수막을 잘게 분쇄해 화학적 재활용 과정을 거쳐 재활용 소재를 만든 후 실을 방사해 현수막으로 제작하는 각 단계별 제품들의 모습.(사진=SK케미칼)

SK케미칼이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 소재·제조기업이 참여하는 자원순환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폐현수막의 화학적 재활용 사업화에 나섰다.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현수막을 다시 현수막 원료로 활용하는 순환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일회성 업사이클링을 넘어 폐기물의 반복 재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SK케미칼은 폐현수막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제작한 현수막 200장을 경주시에 처음 공급한다고 6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경주시 공공게시대 등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장소에 게시된다.

일반 현수막과 구별할 수 있도록 경주시가 자체 제작한 전용 로고도 표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SK케미칼과 경주시, 한국섬유개발연구원(KTDI), 대한미디어, 리앤생,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등 6개 기관이 협력해 추진했다.

올해 초부터 폐현수막 수거와 원료 전환, 섬유 생산, 제품 제작 및 품질 검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연결하는 협력 구조를 마련했다.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렀던 기술을 실제 제품 공급으로 이어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원순환의 출발점은 경주시의 수거 인프라 구축이다.

경주시는 지난 7월 공공집하장을 마련하고 기존에 소각 처리하던 폐현수막을 한곳에 모으는 체계를 갖췄다.

수거된 현수막은 분쇄와 용융 등 전처리 과정을 거쳐 SK케미칼에 전달된다.

SK케미칼은 해중합 기술을 적용해 폐현수막을 재활용 원료와 소재로 전환한다.

이후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원사를 생산하고, 대한미디어와 리앤생이 이를 활용해 현수막 원단과 완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수요처로 참여한다.

제품 품질도 확인됐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평가에서 재활용 원료로 제조한 원사는 석유 기반 원료로 생산한 원사와 비교해 방사성과 섬유 품질 측면에서 동등한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자원순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공공집하장 운영 이후 관내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지난해 10%에서 올해 24.5%로 상승했다.

경주시는 옥외광고협회와 협력해 불법 현수막까지 수거 대상을 확대하고, 관련 제도 정비를 거쳐 내년부터 상시 운영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한미디어와 리앤생은 재활용 현수막 원단의 환경표지 인증 취득도 추진하고 있다.

폐현수막은 행사와 선거 등에 단기간 사용된 뒤 폐기되는 대표적인 일회성 폐기물이다.

행정안전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폐현수막 발생량은 약 5400t에 달했지만 재활용 비율은 33.3%에 그쳤다.

기존에는 장바구니나 마대 등으로 용도를 바꾸는 업사이클링이 주로 이뤄졌으나, 원래 소재로 되돌려 반복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SK케미칼이 적용한 해중합 기술은 폴리에스터를 분자 단위로 분해해 원료 상태로 되돌린 뒤 다시 중합하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다.

물리적으로 잘게 분쇄해 재활용하는 방식과 달리 코팅이나 잉크 등이 포함된 저품질 폐자원도 원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재활용 과정에서 소재 품질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어 폐현수막을 다시 현수막으로 생산하는 폐쇄형 자원순환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고정석 SK케미칼 리사이클본부장은 "폐현수막을 비롯한 폐플라스틱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개별 기업이나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소재·원사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지자체, 실제 수요처가 함께 만들어낸 첫 성과인 만큼 앞으로도 협력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실제 지역사회 소비와 공공 조달로 연결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업의 재활용 기술과 지자체의 수거 인프라, 민간 제조기업의 생산 역량, 공공기관의 구매 수요가 결합하면 폐기물 처리 문제를 자원 확보와 신규 사업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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