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문학상 대상에 성백광 시인 … 사라지는 우리말의 가치를 시로 되살리다
한컴문학상 대상에 성백광 시인 … 사라지는 우리말의 가치를 시로 되살리다
  • 전석희 기자
  • 승인 2026.11.08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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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컴문학상 7700여편 응모 … 기성 문인부터 10대 청소년까지 15명 수상
대상 상금 3000만원서 1억원으로 단계적 확대 … 한국 문단 대표 문학상 육성
7일 경기도 가평 한컴그룹 청리움에서 ‘2026 제2회 한컴문학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한컴그룹)
7일 경기도 가평 한컴그룹 청리움에서 ‘2026 제2회 한컴문학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한컴그룹)

사라져 가는 우리말에 담긴 삶의 흔적과 정서를 시로 풀어낸 작품이 제2회 한컴문학상 대상을 차지했다.

인공지능(AI)이 글쓰기를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의 경험과 사유가 담긴 고유한 언어의 가치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한컴그룹은 지난 7일 경기도 가평군 청리움에서 ‘2026 제2회 한컴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한컴문학상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시문학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한컴그룹과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올해 대회에는 총 7700여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심사위원 등 150여명이 참석해 문학적 성취를 축하했다.

이번 공모전은 AI가 문장을 생성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만이 경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언어와 감성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심사 과정에서는 응모자의 연령과 문단 경력, 등단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해 신인과 기성 작가가 동등한 조건에서 작품성을 평가받도록 했다.

특히 올해 신설된 청소년·고등부에는 일반 고등학생뿐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문학 창작의 기회를 미래 세대로 넓히고 청소년 문학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취지다.

영예의 대상은 자유시 ‘말의 장례식’을 출품한 성백광 시인에게 돌아갔다.

상금 30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됐다. 최우수상은 구영인·박현주 작가가 받았으며, 청소년·고등부 금상은 민희주 학생이 차지했다.

이 밖에도 가작 4명과 청소년·고등부 은상 및 동상 수상자 6명, 지도교사상 수상자인 여명학교 오수찬 교사 등 모두 15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상작 ‘말의 장례식’은 일상에서 점차 사용되지 않는 우리말에 주목하고, 그 안에 축적된 세대의 기억과 생활문화를 문학적으로 되살린 작품이다.

성백광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어머니가 쓰시던 ‘마실’, ‘저문 녘’, ‘빼닫이’ 같은 말들은 한 시대의 살림과 체온을 품은 유산”이라며 사라지는 말들을 애도하려 했던 작품의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청소년 부문에서도 신선한 시선이 주목받았다. 금상 수상작인 민희주 학생의 ‘자동문은 망설임을 모른다’는 문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과 망설임 없이 열리는 자동문을 대비해 도전과 실행의 의미를 표현했다.

민 학생은 “자신감이 생기기만 기다리다가 해 보고 싶었던 일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며 “망설이는 순간마다 이 시를 떠올리고 일상에서 발견한 생각들을 나만의 언어로 꾸준히 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컴그룹은 문학상 위상 제고를 위해 상금 규모도 확대한다.

현재 3000만원인 대상 상금을 향후 단계적으로 1억원까지 높여 국내 문단을 대표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축사를 통해 “문학상이 상징성과 권위를 갖춰야 많은 문인이 그 상을 꿈꾸며 나아갈 수 있다”며 “기업이 사회에서 얻은 것을 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문학계를 위한 상을 키워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은 지원 역할에 충실하고, 한컴문학상이 문인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현덕 한컴문학상 추진위원장도 “청소년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많은 문학인이 꿈꾸고 기다리는 의미 있는 상으로 발전시키겠다”며 “미래 문학 인재 발굴과 창작 지원을 강화해 한국 문학계에서 높은 권위와 가치를 인정받는 문학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상식에서는 축하 공연과 청리움 주변 산책 등 부대행사도 진행됐다.

수상작 전체는 단행본 ‘한컴문학상 수상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 한컴문학상은 AI 시대에 인간 고유의 언어와 창작 능력이 지닌 가치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세대 간 문학적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컴그룹이 대상 상금을 1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이 한국 문학의 창작 기반과 신진 작가 발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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